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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초대석 시인 남영은> ---- "진다는 것"

봄의 길목에서의 눈새김,피어나기 위한 숭고한 울음

  • 입력 2022.03.12 08:32
  • 수정 2022.03.12 09:39
  • 기자명 김영학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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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다는 것

                       남 영 은

 

인사동 골목길 이층

처마 끝 매달린 빗물에

술 한 잔 맺혀있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진다는 것 배우지 못하네

순서도 없고

그저 움직임 없이 기다릴 뿐

만개에 다다를 때

멀리서 흔들리는 푸른 잎사귀

내버려 두고 바라보곤 하지

 

때론 되돌아보며

환하던 시절 그려보기도 하고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순간

나지막이 숨 괴고 있다는 걸

어둠을 지탱하는 달빛의 무게로 보게 되지

 

길이 없어도 길섶 되어 떨어진다

곱디고운 동백 화안한 꽃잎으로도

낮은 곳으로 향한다

 

진다는 건 피어나기 위한 숭고한 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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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눈물을 위해 텅 빈 공간에 하늘길 바람길이 열린다. 순서도 없이.

때론 빠르게,때론 느리게, 지나가는 시간의 굴레속에 인사동 골목길에서 한방울의 술잔에 갇힌 나를 본다. 누군들 알았으랴,가보지 않은 그 길이 마음의 눈물인 것을.낮은 곳으로 떨어져야 꽃 한송이 살려내고,꽃이 져야 다시 핀다는 것을 봄의 길목에서 눈새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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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남영은

* 2011년 등단

*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시 창작교실(강희근 교수) 수료

* 한국문인협회 회원

* 교육계에 종사

* 시집: 찬 생각 한가운데

                                                   <사진: 박문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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