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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의 근원인 암 줄기세포
  • 장석원(충민내과의원 원장)
  • 승인 2021.08.1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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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암 줄기세포는 암 발생 과정 중 특정 세포에서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 체세포가 배아 줄기세포로 역분화된 것이다. 배아 때의 줄기세포로 역분화되었으니, 암 줄기세포가 배아세포인 셈이다. 

정상 줄기세포와 암 줄기세포의 공통점은 우선 자가 복제 능력이 있다. 정상 줄기세포는 자가 복제를 통한 재생으로 개체의 장기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암 줄기세포도 종양을 증식시키는 재생 능력이 있다. 둘째, 분화 능력이 있다. 정상 줄기세포는 각 장기에 필요한 세포로 분화하며, 암 줄기세포 역시 분화하여 다양한 표현형의 이질적인 종양세포를 만든다.

그렇다면 다른 점은 무엇인가? 정상 줄기세포는 자가 조절 능력이 있지만, 암 줄기세포는 자가 조절 기능에 이상이 있다. 정상 줄기세포는 분열을 통해 줄기세포의 수를 엄격하게 조절하지만, 암 줄기세포는 이와 같은 조절 능력에 문제가 생겨 암 줄기세포의 수가 늘어난다. 암 조직 중에서도 암 줄기세포는 1~2% 정도로, 암 줄기세포만이 새로운 암 조직을 만들 수 있다. 즉, 암 줄기세포만이 종양 전파 능력이 있다. 암 줄기세포는 암세포들이 성장, 전이하면서 더욱 변이되어 악성화된다.

암 줄기세포가 암 치료에 중요하다

암 줄기세포는 다른 일반 암세포와 달리 휴지기 상태의 세포와 같이 비교적 얌전하다. 항암 치료는 암 조직 내의 모든 암세포가 분열 능력이 있다고 가정하고 치료하므로, 암세포의 양이 줄어들어 암 조직이 줄어든다. 항암제에 잘 반응하면 마치 암 조직이 사라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암 줄기세포는 휴지기에 있으므로, 세포 주기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를 피해 살아남을 수도 있다. 이처럼 항암제의 공격에 저항하여 살아남아 있다가 적절한 환경이 되면 세포 주기로 들어가 빠르게 증식하여 재발하기도 한다. 

암 줄기세포는 자가 복제 능력이 있어 자기와 같은 암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분화한 여러 암세포들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분화된 세포들은 암 줄기세포와 달리 자가 복제 능력이 없어서 스스로 암세포를 만들어낼 수 없다. 따라서 암 조직에는 암을 생성할 수 있는 암 줄기세포와 암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여러 종류의 세포들이 섞여 있다. 암 줄기세포는 암 덩어리 중 소수이지만 암세포를 만들어내고 대다수의 암세포들은 새로운 암세포를 만드는 능력 없이 그저 암 조직의 일부를 만들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수술, 항암제, 방사선 등으로 암 줄기세포가 아닌 다른 암세포들만 없앤다면 남아 있는 암 줄기세포가 재발을 일으킬 것이다. 결국 암 치료의 목표는 암 줄기세포를 제거하는 것이다. 암 줄기세포가 제거되면 나머지 암세포들은 자가 복제 능력이 없어서 자연히 사멸할 것이다. 

그런데 암 줄기세포는 기존의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에 저항성이 높다. 암 줄기세포는 펌프 시스템이 잘 발달하여 항암제와 같은 독성물질이 암 줄기세포 내부로 들어와 축적되지 못하도록 세포 밖으로 퍼내는 역할을 한다. 항암제처럼 해로운 약을 도로 뱉어내서 암 줄기세포를 보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암 줄기세포는 항암제 치료에도 살아남는다. 오히려 항암 치료를 할수록 암 줄기세포의 증식은 우세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를 항암제에 내성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현재 전체 암 환자 중 30% 정도가 방사선 치료를 받는데, 고형암 내 저산소 환경과 산성 환경이 방사선 효과를 저하시키는 제일 큰 원인이다. 암세포는 산소가 충분한 경우에도 포도당의 해당 작용을 통해 젖산을 생성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산소 환경은 젖산의 형성을 더욱 촉진한다. 정상 조직의 pH는 7.3~7.5로 중성이지만, 암 속의 환경은 pH 6.5~7.0로 산성이다. 산성 환경은 세포 속의 모든 생화학적 반응을 변화시키며, 저산소 환경처럼 여러 가지 유전자 발현을 촉진한다. 그래서 저산소와 산성 환경에 있는 암세포는 방사선에 매우 강해서 방사선 치료 효과를 현저히 저하시킨다. 그 결과 방사선 치료를 해도 암이 재발된다. 

