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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Sweet Home

즐거운 나의 집

  • 입력 2022.02.17 11:54
  • 기자명 진혜인(바이올리니스트/영국왕립음악대학교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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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임인년(壬寅年)의 첫날이 밝았다. 우리나라의 명절 설은 시간적으로는 한 해가 시작되는 새해 새 달의 첫날이기도 하며, 한 해의 최초 명절이라는 의미와 함께 대보름까지 이어지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설 명절에 대한 기록은 삼국시대 문헌부터 존재하며 의례, 민간신앙, 복식과 음식, 놀이 등 설과 관련된 세시풍속 또한 풍성했다. 설에 먹는 음식을 일컫는 세찬(歲饌)은 차례상에 오르고 명절식으로 가족들이 함께 나눈다. 또한 산뜻한 봄을 맞는다는 의미에서 차례를 지낸 후 가족들이 함께 세주를 마신다. 설은 전통사회에서 신성한 날이자 의례인 민족 고유의 명절이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달콤한 휴식을 위해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동명의 회화 작품, Dianne Dengel 작가의 Home, Sweet Home
동명의 회화 작품, Dianne Dengel 작가의 Home, Sweet Home

집이라는 공간과 그 의미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주거의 공간으로 한정하기엔 아파트로 가득 찬 도심에서 서글퍼진다. 공간을 얻기 위해 일상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단순히 사는 곳이 아닌 공존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집은 삶의 기본적인 요소이자 가정이 성립되는 최소 단위이자 기억과 기록의 공간이다.

동명의 회화 작품, Winslow Homer의 Home, Sweet Home(c. 1863)
동명의 회화 작품, Winslow Homer의 Home, Sweet Home(c. 1863)

현대 철학에서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1884 – 1962)는 집을 인간이 보호받을 수 있는 행복한 공간이라 주장했다. 행복한 공간으로서의 집은 세계에 대한 근본적 신뢰가 전제된다. 바슐라르에게 집은 인간를 보호해주고 숨겨주는 공간에 초점을 두었다. 집에서 자기 둥지의 따뜻함을 느끼기 때문에 누구나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영국 작곡가 헨리 비숍
영국 작곡가 헨리 비숍

영국 작곡가 헨리 비숍

영국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헨리 비숍(Sir Henry Rowley Bishop, 1786-1855)이 작곡한 ‘즐거운 나의 집(Home, Sweet Home)’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익히 듣고 부르는 노래 중 하나이다. 세계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집(Home)’을 노래했기 때문일 것이다. 헨리 비숍이 작곡한 멜로디에 미국의 극작가이자 배우인 존 하워드 페인(John Howard Payne, 1791-1852)이 가사를 붙였다.

1823년에 발표된 헨리 비숍의 오페라 ‘클라리, 밀라노의 아가씨(Clari; or the Maid of Milan)’에 극음악으로 차용되며 노래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고 이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 곡을 작곡할 때 비숍은 이탈리아 시실리안 민요(Sicilian Air)에서 영감을 받아 멜로디를 지었다고 전해지며, 이후 페인이 가사를 개작하여 더 유명해지게 되었다. 국내에는 김재인의 번역으로 ‘즐거운 나의 집’으로 명명되어 일반에 알려지게 되었으나 가사 번역에 있어 원곡에 없는 가사가 번안된 것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꿈에서 깨는 도로시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꿈에서 깨는 도로시

걱정과 슬픔을 달래주는 노래의 힘

역사적으로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임에도 전 미국인들 사이에서 널리 불렸고, 전쟁 속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달래기도 하고, 또 어떤 가정에서는 당시 군대로 간 아들을 그리워하는 부모의 마음을 위로하는 곡이었을 것이다. 또한 미국의 링컨 대통령 부부가 이 곡을 특히 좋아하여 1862년 이탈리아 출신 소프라노 아델리나 패티(Adelina Patti, 1843-1919)를 백악관에 초청하여 이 곡을 청하기도 했는데, 당시 장티푸스로 인해 세상을 떠난 셋째 아들로 인해 슬픔에 잠긴 링컨 대통령 부부의 마음을 위로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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