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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 도파민, 엔돌핀 쏟아져

웃음을 실생활에 옮기는 것이 행동요법

  • 입력 2021.08.17 08:30
  • 기자명 김영숙(정신건강의학전문의/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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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의과대학에서 가장 어려운 과목은 ‘해부학’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본과 1학년에 들어가자 마자 우리는 이 무시무시한 과목을 이수해야 했다. 본래 문학과 음악과 춤추는 것에 심취해 있던 나는 적응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해부학 교실은 클로로폼 소독약 냄새로 강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급우들 4명이 한 조가 돼 밤 11시까지 지정된 시신의 피부와 근육, 그리고 말초 신경의 한 가닥까지도 찾아내고 공부해야 했다.

그때 내가 공부했던 안면 근육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미소 근육’이라고 부르는 ‘리조리우스’근육이다.

우리의 생명이나 몸의 활동에는 큰 영향이 없는 이 작은 안면근육은 구강 양쪽에 위치해 있다. 웃으면 ‘보조개’를 파이게하는 것이 바로 이 근육이다. 엄격하고 근엄한 해부학 박 교수님이 이 보조개 근육에 대해 얘기하실 때 나는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저렇게 딱딱하고 웃는 얼굴이라고는 찾아보기도 어려운 교수님에게도 그 근육이 있을까?’

그 어려운 1년 동안에 나는 안면신경과 많은 척추신경을 낱낱이 찾았다. 각종 장기와 척추뼈와 두개골을 공부했다. 많은 사람의 기대를 어기고 나는 해부학을 무사히 끝마쳤다.

두개골에 뚫린 구명 이름을 외우고, 그리로 통해 나오는 신경과 동맥의 이름들을 외웠다. 그때 외웠던 수백 개의 뼈이름들이 이제는 책을 들쳐보기 전에는 기억에서 아련하다.

“많이 웃으세요”

그런데도 이토록 보조개 미소근육이 내 머리에 생생한 것은 아마 정신과 의사라는 특수한 분야 때문일지 모른다. 특히 나는 소아와 청소년을 많이 본다. 그리고 내 환자의 부모들이나 주위 어른들에게 ‘리조리우스’근육을 많이 강조한다.

그냥 “많이 웃으세요”라고 말하면 많은 한국 부모들은 ‘주책같다’는 인상을 받을까봐 망설인다. 게다가 우리 풍속이 어디 함부로 웃는 것을 가르쳤는가? 미국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많다. 학교에 가면 왕따 당하기도 쉽다.

그래서 나는 부모들에게 ‘리조리우스’ 근육의 위치를 알려준다. 그리고 이 근육들을 쓰게 하면서 거울을 보라고 권한다. 본인들이 웃는 모습을 보면서 대부분은 정말로 웃는다.

얼마나 보기 좋은 모습인가!

이렇게 웃고 나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왜냐하면 대뇌에서 각종의 뇌전파물질(세로토닌, 도파민, 엔돌핀 등)이 순간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대뇌는 똑똑한 것 같지만 사실은 길들여질 수 있는 몸의 장기 중 하나다.

파브로프라는 옛소련 학자가 훈련시켰던 영리한 개를 기억할 것이다. 음식을 줄 때마다 종을 울렸더니 나중에는 음식이 없이 종소리만 들려도 개는 침을 흘리지 않았던가!

우리가 웃으면 이 근육을 관장하던 대뇌 조직은 금방 주위에다 전산망을 보낸다. “기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이때 흥분된 신경세포에서 쏟아져 나온 화학물질들은 우리의 감정 뇌를 자극하고, 마음과 몸에 기쁨의 소식을 전한다. 정말 즐거움이 샘솟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인식 행동치료다.

보조개 근육에 대해 늘 인식하고, 웃으려 노력하자! 그리고 이것을 실생활에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행동요법이다. 아이들에게 부모는 하나님이다. 나를 보면서 웃음 짓는 하나님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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