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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대차대조표 _ 나의 생체시계를 찾아라.

잠이 보약이다.

  • 입력 2022.05.06 17:32
  • 기자명 김영학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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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Don’t Disturb! 호캉스를 즐기는 남녀들이 호텔방문 앞에 붙여놓는 팻말. 알람도 끄고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실컷 원대로,멋대로 늘어지게 자고 싶은 욕망. 만성 피로에 찌들은 현대인들의 주말 소박한 꿈은 늦게까지 잠을 푹 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이렇게 늦잠을 자도 여전히 피곤하다. 주말에 밀린 잠을 잔다는 전략은 사실 그럴 듯 해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평균적으로 2시간 깨어있을 때마다 1시간 반을 자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 평균 6시간-8시간을 자야한다.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과 실제 수면시간을 다르므로 시간 대비 잠이 부족하다. 이를 수면 부채라 말한다. 수면전쟁에 이어 생활수면의 궁금증을 the Science of Sleep의 도움을 얻어 연재한다. (김영학 대기자, 편집자 주)

잠을 빚지고 사는 24시 사람들 – 수면부채란?

포근한 봄날 오후, 점심 먹고 졸음이 밀려오면 눈꺼풀이 정말 천근만근, 춘곤증이 몰려온다.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면 너무 달콤하다. 왜 졸립고, 왜 우리는 잠을 자야 할까?

잠을 안자면 24시간을 온전히 쓸 수 있을 텐데. 혹시 잠은 낮 동안 깨어 활동할 힘을 얻는 쉬는 시간일까?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잠은 단순히 몸을 쉬게 하는 소극적인 휴식이 아니다. 잠을 자는 동안 뇌와 몸은 일련의 회복 및 강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는 신체가 제 기능을 다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뇌와 몸에 해로운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에너지를 집중하고 학습한 내용과 기억을 강화하며,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감정적 균형상태를 유지시키며 또 몸속 세포의 치유와 회복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우리는 잠을 잔다. 따라서 수면은 우리 건강과 웰빙의 가장 중심의 위치에 있다.

문제는 잠을 잘자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언제,어디서 얼마만큼 자야하는 것인지는 사람마다.생활습관이나 패턴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올바른 정답을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정답은 우리 몸에 있다. 우리 몸은 언제 잠을 자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신체의 ‘일주기리듬’이라는 생체시계다.

생체시계는 우리 몸의 주요 기능들이 약 24시간의 주기에 맞춰 돌아가도록 작동시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생체시계는 수면 외에도 여러 생물학적 기능과 행동이 시작되는 시간을 조절하는데 오후 10시 이후에 배변 활동을 조절, 수면에 방해되는 활동을 억제하여 도움을 주거나, 오전 10시 전후 활동적인 시간에는 코르티솔을 분비시켜 일에 대한 집중력이나 신체조정력이 가장 활발하게 만드는 것들이 좋은 예이다.

생체시계는 뇌의 시상하부 내 2만 개의 신경 세포가 모여있는 시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us SCN)이라는 뇌영역에 의해 조절된다. 시교차상핵은 매일 빛에 노출되면 처음 상태로 되돌아간다. 눈이 빛의 변화를 감지하고 시교차상핵에 신호를 보내면 외부 환경의 리듬에 맞춰 생체시계가 조정된다. 다시 맞춰진 시계가 움직이며.여러 신체 체계를 작동시키는 원리이다.

생체시계가 고장나면 우리는 수면에 방해를 받고, 부족한 잠은 적정수면시간에 대해 부채를 갖게 된다. 즉 적절한 수면시간 – 실제 잠을 잔 시간 = 수면부채 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이처럼 수면부채가 누적되면 주말에 잠을 몰아 자서 밀린 잠을 해결한다해도, 수면 부채를 다 갚을 수 없게 되어 수면 부족과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잠자리 대차대조표는 수면부족이라는 당기순손실로 표시된다.

적정한 햇빛 노출은 잠의 보약?

잠을 자고 싶은 욕구를 수면압력이라 한다. 수면 압력은 낮 동안 점차 증가한다. 낮에 활발한 일상 활동을 하면, 그리고 깨어있는 시간이 지속될수록 수면 압력도 함께 커진다. 정확히 어떠한 단계로 진행되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졸음을 유발하는 아데노신이라는 화합물이 뇌에 축적되면서 잠을 자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과학자들은 생체시계의 타이밍을 맞추는 복잡한 체계가 내부 신호와 외부 신호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러한 신호를 차이트게버(시간제공자 뜻의 독일어,zeitgeber)라 한다. 생활 양식 요인들로 생체시계간 불일치가 발생하면 수면 체계가 변화를 가져온다.

낮에 활발한 활동이나 햇빛에 노출시간이 길어지면 수면압력이 커지는 이유는 바로 햇빛이 수면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차이트게버이기 때문이다. 햇빛을 흡수한 눈 세포는 지속적으로 빛의 세기를 측정해 신체의 기준 시계로 전달한다. 뇌는 이를 바탕으로 졸음을 유발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증가 또는 감소시킨다.

