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다는 것
남 영 은
인사동 골목길 이층
처마 끝 매달린 빗물에
술 한 잔 맺혀있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진다는 것 배우지 못하네
순서도 없고
그저 움직임 없이 기다릴 뿐
만개에 다다를 때
멀리서 흔들리는 푸른 잎사귀
내버려 두고 바라보곤 하지
때론 되돌아보며
환하던 시절 그려보기도 하고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순간
나지막이 숨 괴고 있다는 걸
어둠을 지탱하는 달빛의 무게로 보게 되지
길이 없어도 길섶 되어 떨어진다
곱디고운 동백 화안한 꽃잎으로도
낮은 곳으로 향한다
진다는 건 피어나기 위한 숭고한 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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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눈물을 위해 텅 빈 공간에 하늘길 바람길이 열린다. 순서도 없이.
때론 빠르게,때론 느리게, 지나가는 시간의 굴레속에 인사동 골목길에서 한방울의 술잔에 갇힌 나를 본다. 누군들 알았으랴,가보지 않은 그 길이 마음의 눈물인 것을.낮은 곳으로 떨어져야 꽃 한송이 살려내고,꽃이 져야 다시 핀다는 것을 봄의 길목에서 눈새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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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남영은
* 2011년 등단
*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시 창작교실(강희근 교수) 수료
* 한국문인협회 회원
* 교육계에 종사
* 시집: 찬 생각 한가운데
<사진: 박문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