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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에 나타난 인간의 범죄본능(2)

인류 최초의 살인과 살인미수

  • 입력 2022.02.15 11:35
  • 기자명 문국진(의학한림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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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티치아노 작: ‘카인과 아벨', 16세기, 산타 마리아 델라 사루데
티치아노 작: ‘카인과 아벨', 16세기, 산타 마리아 델라 사루데

16세기 이탈리아의 화가 티치아노(Tiziano Vecellio 1487?-1576)가 그린 ‘카인과 아벨’(16세기)이라는 그림이 있는데 그 그림에는 두 근육질의 사내들이 싸우는 장면이다. 몽둥이를 들고 있어 상황을 압도하며 힘과 폭력의 미학을 생생하게 전해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쓰러져 있는 사람의 머리는 이미 몽둥이로 얻어 마저 머리가 터졌으며 피가 흐르고 있다. 다시 몽둥이로 내려치려는 찰나이기에 보는 이에게 곧 있을 파괴에 대한 무의식적 아픔을 강하게 안겨주는 그림이다.

이미 4000년 전에 일어난 일이기는 하지만 피를 나눈 두 형제 사이에서 일어난 그야말로 보잘것없는 일로 형이 사랑하는 동생을 죽였기 때문에 사람들의 경악을 자아내게 하며 또 이것이 인류 최초의 살인사건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아담과 이브의 두 형제인데 형 카인(Cain)과 동생 아벨(Abel)로서 그들의 싸움에 대해서는 구약성서 창세기 제4장에 기술되어 있어 이를 토대로 더듬어 보기로 한다.

삽화: 아벨의 제단 옆의 장작은 연기를 내며 타들어가는 모습
삽화: 아벨의 제단 옆의 장작은 연기를 내며 타들어가는 모습

크게 자란 두 형제는 집안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였다. 카인은 들에서 농사일을 하였고, 아벨은 아버지의 양떼를 몰았다. 물론 이들은 여느 형제들처럼 싸우기도 하고 서로를 시기하기도 하며 자기 장점을 자랑하기도 했다. 하루는 그들 모두가 여호와께 제물을 바치게 되었는데 아벨은 새끼 양을 잡았다, 카인은 경배의 제단에 자기가 가꾼 곡식을 바쳤다.

그런데 아벨의 제단에 올린 제물 옆에 준비한 장작에 불을 집히니 연기를 내며 잘 타들어 갔으나, 카인은 제물에 불을 집히려 하였으나 부싯돌마저 켜지지 않아 애를 먹었으며 장작의 불결도 시원치 않았다. 이를 삽화로 표현한 것이 있는데 여호와는 아벨이 바친 제물은 기쁜 마음으로 받아 들였으나 카인이 바친 제물은 좋아 하지 않은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

카인은 이에 질투를 느낀 나머지 격분하게 되었으며 아벨이 비웃는 다고 생각하고 화를 냈다, 그러나 아벨은 옆에 서서 그저 바라보기만 하며 이를 부인 했다.

실은 아벨은 자기가 키우고 있던 양들 가운데서 가장 살지고 좋은 놈으로 골라서 바침으로 자기의 진실로 감사하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었으며, 카인은 제물에 특별히 신경 써 고르지 않고 적당히 챙겨서 제물로 바쳤던 것이다. 이것을 여호와로서는 두 사람의 믿음의 차로 받아드린 것으로 해석된다.

신에게 제물을 바친다는 것은 예로부터 세계 각처에서 행하여진 일종의 종교적인 관습으로 대부분이 자연숭배에 근거한 소위 애니미즘(animism)이라고 불리는 원시종교에서도 있었다.

인간이 왜 예로부터 자연을 숭배하여 왔는가에 대해서는 자연의 은혜와 관용 없이는 자기의 생명은 유지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전해 듣고 또 몸서 체험하여 왔기 때문이다.

제물을 바치고 돌아오는 길에 화가 가라앉지 않은 카인은 아벨에게 시비를 걸었으며 이것이 싸움으로 번져 카인은 아벨을 몽둥이로 때렸는데 고만 너무 세게 때리는 바람에 쓰러져 죽어버렸다.

카인은 너무나 무서운 일을 저지른 나머지 허둔 지등 도망쳤다. 그러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던 여호와는 덤불 사이에 숨은 그를 찾아냈다. 여호와가 동생이 어디 있느냐고 묻자, 카인은 통명 스럽게 모른다고 하며 자기는 동생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여호와께서는 “너는 무슨 짓을 하였는가? 대지에서 너의 동생이 나를 향해 울부짖는 피의 소리가 들린다. 네가 농사짓던 대지는 너의 동생의 피로 물들어 대지는 너를 저주하기 때문에 이제는 네가 그 대지에 농사짓는다 해도 곡식은 더 이상 자라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 땅을 떠나라”하셨다.