햇빛 외에도 운동,식사나 간식,온도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외부신호(차이트게버)는 호르몬과 주변 시계를 조절한다. 호르몬은 혈류를 타고 이동하는 화학 물질로 특정 신체 기능을 활성화한다. 생체시계는 수면과 기상주기를 조절하는 호르몬의 양을 결정한다. 즉, 수면의 질과 양에 따라 호르몬의 분비 또는 호르몬이 수면 패턴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기도 한다.

불면증을 극복하려면 먼저 오전에 햇빛에 30분 이상 노출하는 것이 좋다. 오전에 햇빛을 쬐면 저녁에 잠자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늘어나면서 잠들기 편하고 숙면에 도움을 준다. 멜라토닌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 호르몬은 강한 빛에 노출되고 15시간 이후에 분비되기 때문에 아침에 햇빛을 30분 이상 보는 것이 중요하다.

멜라토닌은 졸음 호르몬으로 수면압력을 상승시키고 체온을 떨어뜨려 쉽게 잠들게 하고 또 잠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수면 위생과 코로나솜니아

최근 영국 BBC는 ‘한국엔 왜 그렇게 잠 못자는 사람이 많을까’ 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수면이 부족한 국가”라며 “전국적으로 수면제 중독 현상도 보인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한국인 가운데 10만명이 수면제 중독에 빠진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특히 위드 코로나 시대 앞서 코로나 19로 인한 락다운 조치는 재택근무,거리두기 제한 등으로 한국의 직장인들을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의 수면 부족으로 내몰고 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수면클리닉 의사 L 원장은 “하루에 수면제를 10알이상 그 용량을 늘려 복용하는 환자도 종종 있다”며 “보통 잠이 드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한국인들은 정말 빨리 자고 싶어하기 때문에 약을 먹는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수면학회는 “코로나 시대 이전에는 약 24% 사람들이 불면증 등 수면장애 질환을 겪은 반면, 현재는 40%로 증가되었고, 입면이 어려운 수면개시장애도 15%에서 42%로 증가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솜니아(coronasomnia)라는 신종 질환도 생겼다. 코로나(corona)와 인썸니아(insomnia·불면증)의 합성어로 코로나로 인해 불면증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코로나솜니아 증상에는 입면이 어렵고, 새벽에 자주 깨는 불면증 증상과 과도한 스트레스, 불안과 우울증 증가, 주간 졸림 증상, 집중력 장애, 기분 장애 등이 있다. 코로나솜니아는 COVID-19 전염병에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불면증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Coronasomnia is characterized by an increase in sleep problems4 during the pandemic, as well as symptoms of anxiety, depression, and stress5. While insomnia6 is often linked to anxiety and depression, coronasomnia differs from traditional insomnia because it's related to the COVID-19 pandemic.

많은 전문가들은 수면 위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수면 위생이란 간단히 말해 안정적인 수면의 확률을 높이는 일련의 지침이다.

 

▣ 숙면을 위하여 신체의 향상성(Homeostasis)을 유지한다

1. 낮잠을 피한다. 정말로 졸리는 경우는 아침기상 8시간 후에 10-15분 정도로 낮잠을 제한한다.

2. 잠자리에 누워있는 시간을 일정하게 한다.(예를 들어 8시간으로 정하면, 그 이상 잠자리에 누워있지 않는다)

3.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약 40분 정도가 좋으며, 잠자리에 들기 6시간 전에 운동을 마치는 것이 가장 좋다. 발가락, 발목, 허벅지 등의 근육을 손으로 풀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4. 잠자리에 들기 2시간 이내에 약 30분간 더운물에 목욕을 하며 체온을 2도가량 올린다. 따뜻한 물이나 보리차를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 일주기성 인자(Circadian factor)를 잘 조절한다

1. 평일은 물론 주말과 휴일에도 매일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한다.(늦게 자더라도 일어나는 시간은 일정하게 한다)

2. 밤중에 일어날 일이 생기더라도 밝은 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조그만 백열등을 이용한다)

3. 아침에 기상한 후 30분내에 햇빛에 노출되도록 한다.

 

▣ 수면을 방해하는 물질은 먹지도 피우지도 않는다

1. 잠들기 위하여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한다. 저녁 7시 이후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완전히 끊으면 더욱 좋다.

2. 카페인이 들어있는 커피나 홍차, 콜라, 초콜렛을 먹지 않는다.

3. 술은 수면의 후반기에 자주 잠에서 깨게 하므로 가급적 삼가한다. 먹더라도 드물 게 소량으로 제한한다.

4. 잠자리에 들기 3시간 이내에는 많이 먹거나 마시지 않는다. 배가 고파도 잠을 방해하로, 우유 한컵, 치즈, 크레커 등의 가벼운 스낵 수면에 도움이 될 수 있지 만, 고탄수화물 식사가 졸음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별다른 근거가 없는 생각이다.

--< 삼성서울병원 수면클리닉 수면위생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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