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질레이저 시술 후에 남편의 입이 귀에 걸렸어요

  • 입력 2021.12.17 17:34
  • 기자명 박혜성(혜성 산부인과 원장, 여성성의학회 이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엠디저널]

 62세 여성이 성교통을 주소로 해성산부인과에 찾아왔다.  그녀는 성교통 때문에 성관계만 생각해도 소름이 끼치고 토할 정도였다. 남편과 하는 성관계가 무서워서 여행도 못 가고, 다른 사람에게 리조트 초대권을 줘 버릴 정도였다.

환경이 바뀌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서 분위기도 바꿔보고, 여행을 가는 것도 시도해 보고 성관계를 하기 전에 기름도 발라봤지만 효과는 없었다. 남편이 그녀에게 월급을 주면서, “밥값은 해야지!”라는 말을 했지만, 너무 아파서 1년간 응해주지 못했다.

그녀는 질건조증이 있을 때 남편에 대한 사랑이 식은 줄 알았다. 여행가서 성관계를 했는데도 아파서 ‘내가 남편을 싫어하나! 라는 생각도 했고, ’혹시 딴 사람하고 성관계를 해도 아플까?‘ 라는 호기심도 있었다. 

성관계를 하려고 하면 아픈 것이 떠오르면서 소름이 끼치니까, 남편에게 “나, 진짜 못 해! 너무 아파!”라고 말했고, 그 후로 남편의 말수가 없어졌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하게도 그녀에게 남편이 남자로 안 보였고, 그녀 앞에 그냥 늙은 남자가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치료를 위해서 여러 군데를 다니다가 유튜브를 보고 나에게 찾아왔다. 나는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서, 벨라도나 질레이저와 갱년기 여성호르몬제, 그리고 오베스틴 질정을 처방해 주었다. 그 후에 그녀가 방문했다.

남편에게 산부인과에 다녀왔다고 하니까, 남편의 입이 귀에 걸렸다. 처음 성관계를 했는데 아프지 않았다. 남편에게 그녀는 할 도리를 다한 것 같아서 떳떳하고 뿌듯했다. 하지만 아직도 그녀는 성관계를 할 때마다 온 신경이 질에 쏠렸다. 애액이 나오나, 안 나오나 신경을 쓰느라 성관계에 집중이 안 됐다. 

질 레이저 시술 후에 남편이 맛있는 것도 사 주고, 그녀를 위해 여행을 가자고 제안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행가서 ‘자주 하자고 하면 어떻게 할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녀가 생각대로 1박 2일 여행을 가서, 첫날밤 성관계를 하고, 새벽에 또 한 번 하고, 그리고 1시간도 안 돼서 남편이 또 하자고 해서 총 3번을 연달아서 성관계를 했다. 애액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할까 걱정했는데, 괜찮았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오랜만에 여행을 가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또 하나 있었다. 남편이 3번 하는 동안 사정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그동안 그녀가 성관계를 잘 안 해 줘서 남편도 굶었는데, 오랜만에 남편이 연달아 3번을 하면서 성관계를 더 잘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정말로 쓰면 쓸수록 발달하네요!”라는 말을 했다. 

그녀는 나에게 “이런 상태가 계속 가능할까요?”라고 물었다. 나는 그녀에게 “물론 두 사람이 노력하면 가능하죠!”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녀는 100세 시대에 사니까, 앞으로 계속 질 건강에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편에게 1년간 그녀에게 왜 섹스를 하자고 얘기하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그녀의 남편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먼저 말을 못했다고 한다.

1. 그녀가 아픈데도 섹스를 하자고 하면, 남편이 이기적이라고 부인이 생각할 까봐 

2. 또 거절할까 봐, 거절하면 상처를 받으니까

그리고 그는 성관계를 할 때 안 아프면 남편에게 먼저 성관계를 하자는 말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그러겠다고 얘기했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성교통 때문에 1년간 섹스리스로 지내던 그들에게 해결책을 주어서 너무나 고맙다고 얘기했다. 100세 시대에, 아직 두 사람 모두 젊고, 긴 세월 동안 부부 사이에 섹스 없이 어떻게 살아내야 하나 걱정했는데, 이렇게 간단하게 고민을 해결해 주었다고 산부인과에 올 때마다 고마워한다.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부부는 너무나 많다. 남편의 고민을 그냥 무시하지 말고, 부인이 아픈 데도 참고 억지로 하게 만들지 말고, 남편의 입이 귀에 걸리게 만들고, 부인이 남편의 옆구리를 먼저 찌르게 만들자. 만약에 같은 고민이 있다면, 오랫동안 고민만 하지 말고, 산부인과에 찾아오시기 바란다.

You can do it!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