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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줄기세포를 만드는 환경
  • 장석원(충민내과의원 원장)
  • 승인 2021.10.2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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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암세포는 암 줄기세포로 진행하기도 하고 진행되지 못하기도 한다. 이는 암세포를 둘러싼 환경 때문이다. 암 줄기세포는 오랫동안 휴지기 상태로 존재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종양 미세 환경의 변화에 의해 세포주기 내로 들어가 분열・증식하게 된다. 암세포가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어 세포주기 내로 들어가면 아주 빠른 속도로 분열하기 시작한다.

외과적 절제와 성공적인 항암 치료로 10년간 건강히 지내던 유방암 환자가 재발하여 아주 빠른 속도로 전이가 진행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암이 다 나은 것처럼 보였다가 재발하는 것은 동면 상태에 있던 암 줄기세포가 다시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세포는 크게 2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상피(Epithelium, 上皮)세포로, 다른 곳에 잘 붙어 있을 수 있고 세포 모양이 고정되어 있다. 다른 하나는 간엽(Mesenchyme, 間葉)세포로, 다른 곳에 잘 붙어 있지 않고 세포 모양이 유동적이다. 정상적인 상피세포는 세포가 자라다가 인근의 다른 세포와 접촉하면 막 단백질이 자극을 받고, 자극받은 막 단백질이 세포에 성장 억제 신호를 주어 성장을 멈추고 무한정 증식하는 것을 막아준다. 따라서 정상세포는 자라는 과정에 인근에 또 다른 세포가 있으면 더 이상 자라질 않는다.

그런데 여러 원인으로 인해 접촉에 의한 억제 기능이 상실된 것이 바로 암세포다. 일반적인 세포는 상피세포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문제가 생겨 암세포로 바뀌면 간엽세포의 특성이 드러난다. 상피세포는 서로 묶여서 고정되어 있고, 암세포처럼 전이하려면 움직임이 자유로운 간엽세포로 전환되어야 한다. 상피세포가 암세포로 형태학적 변형을 일으키는 과정을 상피간엽이행(Epithelial to Mesenchymal transition, EMT, 上皮間葉移行)이라고 한다.

상피간엽 줄기세포는 지속적으로 염증이 일어나면 변형이 일어나 암세포로 바뀌어 암을 형성한다. 암세포 주위의 종양 미세 환경은 정상적인 세포들도 악성 암세포로 바꿀 수 있는 수많은 요인을 가지고 있다.

암 조직 내에는 암 줄기세포와 암세포가 있는데, 암 줄기세포는 주위에 있는 비종양성 세포들의 상피간엽이행을 도와 암세포로 변형시킨다. 경우에 따라서는 암 줄기세포로 변형시킬 수도 있다. 암 조직 내에서도 1~2% 정도인 원발성 암 줄기세포는 종양 주위의 미세환경을 이용하여 암이 전이되는 환경을 만들 수도 있다. 또한 저산소 부위에서는 정상 줄기세포의 분열 및 분화에 관여하는 신호에 이상이 생겨 암 줄기세포가 만들어지고, 상피간엽이행이 일어난다.

암 줄기세포가 형성되는 데에는 주변 미세환경의 변화에 따른 상호작용이 크게 관여하는데,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윈트(Wnt), 노치(Notch), 소닉헤치호그(Shh) 등 배아 줄기세포에서 발현되는 신호 전달 유전자가 작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각종 암에서 신호 전달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배아 줄기세포에서 발현되는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과발현되면, 정상 줄기세포가 암 줄기세포로 변한다.

그리고 다양한 성장 인자와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cytokine)이 활성되면 암 줄기세포가 아닌 세포들이 암 줄기세포로 바뀔 수 있다. 이렇게 발생된 암 줄기세포는 상황에 따라 여왕벌이 일반 벌을 만들어내듯이 암 덩어리를 만든다.

암세포와 암 미세환경의 상호작용

우리 인간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대부분의 에너지를 포도당이 분해되어 생긴 ATP로부터 얻는다. 정상세포에서 포도당은 포도당이 분해되는 10단계 해당 작용을 거쳐 피루브산(pyruvate)이 된다. 피루브산은 산소가 풍부하면 세포핵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로 들어가 여러 효소의 도움을 받으며 TCA 회로를 작동한다. TCA 회로에서는 포도당 1분자로 총 36~38개의 ATP를 생성한다.

