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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를 갈망하다.

  • 입력 2022.03.18 14:11
  • 기자명 양지원(문화예술학 박사/MD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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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혼돈 속에서 무엇을 느끼는 오늘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똑같은 질서가 연결되지 않는 일상이다. 우리가 지각하는 것은 더 이상 질서의 상태에 있지 않다. 우리가 사물과 주변 세계를 지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동식물은 지각의 변동과 이상기후의 변화에서 생존시기에 따른 생태계를 형성한다. 예를 들어, 과실(果實)의 경우 기온이 오르면 키위와 사과는 더이상 그 지역에서 추수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간의 생애주기의 그 변화, 혼돈 때문이다. 혼돈 속에서 순간순간 떠오르는 안정적인 것들에 반응하면서 지각의 메커니즘이 완성된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때는 바로 그 혼돈을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 도대체 이 모든 것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비상사태(emergency)와 창발(emergence)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창발은 알려지지 않은 현상(phenomenon)이 미지의 것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신체의 변화 자연의 오묘한 생체호흡을 거부했다우리 주변의 것들이 무너져 내리면 그 지각은 사라지고 몸이 반응한다. 반사 반응은 아득한 먼 옛날, 수억 년 전부터 자동으로, 그리고 효율적 대처능력으로 펼쳐지는 환경에의 노출로 진화해 왔다. 그 결과 생각과 지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긴급한 상황에서 그 진화점은 우리를 보호해 준다. 긴급한 상황에서 몸은 모든 가능한 사태에 대비한다. 먼저, 위험 상황을 지각하고 신체가 뻣뻣하게 얼어붙는다. 그리고 반사 반응이 서서히 감정으로 나타난다.

청향[淸香] 2019, 화선지에 수묵. 200X390.9cm
청향[淸香] 2019, 화선지에 수묵. 200X390.9cm
결 (訣) 화선지에 수묵 162.2X260.6cm, 2018
결 (訣) 화선지에 수묵 162.2X260.6cm, 2018

이 작가의 작품은 그런 품속으로 안내하고 있다. 여명의 새벽이 되고 커다란 변화의 기점의 긴 소용돌이에서 정화되는 그 평온이다. 무서운 일이 터진 것인지 유익한 것인지 당장은 알 수 없다. 이 단계에서 신체는 에너지 소모가 큰 대기 상태를 유지한다. 코르티솔(cortisol)과 아드레날린 (adrenaline)이 분비되어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도 가빠진다. 최선의 상황을 기대하며 최악의 상황을 준비한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고 있는 것이다. 비명을 지르거나 웃음을 터트린다. 혐오스러운 표정을 짓거나 겁에 질린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울부짖는다. 그런 뒤에야 비로소 혼돈을 분석하기 시작한다. 이 또한 숲은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옛적의 한 세기에 걸친 문화가 선을 그어진 통념을 달리한 이념이 세워지고 쇠락한 때에도 그 숲은 그곳에 존재한다.

차가운 소리, 화선지에 수묵 130.3X324.4cm, 2018
차가운 소리, 화선지에 수묵 130.3X324.4cm, 2018
차가운 소리2 135X430cm, 화선지에 수묵, 2021
차가운 소리2 135X430cm, 화선지에 수묵, 2021

작가의 작업은 심층으로의 여정이자 초기 상태의 자각이다.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달려온 시각에 대한 반성적 사고, 이성에 대한 반성이다. 문명은 이러함에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다. 감정이자 환상이다. 과거에 알던 익숙한 것들이 다시 단순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반드시 거쳐야 할 심층적인 자각이다.

회피하면 미래가 필연적으로 암울해진다는 것은 자명하나, 의견 충돌과 실수를 직면하는 용기를 내지 않는다면 과감히 맞설 수 없다. 수월함의 대가는 거대한 용이 되어 찾아온다면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제어 예측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때 정말 피하고 싶던 일이 일어난다.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힘을 확보했을 때, 일상의 시간 중 가장 약해진 틈을 타서 모습을 드러낸다.

예술을 생각하며 오늘을 맞이하며

문제를 명확히 규정하면 해결책을 구할 수 있으나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를 규정한다는 것은 문제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명확히 규정한다는 것은 주변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적극적으로 알아내겠다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그로 인해 심한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또 한편의 이론은 우리에게 오고 배울 것이며, 그렇게 얻은 교훈을 미래에 축적되어 활용할 것이다. 고통과 불안을 회피하면 끝없이 지속되는 절망과 실패에서 비롯된 만성적인 통증에 소중한 시간을 덧없이 흘려보내는 자충수를 두게 된다.

이 세상의 예술가에게 고함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작업을 구축해내는 과정에서 순조롭지 못한 그 과정과 절망에서 벗어나, 작가는 무지와 위장한 평안이라는 장막 뒤에 위험하게 감춰둔 현실을 신중하고 정확히 표현해내야 한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세계에서, 작가는 자신에게 닥친 개인적인 재앙과 일반적인 삶의 조건, 그 날실과 씨실을 세세하게 구분해야 한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는 말은 지나친 표현일 수 있다. 무너져 내린 것은 ‘특정한 것’들이지 모든 것이 아니다.

최근 일련의 사태로 몇몇 인식 가능한 믿음이 무너졌고, 몇몇 특정한 행동이 잘못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너지고 잘못된 것은 무엇인가? 모든 답을 알아내지 못하면 결코 굳건한 땅으로 되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작가의 의지가 담긴 붓의 호흡을 통해 그녀만의 작품세계를 작가의 언어로 정상화시켜 올려 놓아야 한다.

모든 것이 혼돈의 얼굴을 드러낼 때 우리는 말을 통해 혼돈을 바로잡고 질서를 다시 찾을 수 있다. ‘작가는 무엇으로 드러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오늘 작가의 숲의 여명에서 마주한다. 흔들림이 있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 한국의 소나무를 작가는 가족으로, 내가 살고 있는 주인으로 맞이하고 있다. 해체와 분류의 휘몰이 과정에서 이를 동반하여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 그것에서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작가가 읽어낸 숲길에서 3월은 이미 첫 페이지를 열고 있었다.

남아영

Nam Ahyoung

학력

2016 추계예술대학교 동양화과 졸업

2020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석사 졸업.

2022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박사수료.

전시경력

2022. 2.9~2.15 신진작가 공모 선정작가 <백몽> 개인전/ 갤러리라메르

2021.12.19~ 12.27 <감정의 계절> 개인전/ 갤러리그림손

2020. 8. 24 ~ 9.5 <장자, 강강술래 하다> 단체전/ 금보성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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