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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논쟁 종식으로 ‘건강한 나라’ 만들자
  • 장석일 (가톨릭의대 산부인과 외래교수, 의학박사)
  • 승인 2021.05.1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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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정치 노선을 표방한 대립구조로 국민이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 공산주의의 몰락으로 이제는 지구촌 어느 곳에서도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 이론이 국가 운용의 중심일 뿐 보수와 진보 논쟁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수십 년간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극심하다. 문제는 갈등 구조가 합리성을 잃어버리고, 기본적인 논리도 없으면서 목적마저도 선명하지 않기에 폭력적이고,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발전을 저해하고, 사회통합을 방해하여 궁극적으로 민주 질서를 파괴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보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중시하고, 진보는 공익을 우선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수는 효율성을, 진보는 형평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실제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가치가 서로 혼재되어 존재한다. 따라서 한국사회의 정치적 이념논쟁은 보수와 진보라는 틀로 구별될 수 없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 구조는 현대 정신분석학의 주류를 차지하는 ‘대상관계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산업화시기에 아버지는 새벽에 나가 아이들이 잠든 깊은 밤에 돌아오면서 아버지의 존재와 함께 권위도 사라졌다. 이와 함께 사회적으로도 질서를 지탱하는 권위에 대한 순응의식이 사라졌다. 요즈음 한국 사회에서는 모든 권위를 부정하고 오직 자신들의 주장만이 진리로 착각하는 현상을 자주 본다. 반민주적 행동에 의한 권위는 물론 인정받을 수 없다. 본인들이 원하지 않는 결과에 대해서는 법 자체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을 정신분석적으로 가정에서 아버지의 권위 상실이 초자아가 자아이상을 억제하지 못하는 풍조로 확산 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사회는 농경문화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농경사회에서는 집단의식과 지역주의가 농사를 짓기 위해 필요했다. 대한민국은 북한의 공산혁명에 반대하여 수립되었다. 자연히 공산주의의 반대세력인 자유민주주의 세력이 주류가 되었고, 군사정권시절에는 정권유지를 위해 반대세력을 친북좌파로 매도하는 일이 생겼다. 문민정부 이후에는 민주세력이 군사정권 세력을 산업화를 이룬 공적은 무시하고 수구반동으로 비판하였다. 목적중심의 사고와 흑백논리의 무의식이 이념갈등을 항상 양극의 극한 상태로 몰고 갔다. 우리나라에서 보수는 군사정권의 협조자로, 진보는 친북좌파로 확대되는 콤플렉스로 갖게 되었다.

우리의 정당은 역사도 짧지만, 정강·정책적 차별보다는 3김 등 인물중심의 정치를 펼쳐왔다. 이념과 정책의 차이가 없다 보니 감성의 정치를 할 수밖에 없고, 감성적 양극화를 통해 자기 집단의 응집력을 최대한 강화시켰다. 정당의 역할이 감소하면서 시민단체는 국민의 참여를 통해 스스로 해결하는 직접민주주의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정부를 상대로 자기 단체의 목적달성을 위해 국민을 선동하고, 제도권을 무시하는 민중적 집단행동 등 길거리 집단 시위를 조장하는 정치적 퇴행성도 보였다. 

실제 우리나라의 시위문화는 반복되면서 연습되고, 학습되면서 선동기술이 발전하고 집단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이벤트 등 엔터테인먼트(유흥화)가 동원되었다. 자기들의 주장만이 
옳다는 환상성을 갖게 되면서 군중심리와 연결되어 양극 논리만 존재하는 정치적 폭력사태도 유발해왔다. 촛불집회나 태극기집회도 합리적 타협이 없이 상대방에 대한 퇴행적 적개심만 표출된다면 국민통합은 어렵게 된다.

현대사회는 다양화 시대라고 한다. 많은 사회적 가치가 공존하면서 사람의 정신구조도 다양하게 유도하는데 취약한 자아를 갖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하나로 응집되지 못하고 조각이 난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를 다중인격장애에 속하는 ‘동시성적 자아’라고 표현한다. 한마디로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처럼 일관성이 없이 자기에게 유리하게만 사용한다. 마음의 갈등도 없이, 일정한 논리도 없이 자기변명만 정당화하면서, 타인에게는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는 흑백논리를 부추겼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상황에 따라 말을 자주 바꾸는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원인이 한국사회의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 등 사회적 갈등의 이유라고 생각된다. 질병의 원인을 찾았다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한국사회의 갈등의 퇴행성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으로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국가 선진화 목표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반적으로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하는데, 그 하나는 구조변화를 하는 제도 개선이고, 다른 하나는 교육과 홍보가 필요한 문화개선 운동으로 국민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여기에 추가로 정신분석 이론을 통한 정신치료로 스스로 문제점을 분석하고, 인식시킴으로써 행동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질병이 없는 상태에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 상태로 정의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정신적 불안전성과 사회적 갈등이 매년 악화되어 건강한 나라가 되는 길은 요원할 것이다. 우리 부모세대가 우리에게 ‘잘사는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 노력했다면, 우리 세대는 ‘건강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장석일 (가톨릭의대 산부인과 외래교수, 의학박사)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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