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LIFE 문화&라이프
사랑은 비를 타고
  • 진혜인(바이올리니스트/영국왕립음악대학교 석사)
  • 승인 2021.09.03 17:47
  • 댓글 0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의 한 장면

[엠디저널] 이번 여름은 때이른 더위에 장대비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이른 장마 때문일까, 8월은 폭염이 올 것으로 예측된다. 이럴 땐 어느 샌가 비 소식을 기다리게 된다. 상상 속에서는 누구나 마치 영화 속 노란색 우비를 입은 진 켈리처럼 빗속에서 춤을 추는 자신을 그려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스탠리 도넌(Stanley Donen) 감독과 진 켈리(Gene Kelly) 콤비의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 1952)>이다. 시대를 뛰어넘는 최고의 뮤지컬 배우인 진 켈리가 연출과 주연을 맡았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의 변환기

뮤지컬 영화 사상 가장 유명한 장면인 만큼, 비오는 날 우비와 우산이 있다면 동명의 주제가인 이 노래의 선율을 흥얼거린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노래와 더불어 우산을 접어들고 비를 흠뻑 맞으며 흥겹게 탭 댄스를 추는 장면은 영화 작품보다 더 많은 대중들의 기억 속에 자리한다.

1927년을 배경으로 한 <사랑은 비를 타고>는 줄거리 상 당시 스타 영화배우를 주인공으로 하는데, 그 당시 영화 촬영 현장을 극중에서 엿볼 수 있다. 1920년대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던 시기로, 영화 속에는 무성영화 제작의 낭만과 향수가 담겨있다. 영화 카메라의 셔터를 재봉틀처럼 수동으로 돌리는 촬영 감독과 메가폰으로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주는 감독의 모습, 그리고 배우들을 위해 분위기 조성을 위한 피아노 연주, 이를 배경으로 무성영화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의 모습이 그러하다.

영화관 모습도 지금과는 사뭇 다르다. 무성영화의 VIP 시사회가 진행 중인 상영관 앞에는 마치 오페라 초연을 올리듯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가 자리하고 있고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이들은 배경음악을 실연으로 들려준다. 영화사에서 1920년대는 미국에서 할리우드(Hollywood)가 막 형성되던 시기였다. 이 시기 영화배우와 감독 등은 영화사와 전속 계약을 맺고 대형 영화사는 거대한 세트장을 배경으로 수많은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스튜디오 시스템은 영화 장면 사이에서 엿볼 수 있다. 뮤지컬 장르, 컬러 영화, 유성 영화의 도입을 볼 수 있는 영화사를 그대로 담은 작품이자 기록이다.

영화나 드라마는 극이 끝난 이후에도 OST(Original Sound Track)로 대중들의 기억에 오랜 시간 남아있다. 뮤지컬에도 OST 수록곡과 같이 뮤지컬 노래를 언급할 때 ‘넘버(number)’라는 이름으로 사용한다. 이 ‘넘버’라는 명칭의 기원은 정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18세기 뮤지컬이 시작되며 관습적으로 쓴 용어라 할 수 있다. 대규모의 뮤지컬이나 오페라 또는 오라토리오 제작 과정이나 리허설에서 작품에 수록된 각각의 노래나 춤, 또는 기악곡을 가리킬 때 넘버라 칭하며 굳어진 표현인 것으로 보인다.

빗속에서 노래와 춤을

뮤지컬 영화인 <사랑은 비를 타고>의 대표 넘버인 ‘Singing in the rain’은 영화 속 가장 낭만적인 순간으로 기억되는데,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아마추어 쇼 코미디언인 돈 록우드(Don Lockwood: 진 켈리 분)이 연인을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춤과 노래를 하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유명세에서도 알 수 있듯 이 곡은 영화의 주제가이기도 하다. 영화 전편에 걸쳐 주제가는 세 번 등장한다. 오프닝 타이틀에서 노란 비옷에 우산을 쓴 세 명의 주인공이 뒤돌아 있는 채로 우산 마다 주연 배우들인 진 켈리, 도널드 오코너(Donald O'Connor) 그리고 데비 레이놀즈(Debbie Reynolds) 순으로 이름이 떠오른다. 이후 돌아선 세 남녀는 경쾌하게 행진하듯 걸으며 노래를 부른다. 도입부에서부터 알 수 있듯 영화에서 빗속에서도 즐거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듯 하다. 바로 할리우드 고전 영화가 가지는 스토리텔링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극중 최고 인기 여배우인 리나 라몬트가 무대에서 이 곡을 부르는데, 립싱크임이 관객들에게 들키게 되고 무대에서 빠져나가며 돈이 달려오는 발소리가 무대에 울리며 노래가 자연스럽게 끝난다.

우중에도 유쾌하게 두 팔을 벌리고 비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돈의 가사를 떠올려본다. “비와 함께 내려요. 내 얼굴엔 웃음이 가득. (Come on with the rain, I’ve a smile on my face)”. 그리고 우산으로 기타를 연주하듯이 부르는 “나는 빗속에서 노래하고 춤춰요(I’m singing and dancing in the rain)”을 떠올리며 지칠 수 있는 계절일지라도 음악과 춤으로 즐거움을 잃지 않는 계절이 되기를 바라 본다. 

Singin in the Rain(1952년 영화 포스터)

진혜인(바이올리니스트/영국왕립음악대학교 석사)  emd@mdjournal.net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혜인(바이올리니스트/영국왕립음악대학교 석사)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