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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을 키운 외할아버지

역할 모델이 됐던 외할아버지... 이웃에 대한 사랑 실천

  • 입력 2021.11.29 11:26
  • 기자명 김영숙(정신건강의학전문의/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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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소년은 남부의 아주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와 함께 산 기간은 8개월 정도였다. 약 2년간의 결혼 기간의 대부분을 그의 아버지가 군대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는 소년이 태어난 후 곧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소년이 어른이 된 후 그는 아버지의 과거를 알게 됐다. 28살에 사망한 자신의 아버지가 이미 두 번이나 결혼했었다는 것을 남들을 통해 들었던 것. 소년의 어머니는 물론 모르는 사실이었다. 소년의 어머니는 씩씩하게 일을 계속하며 소년을 키웠다.

그녀가 만난 두 번째 남편은 음주벽이 심했다. 평소에는 소년과 어머니를 사랑했으나, 술이 만취하면 소년의 어머니를 몹시 구타하곤 했다. 청소년이 된 소년은 덩치가 컸다. 어떤 때에는 야구 방망이를 든 채로 의붓아버지의 구타에서 어머니를 구해야 했다.

그러나 소년은 열심히 공부했고 자신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꿈을 이루었다. 이것은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 자신의 자서전에 자세히 기록한 이야기다.

못 믿을(?) 아버지들 사이에서도 그의 어머니는 늘 소년을 사랑했다. 그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아마 소년은 더욱 열심히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었다. 이복동생이 학교에 들어가자 혼자 결정으로 성을 바꾸었다. 본인의 성인 Blythe와 아버지가 다른 동생인 Roger의 성인 Clinton 때문에 동생이 학교에서 놀림을 받을까봐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이때 이미 남편 클린턴과 이혼을 생각 중이었지만….

생부의 숨겨둔 과거가 밝혀진 것은 그가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 이후였으니, 그의 성을 바꾼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던 듯하다.

가난한 이웃들을 아끼는 외할아버지

어린 그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 모델이 되었던 남성은 외할아버지였다. 외활아버지는 몸매나 학문 등에서 뛰어나지는 않은 듯하다. 그러나 외할아버지는 불쌍한 이웃, 특히 주위의 흑인들에 대한 동정이나 연민은 컸던 것 같다. 그의 구멍가게에는 늘 흑인 손님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드나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소년에게도 흑인이 동등한 이웃으로 여겨졌고, 이것은 그가 이후에 민주당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도 큰 힘이 됐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가게 장부에서 많은 흑인이 외상을 진 채 물건 거래를 한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가난한 남부의 흑인들에게 살길을 열어준 셈이었다. 그 외할아버지는 얼음을 사다 소매했다. 외할아버지는 늘 가난한 시골 아이들에게 일거리를 주려고 애를 썼다. 그냥 동냥을 주면 그들의 자존심을 깎을 테니까….

그 동네의 소년 중에 나중에 판사가 된 사람이 있었다. 그도 외할아버지 얼음을 끈에 묶어서 가게에 나르는 노동을 해 10전을 벌곤 했었다. 어느 날 그는 고용주인 외할아버지에게 특별 부탁을 했단다. 10전짜리 하나 대신에 오전 짜리 두 개를 달라고 그것으로 동전 두 개를 짤그랑거리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어서였다.

어떤 아이든지 심한 역경에 처했을 때 한 명의 어른이라도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럭무럭 잘 커나갈 수 있다고 한다. 큰 나라 미국에서 8년간 행정 수반을 한 그에게는 사랑하는 어머니와 가난한 이웃을 아끼는 외할아버지, 그리고 비록 허물투성이지만 열정을 가졌던 아버지들, 그리고 결코 잘나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살아간 많은 친척과 친구들이 있었다. 우리 한인 2세 중에서 어느 날 미국 대통령이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으리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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