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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덴바덴 축제극장의 외관 옛 기차역에서 축제의 중심으로

Doctor's Music / 축제의 공간

  • 입력 2021.05.18 08:15
  • 기자명 진혜인(바이올리니스트/영국왕립음악대학교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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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덴바덴 축제극장의 외관
바덴바덴 축제극장의 외관

[엠디저널] 경칩과 식목일은 생태계 시간으로 보면 아직 이른 감이 있다. 본격적으로 식물이 움트고 겨울잠에서 동물이 잠에서 깨어나는 시기는 4월이지만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일상은 생태계의 시계와는 반대로 많은 것들이 아직 동면에 있는듯 했다. 그러나 어느덧 계절이 바뀌어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의 햇살에 꽃봉오리는 하루가 다르게 고개를 내밀고, 초록의 새순이 기지개를 켠다. 지난 달은 봄이 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면 찾아온 4월은 만개한 꽃향기가 우리를 설레게 한다. 생명과 성장, 변화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자연의 에너지를 바라보노라면 일시적 소생이 아닌 영원한 생명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계절의 변화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며 보는 이들을 설레게 한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은 여행에 대한 목마름으로 모두 SNS 여행 사진이나 과거의 해외여행 사진을 찾아보거나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여행 동영상을 찾아본다는 설문 결과가 있다.

또한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복잡한 관광지가 아닌 자연 속에서 휴식하며 예술과 문화를 즐기는 조용한 휴가를 보내는 곳을 찾고 있다.  

대도시의 생활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소모된 이들의 심신을 재충전해주는 독일 남서부 지역의 소도시, 바덴바덴(Baden-Baden)에서 이 계절이 되면 열리는 축제가 있다.

올해 3월 27일부터 4월 5일까지로 예정(이후로 연기됨)되었던 바덴바덴 부활절 축제(Easter Festival Baden-Baden)가 그러하다. 바덴바덴 축제극장(Festspielhaus)은 매년 5개의 축제를 개최하는데, 절기별로 부활절, 오순절,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축제로 이루어져있고 최소 하나의 오페라 프로덕션과 다수의 클래식 공연을 올린다.

독일의 바덴바덴은 유명한 휴양 도시이자 세계 최초의 카지노가 생긴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1981년 사마란치 IOC 위원장이 서울을 88올림픽 개최지로 발표했던 곳으로 기억된다. 온천의 도시로 기억되는 이곳은 바덴(Baden)이라는 말 자체가 ‘온천’이라는 의미의 독일어로 바덴바덴은 ‘바덴 주의 바덴’이라는 뜻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크주(Land Baden-Württemberg) 칼스루에(Karlsruhe)에 있는 이 도시는 고대 로마 로마 제국 시대부터 온천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당시에 있던 목욕탕 터가 남아 있다. 이곳은 1808년부터 온천휴양지로 알려지기 시작하여 19세기 중엽 빅토리아 여왕과 나폴레옹 3세가 치료 효과가 있는 이곳의 온천을 즐겨 찾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유럽의 여름철 ‘수도’라고 불리기도 한다. 온천의 발달은 이 지방의 발달로 연결되어 세계적인 수준의 레스토랑과 카페도 많이 들어서면서 많은이들이 휴식을 위해 발걸음을 하게되고 자연스레 관광 사업이 발달하게 되었다.

신고전주의 양식을 간직한 축제극장의 로비 내부
신고전주의 양식을 간직한 축제극장의 로비 내부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바덴-바덴

19세기에는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을 받고 정신과 육체의 안식처가 되었다. 브람스는 이곳에 집을 구해 거주했고 베를리오즈, 바그너 등도 모두 이 도시와 사랑에 빠졌다. 리하르트 바그너는 후원자인 바이에른의 루트비히 2세의 결정으로 바이로이트 축제극장(Bayreuth Festspielhaus)이 되기 이전에는 사실 이곳에서 자신의 극장을 짓고싶어 했다는 전언도 있다.

