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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예후에 대한 통계치의 오류
  • 장석원(충민내과의원 원장)
  • 승인 2021.11.1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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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암 환자를 치료할 때 완치라는 말은 쓰지 않고, 5년 생존율을 사용한다. 그 이유는 아무리 치료 성적이 좋은 암이라도 일정 비율로 재발하기 때문이다. 5년 생존율이란 암 진단을 받고 치료받은 후 5년 동안 생존해 있을 확률을 뜻하는데, 암 완치율과는 다르다. 암이 재발, 전이되었더라도 생존해 있으면 통계에 포함되므로 완치율과는 다른 개념이다.

5년 생존율은 통계일 뿐, 암은 개인별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흡연자의 폐암 위험률은 비흡연자의 약 20배라고 한다. 역학 조사를 통해 흡연자 10만 명 중 폐암 발생이 약 200명, 비흡연자 10만 명 중 폐암 발생이 약 10명이라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한 수치다. 이 역학 조사를 보면 흡연자의 폐암 발생률이 확실히 높다. 그러나 바꾸어 생각해보면 흡연자이면서도 폐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은 10만 명 중 9만 9,800명이며, 비흡연자로 폐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은 9만 9,990명으로 그 차이는 1%도 안 된다. 즉, 흡연자 10만 명과 비흡연자 10만 명이 폐암에 걸리지 않을 확률은 거의 차이가 없다. 따라서 위험률과 같은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 

또한 같은 암이라도 예후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환자에 따라 병리 양상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집단의 통계치를 개인에게 적용하면 틀릴 수 있다. 수술로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0.01%라도 사고가 일어난 당사자 입장에서는 0.01%가 아닌 100%다.

대개 암 환자나 보호자는 병기를 확인하면 5년 생존율이란 수치에 예민해진다. 환자들도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는지 병의 예후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대학병원에서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이라고 말했다며 불안해하는 환자도 있다. 그러나 통계 수치에 매달리기보다는 생존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실제로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한 환자라도 생활 관리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노력을 통해 오랫동안 생존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암은 치료 후 5년이 지나면 치유된 것으로 판정하지만, 이는 검사상에서 보이는 암세포가 없다는 의미일 뿐 암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비교적 치료율이 높은 위암, 대장암도 암 치료 후 5년이 지난 후에 재발할 수도 있고, 갑상선암, 유방암 같은 경우에는 10년, 20년 후에도 재발하기 때문이다. 또 암 경험자는 2차, 3차로 암이 다른 장기에 생길 수 있어 여러 암을 겪을 수도 있다. 따라서 5년을 무사히 지나고 나면 상당히 높은 확률로 암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지만, 안심하지 말고 평생 관리해야 한다. 

한편 통계치인 5년 생존율이 낮다고 해서 미리 절망할 필요는 없다. 5년 생존율이 10%라도 더 열심히 치료해서 10% 안에 들면 100%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존율이 99%라 하더라도 내가 나머지 1%에 들어가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의학적 통계 수치도 중요하지만, 암은 개인에 따라 그 양상이 다르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수치로 보는 암 진단 - 암 표지자 수치

