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승리를 노래하다

  • 입력 2021.12.09 11:37
  • 기자명 진혜인(바이올리니스트/영국왕립음악대학교 석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엠디저널]

영화 맘마미아에서 The winner takes it all을 노래하는 배우 메릴 스트립
영화 맘마미아에서 The winner takes it all을 노래하는 배우 메릴 스트립

엠디저널 창간 22주년을 기념하며, 의료보건의 사회적 가치와 독자들에게 양질의 의료 건강 콘텐츠를 제공하며 바이러스가 야기한 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해 낸 '승리'를 기념하고 축하하는 의미를 다져본다.

승리가 있다면 그는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의 구분이 전제되어 있다. 승자(the winner)에 대해 노래한 스웨덴 팝 그룹 아바(ABBA)의 곡 “The Winner Takes It All”은 경쾌하고 희망적인 멜로디와는 달리 가사의 텍스트를 본다면 패배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으나 약간의 긴장감이나 불편함이 들 수도 있다. 이 곡은 어떤 해의 야구 국가대항전 중계에서 한국 대표팀이 우승을 하며 한 방송사가 우승장면에 이 곡을 선택하여 방송을 통해 송출되기도 했고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의 동계올림픽 우승 장면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물론 텍스트에만 집중한다면 냉혹한 세상에 대한 일종의 불평으로 보일 수 있으나 가사의 첫머리와 멜로디의 진행이 경쾌한 것을 본다면 배경음악 선택의 이유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말하다

이 곡은 ABBA가 1980년 발표한 앨범 <Super Trouper>에 수록된 곳으로 아일랜드와 영국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미국에서는 8위까지 오른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남성 멤버인 베니 안데르손(Benny Andersson)과 비욘 울바에우스(Björn Ulvaeus)가 작곡했고 리드보컬은 아그네사 펠트스코그(Agnetha Fältskog)가 맡았다. 1999년에는 영국의 지상파 민영방송인 '채널 5' 선정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곡에, 2006년에는 영국인이 제일 좋아하 이별 노래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이 곡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첫 데모의 원 제목은 “The Story of My Life” 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영국인들의 플레이리스트 선정 이유에도 공감이 된다. 이 곡은 첫 편곡에서 빠른 템포의 비트가 있는 곡이었으나 너무 딱딱하다는 멤버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몇일 간 그대로 두고 다른 곡 작업에 몰두를 하다 나흘 후 안데르손의 아이디어로 프랑스의 샹송 스타일 어레인지(arrangement)와 저음으로 떨어지는 피아노 라인, 느슨한 구조로 수정되었다고 한다. 울바에우스는 이후 의미 없는 프랑스어들의 조합(요즘 음악/예능 프로그램에서 대중음악 가수들의 음반제작 스토리 중 가이드 녹음에 대한 일화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으로 데모를 만들어 녹음했고 이후 집으로 녹음을 가져가 마침내 “The Winner Takes It All”의 가사 작업을 마쳤다는 작곡 스토리가 전해진다. 곡이 발표된 이후 일부 사람들은 비요른과 보컬 아그네사의 이혼에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제기했지만 2008년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험이 들어 갔을 수도 있으나 실제 이야기는 아니며 둘의 경우에는 승자와 패자가 따로 구분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곡을 노래한 보컬 아그네사는 이 곡을 제일 좋아하는 아바의 곡으로 꼽으며 가사의 훌륭함에 대해 언급했다.

ABBA 이미지출처 Financial Times
ABBA 이미지출처 Financial Times
뮤지컬 영화 Mamma Mia 시사회 / 이미지출처 Dawn
뮤지컬 영화 Mamma Mia 시사회 / 이미지출처 Dawn

음악의 뿌리는 유럽에 있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팝 그룹인 이들은 대중음악의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그룹 중 하나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로 당대 전 세계 음악계가 주목한 전설이며 스웨덴이 자랑하는 네 가지로 스웨덴의 테니스 선수 비에른 보리, 스웨덴의 자동차 브랜드 볼보, 스카니아 그리고 아바라고까지 할 정도였다. 세대를 초월한 뛰어난 음악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사의 텍스트로 대중음악계의 영원한 전설로 기억되고 있다. 그들의 음악 스타일은 북미 중심 뮤지션들의 블루스나 소울, 가스펠을 바탕으로 한 대다수 팝이나 현대 히트곡과는 다르다. 1981년 울바에우스가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그들의 음악적 뿌리는 유럽에 있다. 스웨덴 전통 민속음악과 더불어 독일을 중심으로 한 스위스, 오스트리아,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의 음악을 아우르는 슐라거 음악, 그리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노래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대륙을 넘은 라틴 아메리카의 국가들에서 까지도 그들의 노래로 공감을 자아낸 것이다.

당시 많은 대중음악가들은 외부 프로듀서나 송라이터에 의존하여 곡 작업을 하였으나 ABBA는 대체로 자신들의 음악을 만드는 데 직접 기여했다. 키보드 연주자이기도 한 안데르손은 ABBA를 “스웨디쉬 비틀즈(Swedish Beatles)”로 만들었다는 평을 받을 만큼 많은 히트곡을 작곡했고 기타리스트인 울바에우스도 많은 곡에 작사와 밴드 연주로 참여했다.

그들의 음악을 듣노라면 멜로디의 방향성은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지만 항상 행복함을 자아내는 것은 아니다. 하루를 성찰하게 하기도 하고 마음 속 깊은 곳으로 나 자신을 집중하게 하기도 한다. 이는 아마도 북유럽의 우울한 감정, 멜랑콜리의 영향일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작가 로버트 퍼거슨(Robert Ferguson)의 인문교양 저서의 제목을 인용하고 싶다. 북유럽인 이야기 : 행복한 나라의 멜랑콜리한 사람들(원어: Scandinavians: In Search of the Soul of the North)이 그러하다. 원제에는 멜랑콜리에 대한 언급은 없으나, 영국에서 태어나 40년 가까이 노르웨이에서 거주하며 접한 북유럽인들의 인상을 담아 한국어 버전의 부제에 담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각종 사회지표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북유럽 국가들은 오랜 시간 정치, 사회 전반에 걸쳐 전 세계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그들의 평화롭고 부유한 겉모습에 숨겨진 스칸디나비아의 멜랑콜리가 ABBA의 곡들 저편에 깔려 있는 것이 아닐까.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는 것 보다는 '위드 코로나'를 이야기하는 이 시점에서 “The game is on again”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다시금 우리의 일상의 회복을 위해 신들메를 고쳐매며 엠디저널의 창간 22주년을 축하하는 승리의 노래를 함께 감상해 보자.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