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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어떻게 치료했을까 (2)

  • 입력 2021.05.17 15:03
  • 기자명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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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2. 외아들을 잃고 실성한 여자

끼사고따미라는 여인은 어린 아들이 갑자기 병으로 죽어 엄청난 절망에 빠집니다. 그녀는 실성한 사람처럼 아들의 시신을 가슴에 품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을 만날 때마다 아들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묻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와 부딪히는 게 싫어 그녀를 피해 다녔고, 이에 끼사고따미는 더욱더 깊은 수렁에 빠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를 딱하게 여긴 한 사람이 부처님을 찾아가면 방법이 있을 거라고 일러 줍니다. 끼사고따미는 그길로 부처님을 찾아가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고 아들을 살릴 방법을 붇습니다. 이에 부처님은 말씀합니다.

“마을에 내려가서 지금까지 아무도 죽어 나간 적이 없는 집을 찾아 겨자씨를 얻어 오면 아들을 살려주겠다.”

끼사고따미는 마을로 내려가 이 집 저 집의 문을 두드리며 사람이 죽어 나간 적이 있는지 없는지를 묻습니다. 하지만 어느 집에서도 사람이 죽어 나간 적이 없다는 대답을 듣지 못합니다. 그렇게 그녀는 아무런 소득 없이 부처님에게 돌아옵니다. 실은 아무런 소득이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태어난 것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며 정신을 차린 상태였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부처님은 이런 말씀을 들려줍니다.

“너는 혼자만 아들을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 이것이 죽음의 법칙이다.”

부처님은 누구에게나 무작정 사실을 들이대는 식으로 하지 않습니다. 끼사고따미처럼 가르침을 받을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는 그가 납득 할 만한 방식으로 배울 준비를 시킵니다. 그런 사람들은 배울 준비를 하는 동안 스스로 무언가를 깨닫게 되고, 부처님은 적당한 때가 왔다는 판단이 들면 그에게 진리를 들려줍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들은 끼사고따미는 출가하여 아라한이 됩니다.

3. 아들을 잃고 슬픔에 빠진 장자

부처님을 따르는 한 장자(덕망이 있는 큰 부자)가 아들을 잃고 슬픔에 빠진 나머지 일주일 동안이나 음식을 먹지 않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를 불쌍히 여긴 부처님이 그의 집에 찾아가서 말씀을 들려줍니다. 그 말씀이 《숫따니빠따》 제3품에 나오는 <화살의 경>입니다. 길지 않으니 전부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부처님을 ‘비유의 왕’이라고 말하는 불교학자들이 있습니다. 경전을 보면 부처님은 이야기를 할 때 상대를 움직이게 하는 뛰어난 비유를 들어 말하는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화살의 경

1. 세상에서 결국 죽어야만 하는 사람의 목숨은 정해져 있지 않아 알 수 없고 애처롭고 짧아 고통으로 엉켜 있습니다.

2. 태어나 죽지 않고자 하나, 그 방도가 결코 없습니다. 늙으면 반드시 죽음이 닥치는 것입니다. 뭇 삶의 운명은 이러한 것입니다.

3. 결국 익은 과일처럼 떨어져야 하는 두려움에 처합니다. 이처럼 태어난 자들은 죽어야 하고 항상 죽음의 두려움에 떨어집니다.

4. 이를테면, 옹기장이가 빚어낸 질그릇이 마침내 모두 깨어지고 말 듯이, 사람의 목숨도 또한 그렇습니다.

5. 젊은이도 장년도 어리석은 이도 현명한 이도 모두 죽음에는 굴복해버립니다. 모든 사람은 반드시 죽습니다.

6. 죽음에 패배당하여 저 세상으로 가지만, 아비도 그 자식을 구하지 못하고 친지들도 자신들이 아는 자를 구하지 못합니다.

7. 친지들이 지켜보지만, 보라 매우 애통해하는 자들을! 죽어야 하는 자들을 하나씩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처럼 끌려 갑니다.

8. 이렇듯 세상 사람은 죽음과 늙음에 삼켜져버립니다. 그러므로 현명한 사람들은 세상의 이치를 알아 슬퍼하지 않습니다.

9. 그대는 오거나 가는 사람의 그 길을 알지 못합니다. 그대는 그 양 끝을 통찰해보지 않고 부질없이 슬피 웁니다.

10. 미혹산 자가 자기를 해치며 비탄한다고 해서 무슨 이익이라도 생긴다면, 현명한 자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11. 울고 슬퍼하는 것으로서는 평안을 얻을 수 없습니다. 다만 더욱더 괴로움이 생겨나고 몸만 여윌 따름입니다.

12. 자신을 해치면서 몸은 여위고 추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망자를 수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비탄해한들 무익한 일입니다.

13. 사람이 슬픔을 버리지 않으면 점점 더 고통에 빠져듭니다. 죽은 사람 때문에 울부짖는 자들은 슬픔에 정복당한 것입니다.

14. 스스로 지은 업으로 인해 태어날 운명에 처한 다른 사람들, 죽음에 정복당해 전율하는 세상의 뭇삶들을 보십시오.

15. 어떻게 생각할지라도, 그것은 생각처럼 되지 않습니다. 세상을 떠남도 이와 같으니, 저 자연의 이치를 보십시오.

16. 가령 사람이 백 년을 살거나 그 이상을 산다고 할지라도 마침내는 친족들을 더나 이 세상의 목숨을 버리게 됩니다.

17. 거룩한 님께 배워, 죽은 망자를 보고서는 ‘나는 그를 더 이상 보지 못한다.’라고 비탄하는 것을 그쳐야 합니다.

18. 단호하고 지혜롭고 잘 닦인 현명한 님이라면, 보금자리에 불난 것을 물로 끄듯, 바람이 솜을 날리듯, 생겨난 슬픔을 없애야 합니다.

19. 자신을 위해 행복을 구하는 님이라면, 자신에게 있는 비탄과 애착과 근심과 자기 번뇌의 화살을 뽑아버려야 합니다.

20. 번뇌의 화살을 뽑아, 집착 없이 마음에 평안을 얻는다면, 모든 슬픔을 뛰어넘어 슬픔 없는 님으로 열반에 들 것입니다.

부처님은 장자를 따뜻한 말로 위로하는 대신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에 바탕을 둔 돌직구를 날립니다. 아마 장자가 말을 알아들을 만한 수준이 된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그러고는 울며 슬퍼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해가 된다, 그건 무지의 소산이다, 라고 지적한 다음, 비탄과 탐욕과 근심과 자기 번뇌의 화살을 뽑아 집착 없이 평안을 얻는다면 슬픔이 없는 열반에 들 것이라 격려합니다. 세상의 이치는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니 집착을 버리고 받아들여야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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