그런데 암세포는 정상세포와는 다른 경로로 에너지를 얻어 살아간다. 암세포는 산소가 충분히 있어도 피루브산이 젖산으로 분해되는 경로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데, 포도당이 만드는 ATP의 약 5%인 2개의 ATP가 나온다. 암세포가 무한정 증식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런 젖산 과정에서는 소량의 에너지만을 생산하므로, 암세포는 정상세포보다 포도당을 훨씬 많이 소비해야 한다. 즉, 암세포는 굉장히 비효율적인 에너지 생산 시스템을 이용하므로, 암 조직에서는 당 분해 활성도가 정상 조직에 비해 증가된다. 산소가 있는데도 암세포가 정상세포보다 10배나 많은 포도당을 섭취하면서 젖산으로 분해되어 에너지를 만드는 현상을 와버그 효과(Warburg-Effect)라 한다.

그런데 한 환자의 몸에서도 암세포 집단은 이질적이어서 암 조직을 이루는 암세포가 여러 개가 있고, 각기 환경에 따라 다른 대사과정을 이용한다. 그러므로 와버그 효과가 일어나는 세포도 있고 역와버그 효과(reverse Warburg effect)가 일어나는 세포도 있다.

암세포 주변에는 암 관련 섬유아세포(Cancer Associated Fibroblast, CAF), 면역세포, 혈액과 림프관 등의 암 미세환경이 있는데, 이들이 전체 종양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암 기질을 형성한다.

세포들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주변의 세포들과 정보를 주고받는다. 마찬가지로 암세포와 그 주변 세포들도 끊임없이 교류한다. 섬유아세포, 지방세포, 내피세포 등의 기질세포에서 높은 발현을 보이는 카베올린(Caveolin) 단백질(Cav-1, Cav-2, Cav-3)이 있는데, 이는 원형질막의 골격 단백질이다. 특히 Cav-1 감소는 암 기질의 대사 변화를 유도한다. Cav-1이 감소된 섬유아세포는 해당 과정을 유도하여 높은 에너지를 가진 부산 물질인 젖산과 케톤체 등을 생산한다. 이러한 영양 물질들이 인접한 암세포로 이동하고, 암세포 안에서 젖산과 케톤체는 TCA 회로로 들어가 ATP 생산에 기여한다. 결국 섬유아세포의 호기성 해당 과정이 인접한 암세포에 필요한 영양분을 제공해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다. 이것을 역와버그 효과라 한다.

암세포에서 생산되는 여러 성장 인자들은 암세포 주변의 정상적인 세포들에도 영향을 미쳐서, 암세포와 그 주위에 있는 면역세포, 혈관세포, 섬유세포 등에 들어가 이들을 변화시킨다. 이런 물질은 다른 암세포에 들어가 악성 성질을 전파하고, 주변의 정상세포에 영향을 미쳐서 암의 성장과 전이를 도와주는 세포로 변형시킨다. 세포 간의 소통으로 암세포가 증식하고 전이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처럼 암은 다양한 세포 외 기질로 구성된 종양 미세환경과 신호를 주고받으며 자신의 생존에 유리하게 종양 미세환경을 바꾼다. 주변 세포와의 교류는 그 주변을 전암성 병변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암 수술은 암 종양뿐만 아니라 그 주변도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육안이나 현미경으로 봤을 때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더라도 유전적으로는 약간의 변화가 일어나고, 그것이 나중에 암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암 줄기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

암은 균일하지 않고 여러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암 줄기세포만이 암을 형성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새로운 암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항암제는 분열・증식하는 세포에 작용하여 암세포의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암세포는 정상세포에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세포 구조나 분열・증식이 정상세포와 같아서 항암제가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구별하지 못하고 모두에게 독성을 보이는 문제점이 있다. 그 결과, 항암 치료를 받는 암 환자들은 다양한 부작용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부작용 치료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내거나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그 치료 효과에도 한계가 있다. 암세포에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표적 항암제 역시 부작용과 내성이 있다.

암은 환자마다 매우 다르고 한 환자의 몸에서도 암세포 집단이 이질적이어서 암세포 특징에 맞는 표적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껏 모든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치료만 해왔다. 만일 암 줄기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특이적 치료법이 개발된다면 암 환자가 치유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질 것이다.

