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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 대한 이해 Ⅰ

  • 입력 2021.12.17 15:37
  • 기자명 장석원(충민내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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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위암

암은 몸속 어디에서나 발생하지만, 한국인은 특히 소화기암이 많이 발병한다. 그중에서도 위암 발생률이 가장 높은데, 암 발병자 중 10명 가운데 2명이 위암이라고 할 정도다. 그러나 위암은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면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일 정도다. 특히 점막암의 경우에는 림프절로 전이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므로 치료 예후가 좋다. 그러나 점막하층까지 침윤했을 경우에는 림프절로 전이되기도 하며, 그럴 경우 5년 생존율이 낮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대개 위암은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가 잘 듣지 않고, 수술을 통한 근치적 절제만이 완치 가능성이 있다. 특히 방사선에 저항성이 있어서 수술 후에는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는다. 조기 위암의 경우에는 내시경으로 암 조직을 제거하기도 한다. 내시경 절제술은 수술과 마찬가지로 완치가 가능하고, 정상적인 위를 가지고 생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모든 병변에 적용할 수는 없으므로 침윤 범위를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위암은 1기의 생존율이 95% 이상이고, 2기 70%, 3기도 30~50%가 된다. 그러나 4기가 되면 13%로 현저히 떨어지고, 전체적으로 위 절제술을 받으면 60% 이상이 치유된다. 무엇보다도 원격 전이가 일어나지 않으면 예후가 좋고 생존율도 높다. 림프절로 전이됐다고 해도 원격 전이가 없을 경우 암 주위의 건강한 조직과 림프절을 광범위하게 도려내면 생존율이 높지만, 원격 전이가 일어나면 예후가 좋지 않다. 

위의 역할과 위암의 원인

위는 음식물이 식도를 거쳐 들어와 소화가 시작되는 곳으로, 위액이 분비되어 어느 정도 소화된 음식물은 십이지장을 거쳐 소장, 대장, 직장, 항문까지 이어지며 소화 및 흡수가 일어나고 나머지는 배설된다. 위는 음식물과 늘 접촉하므로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 각종 발암물질, 독성물질, 술, 세균 등과 끊임없이 접촉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염증이나 궤양이 발생하기도 하고 이것이 심해지면 암이 되기도 한다.

위에서 분비되는 위액에는 염산이 함유되어 pH 1.5~2의 강한 산성을 띤다. 이는 음식을 소화시키는 데 매우 도움이 되지만, 위벽 자체를 손상시킬 수도 있다. 위 벽에는 벽세포, 주세포, 점액세포 등 여러 세포가 있어서, 벽세포에서는 염산을 분비하고 점액세포는 점액을 분비한다. 점액은 산에 잘 녹지 않는 특성이 있어서 염산으로부터 위벽을 보호한다. 만약 점액이 잘 보호하지 못하면 위 벽이 녹을 수 있는데, 이것이 위궤양이다. 위에서 소화된 음식물은 십이지장으로 내려가므로 위액에 의해 십이지장도 손상될 수 있지만, 췌장액은 알칼리성이라 염산이 중화되어 십이지장이 손상되지는 않는다.

특히 소금의 과잉 섭취는 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위 벽의 점막은 위액에 녹지 않지만, 소금은 점막을 녹여서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여기에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 술, 담배 연기, 탄 음식 등의 유해물질이 더해지면 상처를 입어 염증을 일으킨다. 손상된 점막이 재생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 세포의 발생률이 증가하면서 암세포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 염분은 위 점막에 염증과 위축을 일으킨다. 위액은 강한 산성이라서 세균이 증식하지 못하지만, 위축성 위염이 되면 위 벽이 위축되어 위산의 분비가 줄어든다. 위산 분비가 감소하여 위 안의 산성도가 낮아지면 세균이 증식하기 쉬워진다. 그러므로 소금을 많이 먹으면 각종 유해한 물질로부터 세포를 지키는 방어벽을 무너뜨리는 셈이다.

