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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ear’s Overture, 2022년 힘찬 시작의 서곡
  • 진혜인(바이올리니스트/영국왕립음악대학교 석사)
  • 승인 2022.01.1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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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2022년 임인년(壬寅年)의 아침이 밝았다. '임인'은 육십갑자 중에 39번째에 해당하며 임은 검은, 인은 호랑이라는 뜻을 가지며 올해는 검은 호랑이띠(흑호 해)이다. 호랑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물로 과거에는 왕실 권위를 상징하기도 했다. 1월 한 달 동안은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기념하는 의미로 세계 곳곳에서 시즌을 알리는 신년 음악회를 기획한다. 올해 서울시립교향악단은 팬데믹 극복을 위해 일상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음악으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지휘자 성시연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함께 신년맞이를 한다.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 올려진 글린카의 오페라 루슬란과 류드밀라

신년 음악회 프로그램의 첫 곡은 러시아 작곡가 글린카(Mikhail Glinka, 1804-1857)의 오페라 ‘루슬란과 류드밀라(Ruslan and Lyudmila)’ 서곡이다. 러시아가 배경인 판타지 소설 풍의 이야기로 주인공 루슬란이 마법사에게 납치된 류드밀라를 구출해오는 내용을 줄거리로 한다. 곡 초반부터 열광적이고 성대한 선율이 인상적이기에 오케스트라의 연주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한다.

러시아 국민 음악의 아버지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지녀온 그들만의 가락과 리듬을 주로 사용하여 민족주의 성향의 곡을 많이 작곡하였고, 국민적인 음악에 주력을 시도한 러시아 5인조와 함께 국민악파 음악의 시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양 고전음악의 사조에서 후기 낭만주의 음악은 대부분 민족적 색채가 두드러진다. 1848년 프랑스 혁명을 시작으로 전 유럽에 걸쳐 민족주의가 급속히 확산되며 음악가들도 영향을 받아 작품에서도 민족적 색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각국의 시민 계급에 의한 자유와 평등 정신이 확산되어 '국민주의'라고 불리는 음악적 색채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일상의 삶이 작품의 소재로

낭만주의가 중심이 되었던 유럽 사회에 개인의 느낌이나 생각이 존중받는 시기가 되었고 예술가들도 과거와 달리 사람의 삶의 모습을 작품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즉 일상의 삶이 작품 소재에 중요한 근원이 된다는 생각에서 국민주의 음악이 싹트게 된 것이다. 국민주의 음악은 민요나 춤곡, 전설을 소재로 표제음악 중심으로 작곡되었으며 오페라와 교향시, 모음곡 등 다양하다. 국민주의 음악과 민족주의 음악은 구분되어야 하는데, 민족주의 음악은 작풍(style and tendency)으로 분류되어 낭만주의 음악에 포함되지만, 국민주의 음악은 사조(musical era)에 따른 구분으로 낭만주의와는 달리 민족적인 소재를 이용하여 음악을 창작하고자 하였다.

당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된 이탈리아어 중심의 음악 용어가 아닌 자국의 언어를 사용하거나 다른 민족의 소재나 음악적 특성을 이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프랑스의 작곡가 비제가 오페라 '카르멘'에서 스페인적인 소재를 사용하고, 체코의 드보르작이 미국의 색채를 풍기는 '신세계 교향곡'을 작곡한 것, 그리고 이탈리아의 푸치니가 일본을 주제로 오페라 '나비부인'을 작곡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다양한 악풍을 탄생하게 한 글린카

러시아의 글린카에 의해 시작된 국민주의는 러시아 5인조(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 모데스트 무소륵스키, 알렉산드르 보로딘, 세자르 큐이, 밀리 발라키레프)가 뒤를 이어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 중유럽 음악에 대항하는 데에서 시작되어 이러한 흐름은 전 유럽으로 확산되며 이 시기 여러 악풍(musical style)이 탄생하게 되었다.

1837년 글린카는 러시아의 시인 푸시킨(Alexander Pushkin, 1799-1837)이 1820년 발표한 동명의 시,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기초로 작곡한 5막 8장의 오페라 작곡을 시작했다. 마침내 1842년 곡을 완성한 글린카는 같은 해 11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볼쇼이 극장에서 초연을 하였으나, 당시 러시아에서는 아직 이탈리아 오페라의 인기가 높았기에 대중들의 주목을 받기 어려웠다. 이후 글린카는 러시아를 떠나 프랑스와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고 이 시기, 프랑스의 작곡가이자 관현악의 대가라는 명성을 가진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1869)를 만나 프랑스에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서곡에서 로슬란의 테마가 등장하는데 난관을 극복하고 류드밀라와 사랑을 이루는 서사 전개를 현악 파트의 선율에서 느낄 수 있다. 리드미컬한 도입부에 이어 바이올린의 경쾌한 주제와 루슬란의 선율을 노래하는 첼로가 그 호방함을 드러낸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한 루슬란의 용기와 그의 활기찬 성격이 드러난 멜로디는 서곡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야기의 배경은 9세기부터 13세기 키예프 루스 시기로 상상과 환상적인 키에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동양적 요소가 가미되어 불협화음, 반음계, 온음음계를 사용해 판타지적인 이야기와 어울린다.

앞서 말했듯 글린카의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은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의 도입부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동시에 이는 어떠한 시작을 알리는 데에 제격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팀파니의 리드미컬한 스트로크와 도입부부터 포르티시모로 전 악기가 프레스토(Presto, 매우 빠르게, 약 168-200 BPM)의 템포로 질주하고 산뜻한 선율로 연주회에 온 모든 이들을 무대로 집중시킨다. 금년 엠디저널 1월호의 시작도 글린카의 서곡에서 힘찬 시작을 알리는 팀파니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를 바라며.

진혜인(바이올리니스트/영국왕립음악대학교 석사)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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