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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엄마들

사랑을 경험하고 가르치는 엄마를 꿈꾼다

  • 입력 2021.07.01 17:29
  • 기자명 김영숙(정신건강의학전문의/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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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얼마 전 발간된 타임지 표지를 보면서 가슴이 싸한 아픔을 느꼈다. 어느 앙증맞게 생긴 꼬마가 유치원에서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 치맛자락을 꼭 잡고 엄마 얼굴을 올려다 보고있는 장면이었다. 아이를 길러 본 엄마들은 아이를 떼어놓기 얼마나 힘든지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타임지 표지 기사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사회생활을 떠나 가정으로 돌아가는 젊은 엄마들의 이야기”

일을 접고 가정에 머무는 여성들

현재 30대 백인, 전문직 여성들 사이에서 많이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아이가 생긴 후에 이들은 그간 열심히 닦아온 케리어를 일단 접어두고 가정에 머무는 추세라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 미국을 주도해 가는 베이비부머들의 딸들이다.

X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은 1969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로 1945년부터 1968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들과 구분된다. 나를 포함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열심히 일했다. 그러면서 가정을 지키려고 애ᄊᅠᆻ다. 가정과 직장, 두 가지를 병행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우리들은 여성의 위치를 향상(?) 시킨다는 사명감으로 벅차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의 어머니들은 고맙게도 집에 계셔 주셨지만 사회적인 존경이나 성취감과는 거리가 먼 존재들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세대들이 태어났던 1971년 통계를 보면 당시에 의사 자격증을 가진 여성은 전체의 9%, 변호사는 전체의 7%, MBA는 4%였다. 30년이 지난 2001년에 여성이 차지하는 숫자는 의사가 43%, 변호사는 47%, MBA는 41%로 각각 늘어났다.

X세대 여성들은 자신의 아기들이 첫 발자국을 디딜 때, 첫마디 말을 할 때 그 옆에 서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훌훌 전문직 일을 떠나기로 결정했단다. 그러나 대부분은 언젠가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껏 미국사회는 이 엄마들을 위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도 그녀가 떠난 빈자리를 지켜주지 않는다. 나 같은 경우에는 천만다행으로 친정 어머니가 이 어려운 일을 도와 주었다. 그래서 이제는 성장한 아이들을 볼때마다 나의 어머니의 사랑을 더욱 실감한다. 그리고 어머니 덕분에 나는 전문직을 포기하지 않아도 됐다.

훌륭한 엄마를 꿈꾸는 X세대

나의 큰딸은 전문직을 가진 X세대이다. 31세의 큰딸이 얼마 전에 전화를 했다. “엄마, 저 임신했어요. 기뻐해 주세요.” 속으로 은근히 기다린 반가운 소식이었다. 계속 하려던 공부는 일단 쉬기로 결정했단다. 아기를 낳은 후에는 본인이 1년간 육아를 하겠단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면서 2살이 되면 아이 아빠가 전업주부로 들어앉을 계획이라고 한다.

스물 여섯 살의 나의 둘째 딸은 변호사다. 아직 특별히 사귀는 사람도 없는 주제에 앞으로 낳을 아이들 숫자를 되뇌인다. 적어도 서너 명은 낳아 기르고 싶다는 야무진 희망을 내비췄다. 그만큼 자녀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아마 이 세대들의 공통점인지도 모른다.

우리 때와 달리 이들은 당분간 전문직을 포기하는 것을 겁내기 않는 듯 하다. 그러면서 가까이 사랑을 경험하고 가르치는 훌륭한 엄마들이 되는 것을 꿈꾸는지도 모른다. 할머니와 엄마, 기타 주위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아니면 받고 싶었던 사랑들을 충분하게 나누어주면서 말이다.

사실 우리 세대는 우리의 부모들보다 고급 승용차를 몰고 풍요하게 살았다. 이제 우리의 아이들이 성인이 됐다. 그들은 더욱 열심히 자녀를 기르겠다고 가정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 옛날에 우리의 어머니들이 그러셨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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