또한 건조되거나 훈제된 음식, 감미료, 방부제, 향료, 색소 등에 포함된 질산염은 위에서 발암물질인 아질산염으로 변한다. 아질산염은 위 속의 아민(amine)이나 아마이드(amide)와 결합하여 니트로소아민(nitrosoamine)이나 니트로소아마이드(nitrosoamide)라는 강력한 발암물질로 바뀌고 이로 인해 위암이 발생하기 쉬워진다. 니트로소아민이나 니트로소아마이드는 단백질이나 지방질을 고열에 가열했을 때 생기는 물질인데, 숯처럼 검게 탄 부분에 다량 존재하는 이종환식 아민과 더불어 위암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암 개시 인자다.

한편 요리한 음식을 상온에 놓아두면 음식물 중에 있는 질산염이 세균의 작용으로 아질산염으로 변하기 쉬우므로 음식은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20세기 초만 해도 위암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위암의 발생률이 현저히 감소했다. 특히 미국은 1950년대 이후로 냉장고가 보편화되면서 위암 발생률이 급격히 줄었다고 하니, 신선한 음식의 섭취가 위암 발생률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위암 발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식습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암 발생의 위험 인자를 줄이려는 노력이 생활화되어야 할 것이다. 

위암의 진단

위암은 대개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위 벽의 점막하층을 넘어 근육층 및 그 이상으로 전이가 진행되어야 소화불량, 조기 포만감, 복통, 구토, 토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환자의 증상이나 진찰을 통해 위암이 의심되면, 상부위장관 조영술이나 위 내시경 검사를 시행한다. 내시경 검사를 할 때는 암이 의심되는 조직을 떼어내 조직검사를 병행하여 암세포가 발견된다면 확진한다. 또 다른 장기로 전이됐는지 알아보려면 CT나 PET 촬영을 하는데, 이런 검사를 바탕으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최근에는 위암의 진단 방법이 많이 개선되어 정확하고도 고통 없이 진단할 수 있으며, 조기 발견도 늘고 있다.

상부위장관 조영술은 X선 촬영으로 조영제를 경구 투여하여 위 점막에 도포한 후 위의 점막을 관찰하여 병변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예전에는 주로 조영술을 많이 했지만, 내시경 기구가 발달하면서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위 전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수술 절제 범위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지금도 수술 전에 많이 사용한다. 또한 내시경 검사로 놓치기 쉬운 보르만(Borrmann) 4형 암인 경우 진단에 도움이 된다. 

위 내시경 검사는 위 내부를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고, 식도와 십이지장 입구까지 볼 수 있으며, 의심되는 부위가 발견되면 그 자리에서 조직검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기 위암을 발견하는 데는 내시경이 매우 큰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내시경의 굵기가 가늘어지고 수면 내시경도 발달해서 큰 고통 없이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위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40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2년에 한 번은 상부위장관 조영술이나 위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직계가족 중에 위암 환자가 있거나 위암의 선행 병변인 만성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이 있다면 1년에 한 번은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장상피화생이란 위 점막세포가 오랜 시간에 걸쳐 손상과 재생을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소장이나 대장 점막세포로 대체되는 현상인데, 30대에서 10%, 40대 30%, 70대는 50%가 발견될 만큼 흔한 병이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 장상피화생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므로, 균이 발견되면 제균 치료를 받아 병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장상피화생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서 내시경 검사로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위장약을 먹어도 한 달 이상 소화불량이 지속된다면 40세 이하라도 위 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한다. 

우리나라 성인은 지방층이 적고 뱃가죽이 얇아 초음파로 복부 내 장기를 관찰하기가 수월하고 위암 덩어리도 찾기 쉽다. 다른 이유로 병원을 방문했다가 초음파 검사로 위암을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 말기 위암 환자라면 대개 몸이 마르기 때문에, CT 촬영보다도 간 전이, 복강 내 전이, 난소 전이 등을 관찰하기 좋다.

CT는 인체에 X선을 여러 각도로 투과하여 복부의 단면을 관찰하는 검사로, 위암 진단보다는 확진된 위암 환자의 병기를 결정하기 위해 주로 시행한다. 주위 장기, 림프절, 간, 복막 등에 전이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서 위암의 병기를 결정하는 데 유용한 검사이며, 수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수술하다가 전이 사실을 발견하면 수술하지 못하고 배를 닫는 경우도 있으므로, 수술 전에 전이 여부를 확인해야 불필요한 수술을 피할 수 있다.

