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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안내는 마음 시스템 만들기

  • 입력 2022.02.14 12:09
  • 기자명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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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있는 그래로 자세히 보면, 외부 세계는 결코 우리에게 직접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외부 세계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우리에게 영향을 줍니다. 사람들은 보통 외부에서 일어난 일이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것이 없어지지 않으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외부 세계가 그대로 있더라도 그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바뀌면 우리가 받는 영향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외부 세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 머릿속에 외부 세계와 관련된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우리 머릿속에 든 생각합니다. 그 머릿속에 든 생각이 긍정적이면 긍정적인 영향을 박도 부정적이면 부정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사실은 긍정적인 것 자체가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운전 중에 옆 차선에 있던 자동차가 갑자기 내 차 앞으로 끼어들어 화가 났다고 가정해볼까요. 보통 우리는 이럴 때 끼어든 차가 우리의 화를 직접 유발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상황은 가만히 분석해서 보면 그 사이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끼어드는 차가 있고, 그 사건에 대한 나의 판단이나 반응이 있고, 그 결과인 화가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 결과인 화가 없으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합니까? 첫째, 끼어드는 차가 있더라도 화를 유발하지 않는 판단이나 반응을 하면 화가 안 납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사정이 급한 모양이다. 나도 저랬을 때가 있었지.’ 바로 이 둘째 지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외부 사건에 대한 판단과 반응을 바꾸어서 화가 나지 않게 되면, 밖에 무엇이 있든 간에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초점을 여기에 두는 게 불교입니다. 그러지 않고 외부의 조건을 바꾸는 데만 집중한다면 우리는 끝없이 화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우리를 화나게 할 수 있는 요인은 산더미처럼 많고, 우리는 그것들의 극히 일부만을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찰을 해보면 반응이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은 계속 화를 냅니다. 이럴때도 화를 내고 저럴 때도 화를 냅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자기의 내면 상황입니다. 외부 상황은 통제가 가능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면 즉시 그 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가를 볼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합니다. 화는 순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그런 훈련이 부족하여 화를 안 내는 시스탬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화를 피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유태계 정신과 의사인 빅토르 프랑클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수용소로 끌려갑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함깨 밥을 먹던 사람이 한순간 시체로 돌변하는 극한 상황에서 그는 독특한 현상을 관찰합니다. 생존을 위해 자기를 챙기기에도 바쁜 그곳에서도 음식을 나누고 타인을 위로하는 등 의미 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입니다. 빅토르 프링클 역시 그러한 부류였는지 한 줌의 자유도 허락되지 않던 그곳에서 의미 있는 삶을 일구어나갔고, 결국 살아남았습니다. 외부 상황이 자기의 모든 걸 빼앗아 간다 해도 스스로 판단하고 태도를 취하는 내면의 자유는 건드릴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그는 로고테라피(Logotherapy)를 창시하여 많은 이에게 도움을 줍니다. 빅트르 프랑클은 자신의 수용소 체험을 통해서 마음에 대해 알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남이 나에게 무슨 짓을 할 수 있어도 내 마음은 나만이 어떻게 할 수 있다.”

무엇이 생각을 일으키는가

<앙굿따라 니까야> <더러움 경>을 보면 부처님은 나쁘고 불건전한 생각을 파리 떼에 비유했습니다. 파리가 더럽고 비린 것이 있는 장소에 몰려들듯이 나쁘고 불건전한 생각은 탐욕과 악의를 따라다닌다고 말씀합니다. “비구여, 탐욕이 더러움이고 악의가 비린내며 악하고 해로운 생각이 파리이다. 비구여, 참으로 자신을 더럽게 하여 비린대를 풍기면 파리들이 그대에게 몰려들지 않을 것이고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 경우는 없다. ‘눈과 귀를 보호하지 않고 감각기능을 제어하지 않는 자에게 욕망을 의지하는 나쁜 생각이라는 파리 떼가 몰려드나니 더러움을 만들어 비린내를 풍기는 비구는 열반으로부터 멀리 있고 오직 괴로움을 겪으리.’”

탐욕과 악의, 조금 더 확장시키면 탐욕, 성냄, 어리석음이 있을 때 생각이 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왜 그럴까요? 예외는 있겠지만, 우리는 대부분 모르기 때문에 생각을 합니다. 지혜가 있고 잘 아는 사람들은 절대로 생각을 안 합니다. 이미 알고 있으니 생각을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모르고, 욕심이 있고, 화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보려고 자꾸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속에서 탐욕, 성냄, 어리석음이 없어지면 안 좋은 생각이 사리지고, 마음이 하나의 대상에 집중된 선정 상태에는 모든 생각이 끊어지게 됩니다. 비구와 비구니 들의 깨달은 삶을 담은 <장로게>와 <장로니게>를 보면 사리불은 비롯한 아라한들이 “나는 생각이 끊어진 경지에 도달했다. 나는 성스러운 침묵 속에 있다.” 이렇게 읊는 장면이 나옵니다. 선정에 들었을 때 생각 자체가 완전히 없어져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되 생생하게 깨어 있는 경지가 이렇게 표현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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