그러나 카인은 다른 땅에 유배되면 사람들이 자기의 죄를 곧 알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사람들을 자기를 죽일 것이니 용서하여 달라고 간청하였다. 그러자 여호와께서는 “그렇게는 안 될 것이다. 카인을 죽인 자는 7배의 벌을 받게 될 것이다.”하시며 사람들이 카인을 죽이지 못하게 그에게 하나의 표식을 하여 주었다.

이것이 인류사상 첫 번째의 살인이며 이 사건을 계기로 인간의 심층에 자리했던 형제간의 증오의식이나 근친살해의식의 발로를 카인 콤플렉스(Cain complex 형제상극)라 부르게 되었다.

렘브란트 작: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 1635, 페텔스브르크, 에르미타주
렘브란트 작: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 1635, 페텔스브르크, 에르미타주

이번에는 기록상 인류 최초의 살인미수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아브라함(Abraham)은 개척자이었으며 무엇보다도 여호와의 뜻을 절대적으로 따르는 신앙심이 누구보다도 강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여호와께서는 그를 시험해보기로 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죽음을 부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여호와는 갑자기 아브라함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아들인 이삭(Isaac)을 모리아 산으로 데리고 가 죽여서 제물로 바치라 했다. 아브라함은 고민 끝에 부하 두 명에게 명하여 당나귀 등에 장작을 싣고 물과 식량을 준비한 다음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산으로 갔다.

아브라함은 부하들에게 기다리라 하고는, 이삭의 손을 잡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이삭은 궁금해졌다. 그는 아버지가 제사지내는 것을 종종 보아왔는데 이번은 좀 달랐다. 제단이나 장작 그리고 희생의 양의 목을 따는 데 사용하는 칼도 있었다. 그러나 양은 보이지 않아 이상히 여기고 아버지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아버지는 “때가 되면 여호와께서 양을 준비하실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산꼭대기에 도달한 그는 이삭을 묶어 제단의 거친 돌 위에 올려놓고는 칼을 꺼내 든 후, 목을 쉽게 칠 수 있도록 아들의 얼굴을 뒤로 제기며 잡아 쥐었다.

이때 여호와의 목소리가 들리며 천사가 나타나 아브라함이 쥐고 있는 칼을 쳐서 떨어트리게 하였다. 여호와께서는 아브라함이 그 누구보다도 믿음이 두텁고 충성스럽다는 것을 확인하고 아브라함에게는 충성의 증거를 더 이상 시험하지 않기로 하였다.

이삭은 일어났으며 근처 수풀에 뿔이 결려 꼼짝 못 하고 있던 커다란 검은 양을 대신 제물로 잡혔다. 이것이 인류 최초의 살인미수에 대한 줄거리인데 이를 여러 화가가 그림으로 하였는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실감 있게 표현한 것은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 van Rijn 1606-1669)가 그린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 ’(1635)이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그림을 보면 천사가 나타나 아브라함의 손에 주었던 칼을 쳐서 그는 칼을 놓쳐 칼은 아브라함의 손을 떠났다. 칼이 떨어졌으니 이삭의 목이 날아날 염려는 없어졌다. 그러나 제단위에 눈을 감고 누어있는 이삭은 구원의 낌새를 알지 못하고 있다. 칼을 꺼내서 목을 베려다가 칼을 떨그기까지의 숨 막히는 순간은 짧았지만 이를 당하는 이삭에게는 다시없는 영원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화가는 배경과 주변 소재들을 어둠 속에 밀어 넣었다. 그러나 공간을 모두 지워 버린 것은 아니며 세 명의 등장인물인 이삭과 아브라함과 천사를 세 축으로 달리는 인물 구성의 뼈대를 구성하여 배경을 대신해서 공간을 만들고 있다.

이삭이 어둠속에서 밝게 빛난다. 그의 몸을 흘어 내리는 빛은 칼날의 반착임 보다 차갑다. 두 팔을 결박당한 이삭은 두 다리를 잔뜩 오므렸다. 억센 아버지의 손바닥이 자신의 얼굴을 감싸 누르는 순간 까지만도 죽음의 앞에 닥아 서 있었다. 그러나 천사의 도움으로 살인미수로 막을 내리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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