한편 PET 촬영은 정상세포에 비해 암세포가 해당 작용이 매우 활발하다는 특성을 이용하여 비정상적인 해당 작용이 일어나는 부위를 포착하는 방법이다. 비정상적인 해당 작용은 암 덩어리가 되기 전에 암세포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다른 진단 방법에 비해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치료 후에는 다른 장기로 전이됐는지 확인하거나 재발 여부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CT와 PET의 기능이 합쳐진 PET-CT가 개발되어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 진단 효율이 더욱 높아졌다.

위암의 병기와 수술 결과

암의 진행 정도를 병기라 하는데, 암의 침윤과 전이 정도에 따라 병기를 구분한다. 암의 병기는 예후를 예측하고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TNM 병기 분류법은 위암을 비롯한 모든 종양에 적용할 수 있는 간단한 분류법이다. 위벽 침윤도(T, Tumor), 림프절 전이 정도(N, Lymph Node), 타 장기로의 전이 여부(M, Metastasis)를 종합하여 0~4병기로 구분한다. 숫자가 클수록 암이 많이 진행됐다는 뜻이지만, 악성 유무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숫자가 높다고 해서 예후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한편 수술 결과(R, Surgical Result)는 원발 암이 수술로 깨끗이 제거되었는지 여부를 나타내는데, 병기 결정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추가적인 치료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T1 : 종양이 점막의 고유층 또는 점막하층까지 침윤

T2 : 종양이 고유근육층 또는 장막하층까지 침윤

T3 : 종양이 장막에는 침윤했으나 주위 장기에는 침윤하
지 않음

T4 : 종양이 장막층을 뚫고 나가 주위 장기를 침윤

N0 : 림프절 전이가 없음

N1 : 1~6개의 영역에 림프절 전이가 있음

N2 : 7~15개의 영역에 림프절 전이가 있음

N3 : 16개 이상의 영역에 림프절 전이가 있음

MX : 원격 전이 여부를 알 수 없음

M0 : 원격 전이가 없음

M1 : 원격 전이가 있음

(대동맥 주위, 췌장 후부 및 장간막 림프절 포함)

R0 : 잔류 암이 없음

R1 : 현미경으로 잔류 암이 확인됨

R2 : 육안으로 잔류 암이 확인됨

조기 위암과 진행성 위암

조기 위암은 1962년 일본내시경학회에서 육안 분류에 따라 정의한 용어로, 림프절 전이나 혈관 침범 여부에 관계없이 암세포가 위의 점막층이나 점막하층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다. 진행성 위암은 위의 근육층 이상을 침범한 경우를 말한다. 진행성 위암은 5년 생존율이 20~30%인 반면, 조기 위암은 90% 이상으로 높다. 

그런데 일본내시경학회의 정의는 림프절 전이나 혈관 침범 여부와는 관계가 없어서, 조기 위암이라고 해도 예후가 나쁠 수 있다. 점막암은 대개 림프절 전이가 없어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점막하암은 림프절 전이 여부에 따라 5년 생존율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조기라는 말은 암의 진행 과정에서 시작 단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정의에 따르면 조기 위암이라고 해도 이미 전이를 일으킨 경우에는 진행성 암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조기 위암과 TNM 분류에 따른 진행성 위암은 따로 구분해야 할 것이다. 

진행성 위암은 고유근육층 이상으로 암이 침윤한 것을 말하는데, 보르만 4형 분류법이 주로 사용된다. 

보르만 Ⅰ 진행암 : 용종형. 위의 내강에 용종이 융기되어 주위와 경계가 명확하다.

보르만 Ⅱ 진행암 : 궤양형. 주위가 두드러져 있고 가운데가 분화구처럼 파여 궤양이 형성되어 있는데, 활동기의 양성 궤양과 구별이 어려울 때가 있다.

보르만 Ⅲ 진행암 : 궤양 침윤형. 암성 궤양과 함께 주변에 광범위하게 암이 침윤된 형태다.

보르만 Ⅳ 진행암 : 침윤형. 융기나 궤양이 없고 위벽 전체에 암이 광범위하게 침윤되어 있는데, 표면은 거의 정상 점막으로 덮여 있어서 내시경 검사에서 종종 놓치곤 한다. 따라서 발견이 늦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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