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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clinic]자살에 관한 잘못된 인식

  • 입력 2008.06.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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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자기 스스로를 죽이는 자살 행위를 하는 것일까. 모든 존재는 자기 자신을 가장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고 가장 편하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어째서 자기 자신을 죽이는 극단적인 길을 취할까. 이것에 대해서는 누구나가 궁금하게 생각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환자를 대할 때 항상 자살의 위험성이 있나 없나를 알아본다.사는 것이 오죽 괴로우면 죽으려고 하겠나하고 쉽게 생각하면 간단할지 몰라도 실제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것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다. 얼마 전에 상담했던 30대 여자 환자는 “선생님, 왜 죽으려고 하는지 아세요. 괴로워서 죽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에요. 어떤 생각에 골똘히 빠진 상태에서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돼요. 모든 사람들이 나의 죽음을 바라고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모두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되어 죽으려고 했어요.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의 경우 그래요”라고 상태가 좀 회복되면서 나에게 이야기했다. 실제 다른 환자들을 봐도 그렇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서 자신이 어떤 결론을 내리고 자살을 결행한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여류 작가로서 젊은 나이에 자살을 한 사람의 책을 읽어 보니 죽기 전에 쓴 글에 나타난 심리는 매우 복잡하고 순리나 상식에서는 너무도 동떨어진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살, 사회심리적 고립이나 자신을 향한 공격성의 방향 전환이 부른 결과 환자 중에는 치료를 하는 도중이건 치료를 하지 않는 기간이건 자살하는 경우가 있다. 필자의 경우에도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는데 그 사람은 남자 대학생으로 상담은 학교 상담실에서 하고 나에게는 불면증과 불안 증세 때문에 약만 타가는 환자였다. 나에게 정기적으로 다니면서 약을 타가던 환자가 어느 날부턴가 오질 않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몇 달 후에 학생의 어머니가 찾아왔다. 그 학생 즉 자기아들이 자살을 했다고 하면서 자기 잘못이라고 했다. 아들이 죽겠다고 해서 “그럴 것 같으면 나가서 죽어라”라고 했는데 그 길로 죽었다고 했다. 어머니로서 오죽 답답했으면 그런 말을 했겠냐마는 자살의도가 있는 아들에게 어머니의 말 한마디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어머니의 말을 어머니의 의도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편향되고 왜곡된 심리상태에서 받아들여 나름대로 해석해서 죽을 수밖에 없는 쪽으로 몰아가기 때문이다.자살을 왜 하게 되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 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하였는데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사회학적 견지에서 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신분석학적 견지에서 본 원인론이다. 사회학적인 견지에서 많은 연구를 한 대표적인 학자인 두르크하임(Emil Durkheim) 에 의하면 개인이 소속해 있는 사회집단에서 개인을 따뜻하게 받아들여 주지 않기 때문에 자살이 일어난다고 하였다. 개인이 사회집단과의 결속이 끊어지면서 생기는 사회심리적 고립현상이 현대사회에서의 자살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였다. 그 다음으로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Sigmund Freud)를 중심한 정신분석에서는 자살을 자기 자신에게로 향한 공격성의 결과로 봤다. 정신분석에 따르면 한 인간이 사랑과 미움의 상반된 감정을 갖고 대하던 어떤 것을 잃고 나면 사랑하던 감정은 영구히 그 상실된 것에 붙어서 애도, 추모하는 마음으로 남지만 증오하던 마음은 그것에서 떨어져 나와 방향을 돌려 자기 자신에게 와서 자기 자신을 미워하게 된다. 공격성이 자신에게로 방향 전환을 한 상태가 우울증이다. 그래서 ‘나는 가치 없는 놈이다’, ‘나 같은 놈은 죽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 것이 심해지면 ‘내가 나를 죽이는’ 자살을 하게 된다.자살기도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사랑과 관심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자살기도자의 경우 정신질환자일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사춘기 학생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한 정상적인 사람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계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자살과 자살기도자를 합쳐 이들 중 최소 1/3이상이 조울병, 갱년기 우울증, 정신분열증, 우울신경증, 뇌동맥경화증, 만성알콜중독에 걸려 있다고 본다. 요즘 몇 군데 TV에서 자살에 관한 실태 및 심리분석을 다루는 것을 볼 때 자살이 상당한 사회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자살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어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 상식처럼 떠도는 말인데 마치 사실처럼 인식되어 있어 자살예방이나 대책에 부정적이고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그 첫째가 ‘정말 자살할 사람은 남에게 그것을 내색하지 않는다’이다. 이것은 틀린 말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연구결과에서 자살할 의향이 있는 사람은 주위에 그런 의사를 알린다는 것이 밝혀졌다. 가족, 친지에게 지나가는 말처럼 뜻을 비치거나 더러는 직접 대놓고 명확히 예고를 한다. 우리나라의 한 연구를 보면 74%가 그런 의사 표시를 했다. 미국과 영국의 통계는 55~75%이다. 따라서 ‘죽는다, 죽는다 하는 사람치고 죽는 사람 못 봤다’라는 말은 전적으로 틀린 말이다. 주위에서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경우 심각한 말이든 지나가는 말이든 그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진정한 관심을 가지고 그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봐야 할 것이다.두 번째 조심해야 할 말은 ‘자살하는 사람들은 꼭 죽고야 말겠다는 확고한 결단을 내린 사람들이다’라는 것인데 이것도 틀린 말이다. 이들은 대부분 죽을 것인지 살 것인지를 분명히 정하지 못한 채 갈등하고 혹시 누군가에 의하여 자기가 구원받고 구조받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이야기 할 것은 한번 자살기도를 해본 사람이거나 자살위기를 넘긴 사람은 다시는 자살을 하지 않는다는 것 인데 이것도 사실과 다르다. 한 연구의 통계에 의하면 자살자의 45%가 3개월 전쯤 해서 자살미수가 있었던 사람이었다. 자살기도자의 15%는 다시 자살기도를 하는데 그 반수가 1년 이내에 한다. 자살기도자의 5%는 자살로 끝난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면 자살의도를 표현하는 사람이나 자살기도자를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과 진정한 관심이다. 이미 정신질환이 생긴 경우는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내가 치료했던 한 여자 대학생은 몇 개월 동안 가지고 있던 자살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물론 상담도 하고 약을 먹은 것도 있었지만 환자의 표현으로는 아버지의 따뜻한 관심이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인생의 마감은 선택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것필자가 보기에 대부분의 경우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그 사람을 잡아주는 사람이 들어있지 않다. 청소년의 경우 부모가 자리 잡고 있지 않다. 혼자라고 느낀다. 자식의 마음속에는 항상 부모가 들어있어야 한다.우리가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죽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무리 건강하고 사회적으로 적응을 잘하는 사람도 지치고 힘들고 화날 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우리 존재 자체는 자살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 자신과 진정하게 대화를 하여 보면 존재하기 위하여 우리 내부에서 활발하게 생명 활동을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끝으로 언젠가 [미란타왕문경] 이라는 불교 경전에서 본 글귀가 생각이 나서 적어본다. 미란타왕이 “당신들 불교도들은 인생을 고통이고 벗어나야 할 것으로 받아들이는데 그러면 왜 목숨을 끊지 않습니까” 라고 묻자 나가세나 존자는 “우리는 인생을 고통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미리 생을 끝내지도 않습니다. 과일이 익어서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떨어지듯이 우리도 생이 인연이 다하여 끝날 때 까지 그대로 삽니다”라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