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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왜 의료시장에 개입하는가?

[엠디저널] 알아야 산다. 인공지능(AI) 의사의 등장을 비롯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진료의 확대, 그리고 공공 의료서비스의 증대 필요성과 정부의 통제 강화 등 의료 공급자이자 주체로서 의사들과 의료기관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정보 혁신 기술의 발달로 의료 소비자들은 더욱 스마트한 환자로서 높은 의료욕구의 기대감을 보이고, 인술(仁術)로서 의료서비스는 더 이상 비영리성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의료산업으로서 경제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로서 새로운 의료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MD저널은 최근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엄영진교수(차의과대학)의 ‘건강경제학(Health Economics)’의 주요 내용을 요약 발췌하여 소개한다.

의료서비스는 공공재인가? 경제재인가?

영국의 경제학자 겸 통계학자인 윌리엄 페티(Sir William Petty:1623-1687)는 인간 생활의 가치 측정을 통해 각 개인의 국가 생산에 대한 기여도가 그들에게 지출되는 의료비용보다 크므로 의료나 건강 부분의 투자자는 국가적으로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건강경제학의 선구자인 페티는 인간자본주의적 접근법을 채택하여 건강경제학의 개념을 정립시켰다.

그렇다면 건강경제학의 입장에서 코로나19 감염병 예방 활동이나 조류독감(Avian flu)의 감염 예방 활동의 의료서비스는 공공재(public goods)일까? 아니면 경제재(econocmic goods)일까?

일단 답은 공공재이다. 건강경제학에 따르면 조류독감을 예방하기 위하여 전염된 닭과 오리를 도살처분 하거나 예방접종을 하는 것, 조류독감 전염지역의 닭과 오리의 타 지역 이동을 금지하고 수입이나 수출을 금지하는 것은 경쟁성과 배제성 없이 그 지역에 모두 적용된다는 점에서 공공재의 특성을 가졌다 할 것이다.(건강경제학 P25)

이같은 이유는 건강경제학을 경제적 분석에서 규범경제학으로 가치 판단에 있어 이데올로기나 윤리적인 면에서 바람직한 대안의 선택과 공평성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의료서비스가 수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희소한 재화와 서비스인 경제재로서 일반 재화나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시장해서 구입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주의적 견지에서는 건강은 평등해야 하며 의료서비스는 공공재로서 경쟁과 배제 없이 필요에 따라 무료로 제공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코로나19 예방백신 접종과 관련. 대부분의 국가가 정부재원으로 모든 국민에게 무료로 접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은 건강경제학이 의료의 윤리적 측면과 평등을 강조하는 규범적 경제학이기 때문이다.

건강경제학의 정의

개인이나 국민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완벽하고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건강 향상 대안들에 대하여 주어진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관리하는 학문

(Health economics refers to studies on how best to allocate a given quantity of resource between alternative ways of improving health)

건강경제학은 1950-1960년대에 미국과 영국의 경제학자들이 경제학의 이론과 분석 방법을 건강분야에 적용시킴으로써 본격적으로 발전하였고, 경제학자들이 건강 기획이나 관리 분야에 경제학의 이론을 적용하고 질병의 치료에 소요되는 비용과 효과를 분석하게 됨에 따라 일부에서는 건강경제학은 건강 분야에 경제학의 이론과 분석 기법을 적용하는 응용경제학으로 정의하기도 한다.(Health economics is broadly defined as the application of theories,concepts and thechniques of economics to the health sector)

의료 서비스에 투입되는 인적 자원, 자본과 재료는 한정되어 있으며, 생산된 의료 서비스는 어떠한 경우에도 의료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다. 따라서 건강 의료경제학에서 있어서 어떤 의료 서비스를 얼마만큼 생산하여야 하며(what and how much quanity of health care to produce), 어떻게 생산하며(how to produce it), 누가 대가를 지불하며 어떻게 그것을 배분할 것인가(who pays for it and how it is distuributed)하는 결정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더 많은 건강 의료 서비스를 소비하면 다른 재화와 서비스의 소비로부터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을 희생하여야 하는 것이다.

