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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정신치료 관점에서 본 사성제와 팔정도 (3)

  • 입력 2021.05.07 15:12
  • 기자명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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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바른 견해는 사성제를 아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성바른 삼매에 이르기 위해 선정을 닦으면 여러 가지 이득이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이득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이득은, 자기에게 손해가 되는 대상으로 간 마음을 쉽게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선정이란 마음이 한곳에 모인 상태이므로, 그에 이르기 위해서는 선정 대상 이외의 것을 모두 내려놓아야 합니다. 따라서 선정 수행에서는 마음이 다른 곳으로 갔을 때 얼른 내려놓고 다시 선정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는 훈련을 반복하게 됩니다. 그 결과 마음의 내려놓는 힘이 강력해집니다. 그러면 내가 원치 않거나 나에게 손해가 되는 대상으로 마음이 갔을 때 쉽게 그 대상을 놓아버릴 수 있습니다. 심지어 떼어내기 힘든 강박적인 생각조차도 쉽게 내려놓을 수 있게 됩니다. 선정의 정신치료적인 가치가 엄청나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면 괴로운 생각이 우리에게 발을 붙일 수 없습니다 생각이 일어나는 순간에 탁 놓아버리기 때문입니다.

둘째 이득은, 선정이란 번뇌가 없는 상태이므로 선정에 들어 있는 동안 행복하게 머무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선정을 ‘지금 여기에서의 열반’이라고까지 말씀했습니다. 저는 현재 집중, 선정, 열반이 모두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괴로움이란, 괴로움을 주는 대상을 우리가 붙잡고 있기 때문에 오는 것이므로 현재 집중, 선정, 열반 상태에서 괴로움은 있을 수 없습니다. 선정 수행을 하면, 꼭 선정에 이르지 않더라도 마음이 점점 편해지는 상태가 됩니다. 하면 한 만큼 그렇게 됩니다. 직접 해보시면 분명하게 체험하실 겁니다.

셋째 이득은, 선정에 이르면 지혜의 눈이 생겨서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궁극적 물질과 정신을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자기 자신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되면, 정신인식과정을 설명하며 말씀드렸듯이 자기에게 손해가 되는 것을 안 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탐욕, 성냄, 어리석음에 바탕을 둔 것들이 결국엔 손해라는 것을 알고 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도박하는 사람이 수행을 하여 선정에 이른다면, 도박으로 돈을 따더라도 자기에게 손해가 된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되기 때문에 도박을 끊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대로 사성제와 팔정도는 우리의 정신을 건강하게 해주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실천 가능한 실천 도구입니다. 불교에는 이 밖에도 우리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다 사성제와 팔정도 안에 들어갑니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니 잘 새겨두시기 바랍니다.

부처님은 어떻게 치료했을까

경전을 보면 고통을 안고 부처님을 찾아오는 사람들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부처님 앞에서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하며 부처님에게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묻습니다. 부처님은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각자에게 맞는 해법을 제시하고, 부처님을 찾은 이들은 모두 평온을 얻습니다. 부처님은 남의 마음을 읽는 능력인 타심통을 갖고 있기에 상대의 마음을 정확히 읽고 그를 움직일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써서 고통을 치료하고 깨달음에 이르게 해줍니다. 그렇다면 과연 부처님은 그들을 어떻게 치료했을까요? 경전에 나오는 세 가지 사례를 들려드리겠습니다.

1. 폭력적인 왕자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담은 <자따까>라는 경전이 있습니다. 그 경전에, 부처님이 전생에 보살이었을 때 폭력적인 왕자를 제도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성질이 무척 거칠고 사나웠던 그 왕자는, 신하와 성직자의 말은 물론이고 아버지인 왕의 말도 듣지 않았습니다. 왕자가 악한 행동을 할 때 그를 만류하면 성질도 더 부리고 행동도 더 거칠어졌기 때문에 나라의 누구도 왕자를 막지 못했습니다.

그때 보살이었던 부처님은 히말라야에서 수행을 하다가 필요한 물품이 있어 바라나시의 한 동산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왕이 보살을 보고서 그 위의에 감탄한 나머지 보살을 모시게 되었고, 왕자를 보살에게 부탁합니다.

보살이 어느 날 왕자와 함께 동산을 거닐다가 아직 작고 어린 임바나무를 보고 왕자에게 말합니다. “저 나무의 잎을 하나 따서 씹어보십시오.” 왕자는 나뭇잎을 하나 따서 씹어보고는 몸서리치며 뱉습니다. 그러고는 나뭇잎을 모두 따서 땅에 던졌습니다. 임바나무의 잎이 굉장히 독하기 때문이었지요. 그런 왕자를 보고 보살이 말합니다. “왕자님은 지금 임바나무의 잎을 씹어보고, ‘이렇게 어린 나무조차 이런 독을 갖고 있으니 장차 자라면 어떻겠는가!’라고 생각하고 잎을 모두 따서 땅에 던졌습니다. 지금 당신이 이 나무에 대해서 느낀 것을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서 똑같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들은 ‘저 왕자는 아직 어린데도 저렇게 잔인하고 난폭하다. 만일 성장하여 왕이 된다면 어떻겠는가! 우리는 그 왕에게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라고 생각하여 당신을 왕위에 오르지 못하게 하고는 나라 밖으로 쫓아낼 것입니다. 저 임바나무처럼 되지 말고 지금부터는 인자하고 관대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왕자는 세상이 무서운 줄을 알고 이후 온순한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부처님을 ‘비유의 왕’이라고 말하는 불교학자들이 있습니다. 경전을 보면 부처님은 이야기를 할 때 상대를 움직이게 하는 뛰어난 비유를 들어 말하는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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