암이 증식하면서 암세포에서 분비하는 항원이나 단백질 등이 떨어져 나와 혈액으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암 덩어리가 있으면 이런 물질이 혈액 속에 많이 나타나므로, 혈액검사에서 그 수치가 높아지면 암이 있을 확률이 높다. 이렇듯 종양세포가 만들어내는 물질로서 암의 진단이나 추적 관찰에 지표가 되는 항원이나 종양 관련 단백질을 암(종양) 표지자라 한다. 암 표지자는 종양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종류가 많으며, 암 환자의 선별 검사, 암의 진단, 치료에 대한 효과 판정, 치료 후 재발 감시를 목적으로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종양 표지자는 선별 검사나 진단보다는 치료에 대한 효과 판정이나 재발을 감시하는 데 더 가치가 있다. 수술 후 반감기에 맞춰 암 표지자가 감소한다면 근치적 절제와 좋은 예후를 의미한다. 특히 수술 후 재발을 예견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 암 덩어리를 수술로 완전히 절제한 직후에는 암 표지자의 혈중 농도가 정상 범위까지 떨어진다. 그런데 수술 후 암 표지자의 혈중 농도가 수술 전과 동일하다면 암 조직이 완전히 제거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또 수술 직후에 정상이었던 수치가 다시 높아지면 재발했다는 뜻이므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암이 재발하면 다른 임상 소견보다 먼저 암 표지자의 혈중 농도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위암 수술 후에 정상이었던 CEA(carcinoembryonic antigen, 태아성 암항원) 수치가 다시 올라갔다면 암이 대장으로 전이됐음을 암시한다.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는 암 표지자는 특정 암에만 나타나는 종양 특이 항원이 아니라 다른 암에도 나타나는 종양 관련 항원이므로, 종양 표지자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어야 종양 표지자를 임상에서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증상이 없고 암 위험도가 높지 않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 검사는 가능한 한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검진할 때 암 환자의 선별 검사로 여러 가지 종양 표지자를 검사하는데, 몇 가지 용어를 알아두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민감도(sensitivity, %)는 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얼마나 잘 검출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민감도가 높으면 암 환자인데도 정상으로 검사 결과가 잘못 나올 확률이 낮다. 특이도(specificity, %)는 질환이 없는 사람들을 얼마나 잘 배제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특이도가 높을수록 위양성이 적다. 위양성(false positive)이란 실제로는 질환이 없지만 검사상 양성으로 잘못 나오는 경우를 말하며, 위음성(false negative)이란 실제 질환이 있는데 검사상 음성, 즉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를 말한다.

이렇듯 선별 검사에서 이상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특정한 질병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하는 여러 가지 검사를 진단 검사라 한다. 

종양 표지자 수치가 오르면 암일까?

종양 표지자 수치는 암일 때만 올라갈까? 건강검진에서 여러 가지 종양 표지자 검사를 하기도 하는데, 이때 혈중 수치가 높게 나와 암이 아닌가 불안해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자각 증상은 없는데 건강검진에서 종양 표지자 수치가 높게 나왔다면 어떤 의미일까? 

자각 증상은 없는데 종양 표지자 수치가 오른 경우자각 증상은 없는데 종양 표지자 수치가 올랐다면, 적절한 검사나 진료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의사로서 굉장히 고민스러운 경우가 많다. 종양 표지자 수치가 올랐다고 해서 반드시 암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작정 정밀검사를 해보라고 권유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수치가 올라간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고 두고 보자고만 할 수도 없다.

혈중 종양 표지자 수치가 올라가면 환자는 암이 있는지, 암이 없다면 수치가 왜 올라갔는지 알고 싶어 한다. 특정한 질병이나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이 건강검진 도중에 종양 표지자 수치가 올라간 경우에는 보통 1개월 후에 다시 검사하도록 한다. 그러나 검사를 미루기가 꺼림칙하다면 복부 CT 등을 찍고,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으면 1개월 후에 다시 종양 표지자 검사를 하도록 한다. 그 검사 결과 수치가 이전 수치와 비슷하거나 감소할 경우에는 추적 관찰을 중단한다. 이런 경우에는 원인 불명이거나 양성 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치가 배 이상 증가했다면 자각 증상이 없더라도 종양이 숨어 있을 수 있으므로 CT나 MRI, PET-CT와 같은 추가적인 검사를 해서 질환을 찾아야 한다. 이때 암으로 추정되지 않는 양성 질환이 있으면 이를 치료하면서 종양 표지자 수치를 추적 관찰한다.

종양 표지자 수치는 한 번 검사했는데 높게 나왔다고 해서 바로 암으로 진단되는 것이 아니다. 추적 검사한 수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생리 주기나 호르몬 변화 등 외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종양 표지자 수치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암은 진단 당시의 병기가 예후를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이므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조기 발견된 암은 수술로 완벽하게 제거하여 완전 치유가 가능하므로, 검진 시 종양 표지자 수치 검사는 의미가 있다. 

간암 표지자

간암의 1차 검사 종양 표지자는 AFP(alpha-fetoprotein, 알파 태아성 단백)다. AFP는 주로 원발성 간암의 진단에 이용되며, 치료 효과를 판정하거나 수술 후에 재발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검사한다. AFP는 당단백으로, 반감기는 4.5일 정도다.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수정란은 난할을 거듭하며 분할을 계속해서 세포의 수를 늘리고, 상실배를 거쳐 배반포가 되면 자궁벽에 착상한다. 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정자는 외부에서 들어온 적이다. 따라서 모체의 면역체계는 정자세포가 포함된 수정란을 외부의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한다. 면역세포의 첫 번째 임무는 적과 아군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정란의 태아에서는 면역 억제 단백질을 분비하여 수정란의 태아를 보호한다. 이것이 바로 태아 단백질인 AFP다.