러시아 황제를 따라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등의 문인들도 추위를 피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도박사’의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유럽의 많은 곳에서 온천이 개발되고 관광객도 자연스럽게 감소했다. 이에 대한 대처로 좋은 극장에 올리는 좋은 공연을 올리는 것을 기획하게 되었다. 이에지역 유지들은 기금을 조성하고 시 당국도 무상으로 부지를 제공했는데, 그곳이 바로 바로크 양식과 신고전주의 양식을 간직한 옛 중앙역 건물이었다. 이곳은 현재 티켓박스와 로비로 활용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건축가의 아이디어로 이를 그대로 유지하고 옛 중앙역 청사 뒤에 현대식 새 극장을 지어 1998년 4월 18일 역사를 간직한 새로운 극장인 바덴바덴 축제극장(Baden-Baden Festspielhaus)으로 탄생했다.

바덴바덴은 역사 속 휴양 도시에서 이제는 유럽의 문화도시로 변화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바덴바덴 축제극장이 있다. 객석 수는 2,500석으로 2,700석의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에 이어 유럽 오페라 극장 중 두 번째로 많은 객석을 확보하고 있다.

이곳의 축제 시즌은 매년 9월에 시작해 7월 말까지 운영되며, 새로 무대에 올려지는 오페라들의 초연으로 그 막을 올린다. 바덴바덴 축제극장은 공연을 기획하고 개최하지만, 자체적으로 실내악 앙상블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매년 다양한 메이저 오페라를 기획하고 유명 지휘자를 초대한다. 바덴바덴 부활절 축제 무대에 올려지는 오페라의 오케스트라는 현재 베를린 필하모닉이 맡고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이 오페라 오케스트라 피트(pit)에서 연주하는 것은 1년 중 바덴바덴 부활절 페스티벌 공연 기간이 유일하다. 지휘자 사이먼 래틀 경도 베를린 필의 음악감독직을 사임하기 전 이곳 바덴바덴 부활절 축제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를 연주하며 많은 이들의 기대감과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을 느끼게 했다.

바덴바덴 축제극장의 무대에서 바라본 객석
바덴바덴 축제극장의 무대에서 바라본 객석

항상 연주가 끊이지 않는 축제 그 자체, 축제극장

보통 다른 극장들에서는 페스티벌 기간이 정해져 있어 그 시기에만 연주가 몰려 있지만, 이곳에서는 1년에 걸쳐 공연이 이루어지는 형태로 운영된다. 연중 내내 공연이 있지만 특히나 네 차례의 축제 기간에는 더 좋은 공연과 유명 연주자들을 만날 수 있다.

이곳 운영 시스템의 또다른 특징은 정부지원금이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 유럽에서는 이 바덴바덴 축제극장이 최초의 민영 오페라 극장인 것이다. 자체적으로 티켓 판매 수익과 DVD 판매 수익으로 예산을 운용하고, 공연이 없는 날은 극장을 레코딩 스튜디오로 활용하여 자금을 충당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와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도 이곳에서 음반 녹음작업을 했다.

바덴바덴 부활절 축제는 본래 교회력 절기인 고난주간 운영되지만, 현재 인류 공통의 고난인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5월 6일부터 9일까지 간소화된 프로그램으로 축소 운영될 예정이다. 베를린 필하모닉과 상임지휘자 키릴 페트렌코(Kirill Petrenko)의 지휘로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 ‘마제파(Mazeppa)’를 연주할 예정이다. 부활절 기간 동안 바덴바덴 축제극장은 무료로 라이브 스트리밍 축제인 ‘Hausfestspiel’을 운영할 예정으로, 베를린 필하모닉의 단원이 참여하는 다양한 앙상블도 함께할 예정이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를 무료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이 기회를 ‘가정음악 축제’의 기간으로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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