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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의사는 대한의사협회 하기 나름이다

  • 입력 2021.06.16 14:19
  • 기자명 장석일 (가톨릭의대 산부인과 외래교수,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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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대한의사협회는 1908년 11월 15일 의사연구회라는 이름으로 창립하여 올해 113년 되었다. 

조선시대 말에 창립된 연구회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일제의 침략으로 1910년 한일합병이 되지만 국권을 상실해도 의사회 명맥은 이어왔다. 그 와중에 의사는 일제에 항거하는 독립운동가의 가장 많은 직업군 중에 하나가 된다. 의사라는 직업이 그 시대에 얼마 되지 않는 신학문을 배운 지식인이기 때문이다. 결국 일제에 의해 강제 해산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국가를 건국하고 국민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큰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 당시 의사는 존경받는 직업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 의사는 인기 있는 직업인이다. 대학입학 때부터 상위 1%이내의 최고 성적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입학 후에는 다른 학과보다 교육기간도 길지만 학업양도 많아서 학창시절 내내 공부에 대한 압박을 받는다.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5년간의 인턴, 레지던트 수련과정을 우리나라에서는 대다수의 많은 의사가 이수를 한다. 이렇듯 과정이 힘들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학생과 학부모는 의사를 만들고 싶어 한다. 의사가 인기 있는 직업인 이유는 그 과정이 어렵더라도 돈을 잘 벌고, 안정적인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 기술을 독점해서 경제적 부와 사회적 지위를 누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사가 인기는 있으나 존경하지는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다면 이는 의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것이 불충분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4차 산업의 발전으로 가장 먼저 없어질 직업 중에서 의사도 언급되고 있는데 그것이 현실화 된다면 그동안 누려왔던 인기직업의 지위도 잃게 될 수 있다. 

의사는 인간이 필연적으로 맞닥트리는 생로병사에 관여한다. 그러다보니 어느 직업군보다 타인을 배려하고 도울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의사라는 직업이 봉사활동에 익숙한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전 세계를 뒤덮고 폭발적인 전염력을 갖고 있을 때 의사는 그 어느 직업군보다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런 희생이 담보할 때 국민은 의사에게 감사한다. 결국 인기는 존경을 바탕으로 두어야 생명력이 길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회장 집행부가 ‘품위 있고 당당한 의사협회’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의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5월 1일 출범했다. 그러나 세부 목표에 의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항목이 없어서 유감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고 의사의 권리가 축소되는 것도 아니고, 이익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노조는 시위와 투쟁으로 상징되기에 그런 방법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을 얻는다. 의사는 전문가이고 지식인이기에 의사가 잘하는 부분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의료 수고나 의사의 권익을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만으로도 의사가 얻고자 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 그런 방법이 오히려 국민을 내 편에 둠으로써 최고 전문가로서 역할과 지위가 공고해질 것이다. 

의사가 존경받는 직업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113년 된 의사협회가 할 일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대한의사협회는 13만 의사의 모든 역량을 모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언하자. 목표와 방향이 설정되었으니 실천을 하자. 미적대지도 말고 너무 서둘지도 말자. 

이황이 제자 김취려에게 쓴 시이다.

이제부터 하면 되니 무엇이 문제인가?

조금씩 흙을 쌓아 산을 이룰 그날까지

미적대지도 말고,너무 서둘지도 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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