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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정신치료의 세 가지 원리
  •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승인 2021.06.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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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을 바탕으로 저는 불교정신치료의 세 가지 원리를 정리했습니다. 첫째 원리는 ‘몸과 마음의 속성 파악’입니다. 우리의 모든 것은 몸과 마음에서 일어납니다. 괴로움도 몸과 마음에서 일어납니다. 따라서 그 몸과 마음이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알 때 병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오온(五蘊), 즉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색(色)은 몸, 수상행식은 마음입니다. 마음의 구성요소 가운데 수(受)는 느낌입니다. 상(想)은 우리가 뭔가를 보고 딱 아는 겁니다. ‘칠판이구나, 마이크구나.’ 하고 알고, 처음으로 본 것은 ‘이거는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새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인식 작용이라고 합니다. 행(行)은 우리가 의도, 의지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식(識)은 마음의 근본 작용, 다시 말해 무엇을 아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어떤 속성을 가졌느냐, 다시 말해 몸과 마음이 어떻게 되어서 우리에게 병이 생겼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병이 안 나는지를 아는 것. 이것이 불교정신치료의 첫째 원리입니다.

둘째 원리는 ‘세상이 움직이는 원리 이해’입니다. 세상은 세상이 움직이는 원리에 따라 움직입니다.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런 세상의 원리와 나의 생각이 충돌할 때 괴로움이 오고 그 괴로움을 잘 처리하지 못하면 정신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괴로움이란 건 일단 하나가 생겨나면 눈덩이처럼 자꾸자꾸 불어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괴로움이 있으면 고통스럽기도 하고 정신적인 문제도 생깁니다. 그래서 이 괴로움을 잘 이해하고 다스리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것이 불교정신치료의 핵심입니다. 

셋째 원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한 것입니다. 괴로움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지혜로워야 합니다. 제가 말하는 지혜란, 그저 실제를 있는 그대로 아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에 대한 지혜는 주식시장이 어떤 원리로 운영되는지를 아는 것이고, 장사에 대한 지혜는 어떻게 하면 장사가 잘되고 어떻게 하면 망하는지를 아는 겁니다. 사람에 대한 지혜는 상대의 마음속에 지금 무엇이 있는지, 그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그 사람하고 잘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겁니다. 죽음에 대한 지혜는 죽었을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아는 겁니다. 태어남에 대한 지혜는 태어나는 과정을 아는 겁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의 생각과 실제의 차이만큼 괴로움도 정신적인 문제도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정신치료의 목표도 결국은 내담자로 하여금 세상과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보도록 하여 생각하고 바라는 것이 세상 돌아가는 것과 맞아 떨어지게끔 이끄는 것입니다. 생각과 바람이 잘 실현되는데 정신적인 문제가 일어날 리는 없을 테니까요. 이런 면에서, 불교정신치료의 셋째 원리는 ‘지혜계발’입니다. 자기만의 생각이 아닌 세상과 통하는 지혜로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어지는 강의에서 불교정신치료의 세 가지 원리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는 몸과 마음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것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몸과 마음을 정확히 알면 우리에게 왜 병이 생기고, 어떻게 해야 병에서 벗어나 정신 불건강에서 정신 건강으로 갈 수 있는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몸과 마음의 속성 이해’를 불교정신치료의 첫째 원리로 소개합니다.”

괴로움은 어디서 오는가

저는 어떤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가 생긴 원인을 철저히 파악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항상 생각합니다. 어떤 문제가 생긴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니 그 원인을 철저히 살피고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래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원인은 A인데 그에 맞지 않는 대처를 하면 절대로 원하는 변화가 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문제의 원인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게 실제를 보는 겁니다. 불교의 사성제가 바로 이 원리를 바탕으로 되어 있습니다.

괴로움은 나로부터 오기도 합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만나는 분들 대부분이 스스로 괴로움을 만듭니다. 환자들은 대부분 스스로 만든 감옥에 들어가 있습니다. 누가 넣은 게 아니라 스스로 들어간 거예요. 그러니 나오는 것도 스스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기는 합니다.

괴로움은 남으로부터 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제를 잘 살펴보면 남으로부터 괴로움이 오도록 유발하는 무언가를 내가 했기 때문에 그러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물론 내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괴로움이 바깥에서 밀려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남으로부터 괴로움이 와도 내가 접수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남으로부터 온 괴로움에 대해서 내가 전혀 괴롭지 않게 반응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괴로움이란 결국 나를 통해서 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내 마음을 다스릴 수만 있다면 어떤 것도 나를 힘들게 할 수 없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을 잘 아셔야 합니다.

괴로움이란 우리가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는 것에서 온다고 보시는 게 맞습니다. 누군가 “돈이 없어서 힘들다.”고 한다면, 그에게는 돈 없는 상태를 견디지 못하는 마음이 있는 겁니다. “나는 병이 들어서 힘들다.”고 한다면 병 있는 상태를 견디지 못하는 마음이 있는 겁니다. 내 정신이 강화되면 어떤 것도 나를 괴롭힐 수 없습니다. 이 모델은 부처님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어떤 것도 괴로워하지 않았거든요. 아라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것도 괴롭지 않았어요. 대체로 우리는 돈이 없다는 것에, 아프다는 것에, 가족이 화목하지 못하다는 것에, 사회가 불안정하다는 것에 초점을 두곤 하는데, 그 초점을 정신 쪽으로 옮기는 게 좋습니다. 스스로의 정신을 강화하고 스스로를 바꿔낸다면 어떤 것도 우리를 괴롭히지 못합니다. 그렇게 초점을 전화하여 정신을 강화하는 게 바로 불교입니다.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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