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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정신치료 관점에서 본 사성제 팔정도 (2)

  • 입력 2021.04.28 15:27
  • 기자명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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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이제 팔정도를 제 나름으로 정신치료적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이를 통해 팔정도가 정신 건강에 유익한 이유를 개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른 견해는 사성제를 아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성제를 불교정신치료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고성제란 우리가 몸과 마음을 가진 한 몸과 마음에서 오는 괴로움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그 바른 앎은 괴로움이 올 때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스스로 괴로움을 더하지 않도록 하게 하는 토대가 됩니다. 우리는 괴로움이 오면 보통은 습관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1차적 괴로움에다 자꾸 괴로움을 덧붙여 그것이 더 증폭되도록 합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으로도 괴로워하고, 인간관계에서 힘든 일이 생기면 상대를 미워하는 식이지요. 그런데 몸이 아프다고 마음까지 아플 필연적인 이유는 없으며, 사람 사이에 갈등이 있다고 상대를 미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 2차적 괴로움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괴로움이 왔을 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관찰해보세요. 그러면 괴로움이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걸 보게 됩니다.

집성제는 괴로움의 원이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원인을 아는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렇게만 되면 그것에 변화를 주어 괴로움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원인을 찾아도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괴로움이 있을 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고 받아들입니다. 예를 들어 몸이 아픈데 이유를 모른다면, ‘내가 이렇게 아픈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아플 만한 무언가가 일어났기 때문에 아프다.’하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자신을 비난하라는 건 아닙니다. 그저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아픈 거라고 받아들이고, 아픈 데 대해 두려워하거나 화를 내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하면 아픈 것에서 파생되는 두려움이나 불안 같은 것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멸성제는 괴로움이 사라질 만한 것을 하면 괴로움이 사라진다는 걸 아는 것입니다. 만약 몸이 아프다면 아픈 것이 없어질 만한 조치를 취하면 건강해질 거라는 걸 아는 것이지요. 제가 환자들을 안심시키는 방식 가운데 하나가 이 멸성제에 기초하여 말을 하는 것입니다. “환자분이 이렇게 된 데에는 뭔가 과정이나 이유가 있습니다. 따라서 그것이 없어질 만한 노력을 충분히 하면 증상도 반드시 사라집니다.” 그 다음에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해줍니다.

도성제는 괴로움의 원인을 제거하는 여덟 가지 올바른 노력인 팔정도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여덟 가지 올바른 노력은 바른 견해, 바른사유, 바른 말, 바른 행위, 바른 생계, 바른 정진, 바른 마음챙김, 바른 삼매입니다. 바른 견해는 자신의 문제나 괴로움, 고통에 대해서 바르게 아는 것입니다. 고성제, 집성제, 멸성제, 도성제에서 설명한 대로 아는 것이 바른 견해입니다. 바른 사유는 그렇게 바로 알고 뒤이어 바르게 마음을 먹는 것입니다. 괴로우니까 술을 마셔야겠다, 불편하니까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 우울하니까 음식을 먹어야겠다, 짜증이 나니까 남을 괴롭혀서 마음을 편하게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게 아니라 사성제에 바탕을 두고 바른 노력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도움이 안 되는 것을 멈추고, 자신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입니다.

바른 말은 나와 남에게 해가 되는 말을 삼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고 여기고 거짓말 등을 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런 말들은 남에게도 해가 되고 나에게도 해가 되어, 결국엔 나를 괴롭게 합니다. 정신인식과정을 설명하며 속행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 거짓말을 하면 속행 과정에서 나에게 나쁜 일이 계속 벌어져 그 과보가 모두 내게 옵니다. 그리고 상대가 나의 그 거짓말을 알게 되면 나를 불신하여 외면하는 일도 벌어지겠지요. 바른 행위는 남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삼가서 나에게 해가 돌아오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길을 모색하는 것이지요. 바른 생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에게 피해가 가는 일로 생계를 꾸리는 것을 삼가는 것입니다. 남에게 피해가 가는 일을 생계로 하면 남에게도 피해가 가지만 결국엔 나에게 피해가 옵니다. 이런 것을 피하면 내게 불리한 조건이 형성되지 않아 정신 건강에 유리해집니다.

바른 정진이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 중에 정신 건강에 해가 되는 것은 멈추고 정신 건강에 이로운 것은 계속하며, 지금 하고 있지 않은 것 중에 정신 건강에 해가 되는 것은 앞으로도 하지 않고 정신 건강에 이로운 것은 하도록 노력하는 걸 뜻합니다.

바른 마음챙김은 마음을 현재에 집중하는 건데, 그렇게 하면 두 가지 이득이 있습니다. 첫째 이득은 마음이 과거와 미래로 갔을 때 오는 괴로움과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음은 언제나 대상에 가서 그 영향을 받습니다. 또 한 번에 한 곳밖에 가지 못합니다. 마음이 현재에 있다는 건 과거나 미래에 갈 수 없다는 뜻이지요. 대체로 과거와 미래는 우리에게 괴로움과 손해를 주는데, 마음이 거기에 가지 않으니 과거와 미래가 주는 괴로움과 손해가 우리에게 오지 않는 것입니다. 이게 바른 마음챙김을 했을 때 일어나는 직접적인 이득입니다. 그리고 마음은 자꾸 가는 쪽으로 길이 나게 되어 있어서, 마음을 현재에 두는 노력을 하면 손해 안 보는 쪽으로 길이 나게 됩니다.

둘째 이득은 마음의 본래 기능에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마음이란 ‘아는 기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지금 컵을 들면서 여기에 집중하면, 현재 일어나는 현상을 정확하게 알게 됩니다. 현재에 일어나는 현상이란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그걸 정확히 안다는 건 몸과 마음의 속성을 알게 된다는 뜻이고, 이는 모든 것이 변하고 고통이며 실체가 아님을 깨우친다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분명한 앎이 생겨 알고 모르고가 분명해져서,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모르고서 하는 것이 없어집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가 생기고, 사기 같은 것도 잘 안 당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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