의료시장의 시장실패(market failure)

건강경제학을 공부하여야 할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는 의료시장은 일반 시장에서의 소비자와 공급자의 행동과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건강경제학은 경제학의 이론과 분석 방법을 건강 의료분야에 적용하지만 의료특성, 환자와 의사의 경제적 행동 방식, 의료의 수요, 공급, 가격의 특성 때문에 경제학적 지식만으로는 이를 이해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의료의 근본적 특성 중 하나가 불확실성(uncertanity)이다. 우리는 언제 병들지 알 수 없으며, 병들더라도 진료비가 얼마나 될 것인지와 질병의 치료 효과에 대하여도 잘 알지 못한다. 무엇보다 환자들은 의료서비스의 질과 결과를 사전에 시험할 수 없고, 사후에도 확언하기가 어렵다.

최근 세계적으로 집단 감염병으로 대유행하고 있는 코로나 19의 경우처럼 아직도 정확한 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신종 코로나19에 대해 소비자인 일반 국민과 환자들은 공급자와 의료서비스의 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공급자를 선택하는 데 제한이 있으며, 일단 선택할 경우 공급자를 신뢰하고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의료시장의 주공급자인 의사는 독점적 지식을 가진 전문인으로서 의사결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지키고 수요자의 대리인으로 행동한다. 의료시장에서 자율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따라서 의사는 단지 의학적 필요성에 따라 서비스와 서비스의 양을 결정하며, 환자의 요구를 무시할 수 있고,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서비스를 결정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의료시장에는 경제학적 쟁점인 시장실패(market failure)가 존재한다. 시장실패는 완전경쟁시장에서 볼 수 있는 공급자의 자유로운 시장진입과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완벽한 정보 제공이 되지 않아 소비자의 선택뿐 아니라 가격,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량에 왜곡이 생길 때 초래되는 현상이다. 의료시장은 완전 경쟁시장과는 달리 공급자의 독점적 지위, 의료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무지와 정보 부족으로 시장실패와 정부의 개입이 발생한다.

의료시장에서 공급자의 자유로운 시장진입을 제한하는 것은 정부이다. 지난해 정부가 공공병원 확대와 함께 의대 신설과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정책과 의료계의 반대에 따른 갈등과 충돌은 바로 이 같은 의료시장의 실패에서 비롯된 정부의 의료공급에 대한 간섭으로 설명될 수 있다.

대부분 국가는 의료시장 실패에 따른 자원분배의 왜곡을 시정하고 분배의 형평성을 기하기 위하여 국가가 의료시장에 개입한다. 가장 강력한 형태의 국가 개입은 정부가 의료서비스를 직접 공급하거나 통제하는 형태로서 영국의 국민건강서비스(Natinal Health Services)가 대표적이며 스웨덴, 뉴질랜드 등도 이 같은 형태를 갖추고 있다. 보편적 형태의 국가 개입형태는 정부가 사회보험을 통해 진료비와 진료비 지불 방법을 결정하는 것으로써 우리나라와 독일, 일본 등 많은 국가에서 이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국가의 의료시장 개입이 가장 적은 국가는 미국으로서 국가 프로그램인 메디케어(mdecare)와 메디케이드(mddicaid) 환자에 대한 진료에만 국가가 개입하고, 민간 의료 수요는 민간의료보험에서 공급은 주로 민간 병·의원에서 담당하는 형태이다. 물론 민간의료보험은 의료관리조직(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HMO) 방식을 통해 직접 병원을 운영하거나 진료 공급자와의 계약을 통해 진료 가격과 진료량을 부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실패를 시정하기 위한 정부 개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의 비효율성에 따른 정부의 실패문제다. 정부가 의료의 수요와 공급을 모두 통제하고 독점할 경우, 독점과 경쟁의 결여로 인한 비효율성과 관료제의 병폐에 따른 비효율성이 생긴다.

의료 자원 배분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경제적 논리보다 정치적 판단을 중요시하여 경제적 효율성보다는 단기적인 정치적 득실을 중시할 수 있다. 이 같은 의료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의 이유와 목적을 정확히 알아야 의료계도 일방적인 정부 정책에 맞서 대안을 제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건강경제학을 의사들이 배워야 하는 진짜 이유다. 

김영학 대기자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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