AFP는 태아의 난황낭(yolk sac, 卵黃囊)과 간에서 생성되며, 그중 일부는 모체의 혈액에 들어가 임신 12~15주에 최고 농도에 도달하고 그 이후로는 수치가 떨어지기 시작하여 아기를 출산한 후에는 급격하게 줄어든다. 출산 후 1년이 되면 10ng/㎖ 이하까지 감소한다. 

그러나 간암의 경우에는 AFP가 활성화되어 간암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혈중 AFP의 정상치는 20ng/㎖ 이하이므로 그 이상이 되면 비정상이다. 성인이 이 수치가 높아졌다면 병적인 상태인 경우가 많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를 나타내는 대표적 질환이 원발성 간세포암인데, 이를 일반적으로 간암이라고 말한다. 그 외에 간으로 전이된 암에서도 AFP가 상승한다. 전이성 간암으로 위암, 췌장암, 선천성 담도 폐색증 등이 있다.

AFP는 간암의 진단을 위해 가장 많이 이용되긴 하지만, 만성 간염에서도 높은 수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수치가 정상보다 높게 나왔다고 해서 무작정 간암을 의심할 수는 없다. 만약 위험군 환자에서 AFP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면 추가로 CT나 MRI와 같은 영상 검사를 하여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

종양의 크기와 AFP 수치가 비례하기 때문에 초기이거나 크기가 작은 간암에서는 AFP 수치가 그다지 높게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종양의 크기가 1~2센티미터가 되면 AFP가 상승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크기가 작은 초기 간암뿐만 아니라 진행된 간암에서도 정상 수치를 보이는 경우가 있으므로 AFP 수치만으로 검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필요하면 영상의학적 검사를 병행해야 한다.

급성간염의 회복기, 만성간염, 간경변증과 같은 양성 간질환에서도 AFP는 상승하는데, 대부분 200ng/㎖ 이하다. 그런데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 환자에게 AFP를 연속적으로 측정했을 때 그 수치가 계속 상승하면 간암으로 변했다고 의심할 수 있다. 또한 B형간염 표면항원(HBsAg) 양성, 간경변증 등과 같은 위험 인자가 있고 영상학적으로 간암이 의심되면서 AFP 수치가 400ng/㎖ 이상으로 높으면 조직학적 진단 없이 간세포암으로 진단한다. 

간암의 경우 절제 수술이 완전하게 되었다면 수치가 정상으로 내려가야 한다. 간암 조직이 수술로 완전히 제거되면 혈중 AFP치가 약 4~5일(혈중 반감기 4.5일) 후에는 수술 전의 2분의 1까지 감소하는데, 간암 조직의 일부가 남아 있으면 AFP의 수치 반감기가 늘어난다. 수술 후에 AFP 수치가 계속 올라가면 재발을 암시하기 때문에 의사의 지시에 따라 방사선 검사 등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간암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환자는 선별 검사로 AFP 이외에 AFP-L3(Lectin-bound alpha-fetoprotein), DCP(des-r-Carboxy Prothrombin)를 함께 검사하기도 한다. DCP는 PIVKA Ⅱ라고도 알려져 있다. AFP 상승이 간암의 크기나 진행 정도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DCP 검사를 같이 해서 간암 진단의 정확성을 높인다. DCP는 간암뿐만 아니라 간암 수술 후 재발한 환자에게서도 상승하기 때문에 수술 후 추적 검사의 표지자로 이용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간암 선별 검사는 다음과 같다. B형간염 표면항원이 양성이고 활동성 간염 혹은 간경변이 있는 사람은 3개월마다 AFP 검사, 4~6개월마다 초음파 검사를 받을 것을 추천한다. 간 기능 이상이 없는 B형간염 보균자는 더 긴 간격으로 선별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만성 C형간염 환자도 간암의 위험도가 증가하므로 주기적으로 AFP와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장석원(충민내과의원 원장)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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