방사선 치료를 하면 방사선 치료된 세포들이 죽는다고 생각하지만, 죽는 것이 아니라 노화될 뿐이다. 늙은 세포가 되면서 다양한 염증 반응 인자들이 만들어지고, 염증 반응 인자들이 여러 가지 염증세포들, 즉 대식세포, 호중구, 호염기구와 같은 염증세포들을 불러들이고 혈관도 많이 만든다. 염증세포는 여러 성장 인자들을 분비해서 방사선 치료 시 손상을 적게 받은 세포들이나 안 받은 세포에 작용해서 암 줄기세포로 바꾸어버린다.

그렇다면 방사선 치료를 받은 후 얼마 후에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방사선을 쬔 뒤 바로 암 줄기세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2~3주 정도 지나면 점점 생겨난다. 재발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줄기세포의 성질을 가진 세포들이 현저히 증가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항암제를 투여하거나 방사선을 조사하더라도 암 줄기세포 이외의 나머지 세포들은 잘 죽지만, 암 줄기세포는 살아남아 재발을 일으키게 된다. 

암 환자 대부분은 재발과 전이로 사망하고, 그 주범이 암 줄기세포다. 그러므로 표준 치료뿐 아니라 암 줄기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의학 체계는 재발을 체크할 뿐 막는 시스템이 아니라서 안타깝다. 

암 줄기세포는 진화의 산물

진화론은 유전자가 어떤 이유로 우연히 복제 과정에서 변화(돌연변이)가 생기면 그 변화에 의해 다른 특성(형질)을 가진 후세가 태어나고, 그 후세의 변이된 특성이 생존 경쟁에 유리하다면 살아남아 새로운 종이 된다는 학설이다. 즉, 돌연변이가 있기에 진화도 가능한 셈이다.

하나의 세포만으로 이루어진 단세포 생물의 경우, 세포 하나가 생명 유지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수행한다. 원핵생물(대장균, 세균), 원생생물(아메바, 짚신벌레), 균류 등이 그에 속한다. 대개 단세포 생물은 세포분열을 통해 자신과 똑같은 단세포 생물을 만들어 개체 수를 늘린다. 이렇게 단세포 생물은 세포분열을 거듭해, 수많은 세대가 지나도 맨 처음의 단세포 생물과 똑같은 단세포 생물을 만든다. 세대가 지났지만 결국 자신과 똑같은 개체를 만들어낸 것이라 세포분열을 통해 태어난 단세포 생물은 여전히 자기 자신인 셈이다. 이런 식으로 단세포 생물은 세포분열을 해서 세대를 이어갈 수 있고, 단세포 생물 전체가 사라지지 않는 한 단세포 생물이 죽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불멸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간과 같은 다세포 생물은 정해진 수명이 있어서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인간의 모든 정상세포는 분열 횟수가 정해져 있어서 50~60회 정도 분열하면 더 이상 분열하지 않고 늙어 죽는다. 인간의 세포는 세포분열 횟수를 측정하여 죽는 시기를 결정하는 불가사의한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는데, 염색체 양 끝에 달린 텔로미어(Telomere)라는 특수한 구조가 세포의 수명을 알려주는 시계 역할을 한다. 이 구조는 DNA가 서로 결합하는 것을 방지하여 염색체를 보호한다. 텔로(telo)는 끝을 의미하는 희랍어 telos에서, 미어(mere)는 부분을 의미하는 희랍어 meros에서 유래한 것으로, 말단 부위라는 뜻이다.

포유류의 경우, 텔로미어에 TTAGGG라는 일정한 염기배열이 2,000회 정도 반복되는데, 세포분열을 할 때마다 짧아진다. 인간의 염색체도 분열을 거듭할수록 염색체의 양쪽 끝의 텔로미어가 약간씩 짧아지고, 어느 정도 이하로 짧아지게 되면 마지막으로 세포가 죽도록 ‘스스로 소멸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세포분열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되어 세포의 분열은 정지되고, 결국 노화되어 죽는다. 

그런데 암세포는 무제한으로 세포분열을 하며 죽음을 거부한다. 암세포는 다세포 생명체가 단세포 생물로 되돌아간 세포로 여겨진다. 발생학적으로 배아세포에서 분화되어 생성된 체세포가 태아 발생 초기인 배아세포 상태로 되돌아간 것인데, 암세포가 분열・증식만 하는 배아세포의 성질을 지니고 있는 것을 보면 진화 과정 중 일어난 퇴화일 수도 있다.

배아 때의 세포분열은 이런 분열을 조절하는 장치가 있어서 엄격하게 조절되고, 그러다가 배반포가 형성되면 특정 기능을 갖는 세포로 분화된다. 하지만 암세포는 세포분열을 억제하지 못해 무한히 증식만 하고 분화로 이어지지 못한다. 다세포 생명체에서 단세포 성질로 되돌아간 암세포를 다시 다세포 성질로 되돌릴 수 있다면 무한정 증식만 하는 암세포의 성질을 정상세포로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무한정 분열 증식이 목적인 암세포가 특정 기능을 하는 정상세포로 분화되면 사라질 수 있다.  

장석원(충민내과의원 원장)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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