암세포를 분화시켜 정상세포로 되돌리는 천연물

NF-κB는 활성화된 T-임파구에서 나타나는 핵심 염증 반응 전사 인자다. 전사(Transcription, 轉寫)란 DNA에 존재하는 정보를 RNA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핵 안에 있는 유전자인 DNA가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RNA를 만드는 것이다. 유전자를 담고 있는 유전체는 아주 중요하므로 세포막 안의 핵 내에 잘 보호되고 있다. 그런데 전사가 이루어지면 DNA와 상보적인 구조를 가진 RNA가 만들어져 핵 밖으로 나와 특정 기능을 하는 단백질을 합성한다.

NF-κB는 대개 세포질에 존재하며 IκB와 붙어 있어 활성이 억제된 상태다. 그런데 외부에서 종양 괴사 인자(TNF-α), 활성산소(ROS)와 같은 자극을 받게 되면 활성 저해 단백질인 IκB와 분리되어 NF-κB가 활성화된다.

활성화된 NF-κB는 핵 내로 이동하여 특정 DNA와 결합하여 전염증성 유전자(proinflammatory gene, 前炎症性 遺傳子)를 발현한다. 전염증성 유전자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IL-1 (Interleukin-1), IL-2, IL-6, IL-8, TNF-α, Cyclooxygenase-2(COX-2) 등을 만든다. 특히 간엽 줄기세포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IL-1, IL-2, IL-6, IL-8을 분비하여 지속적인 염증을 초래한다. 지속적인 염증은 간엽 줄기세포의 변형을 초래해 간엽 줄기세포가 암세포로 변하기도 한다.

NF-κB는 지속적인 염증을 초래해 정상적인 세포를 악성 암세포로 바꿀 수 있고, 암 줄기세포의 생성을 촉진시키며, 암세포가 생존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또한 암세포의 전형적 대사 패턴인 혐기성 해당 반응을 촉진하고,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지원한다. 그리고 p53 같은 암 억제 유전자를 억제하는 동시에 ras, myc와 같은 암 유전자를 활성화시킨다. 게다가 세포 사멸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세포가 죽지 않도록 한다. 결과적으로 NF-κB는 염증 발현과 암 줄기세포 유전자 발현 면에서 마스터 스위치와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NF-κB를 억제하면 암화 과정을 예방하거나 암의 재발, 전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강황의 성분인 커큐민(curcumin)은 IκB를 인산화시키는 효소인 IκB kinase를 억제함으로써 NF-κB가 핵 내로 이동하는 것을 막는다. 커큐민은 카레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상피세포가 암세포로 변형되는 상피간엽이행이 촉진되면 고정되어 있던 세포들이 분리되어 이동이 가능해진다. 상피간엽이행이 일어나면 세포 모양이 유동적이고 다른 곳에 잘 붙어 있지 않아 암 전이가 시작되는데, 암 억제 유전자 p53는 상피 간엽 전환을 상피세포로 되돌리는 마이크로 RNA를 활성화한다.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포도 껍질의 항산화 성분인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녹차 추출물인 카테킨(epigallocatechin gallate, EGCG), 마늘의 아릴 성분(diallyl sulfide), 브로콜리의 설포라판(sulforaphane)이 p53의 가동을 도와준다.

특히 마늘과 브로콜리에 들어 있는 유황 물질은 발암물질을 제거하는 해독용 효소를 활성화시켜 발암물질을 무독화시키는 작용이 있으므로 항암 효과가 있고, 암 개시를 사전에 차단하는 작용을 한다.

재발이나 전이는 암 줄기세포가 원인이다

전통적인 암 치료법에서는 암세포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암 줄기세포는 치료 목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다. 일부 암에서는 항암 치료를 통해 암세포를 어느 정도 죽여 일시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소수의 암 줄기세포는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에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잠복하며, 후에 재발하고 신체의 다른 부위로 전이되고 만다. 암 줄기세포는 단 한 개만 살아남아도 더욱 공격적인 악성종양 형태로 재발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암 치료는 암세포들을 죽이는 것 외에도 암 줄기세포가 다시 새로운 형태로 증식하여 더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완전하게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만일 암 줄기세포를 완전히 사멸시킨다면 암이 완전히 제거되어 완치될 것이다. 화되면 사라질 수 있다. 

장석원(충민내과의원 원장)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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