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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의 본질

  • 입력 2022.06.13 11:18
  • 기자명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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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후회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무언가를 했어야 했는데 안 했다고 하는 후회이고, 다른 하나는 무언가를 안 했어야 했는데 했다고 하는 후회입니다.

이 후회라는 걸 잘 보면 그 안에 탐욕, 성냄, 어리석음이 들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어떤 어리석음이 들어 있느냐면, 후회가 일어날 때 일어난 그 현상을 정확하게 못 보는 어리석음입니다. 그리고 탐욕은, 내가 뭔가 하고 싶거나 하고 싶어 하지 않는 탐욕입니다. 마지막으로 성냄은, 하지 않은 것 또는 한 것에 대한 성냄입니다. 이 셋 가운데 어리석음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어리석음이 후회의 가장 근본이기 때문입니다.

후회하는 사람을 잘 보면, 후회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그 순간에 두 가지 선택지가 모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 않은 일을 할 수도 있었고 한 일을 안 할 수도 있었는데 자기가 바보같이 그러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죠. 그런 생각이 후회에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정확하게 그 순간을 보면 안 한 것은 없습니다. 한 것밖에 없어요. 그러니 실제로 한 것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순간에는 그것을 할 수밖에 없는 과정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 사실을 보지 못하고 거듭 생각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때 다른 선택지가 있었던 게 아니고 그때 한 것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때 안 한 것을 안 할 수밖에 없었다는 걸 안다면 어떻게 됩니까? 그때 다른 길로 가는 것은 가능성조차 존재하지 않았다는걸 안다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후회가 일어날 수가 없겠지요. 실제로 정확하게 보면 사실이 그렇습니다. 그때 다른 길은 없었습니다. 이걸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 때문에 후회가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권투 선수가 경기에서 카운터펀치를 맞고 KO패를 당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전날 경기 비디오를 봅니다. KO패를 당한 장면을 보면서 ‘아, 이렇게 피했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를 합니다. 그런데 그게 됩니까? 가능했다면 그때 피했을 겁니다. 그때는 그렇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다음에 그렇게 빠른 사람하고 붙어서 KO패를 안 당하려면 피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 순간 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다음에 피할 수 있는 거예요.

후회를 안 하려면 정확하게 보는 연습을 계속 해야 합니다. 늘 현재에 집중하면서 미세한 정신 현상을 관찰하면, 후회라는 게 잘못된 거라는 걸 알게 됩니다. 정확하게 보면 후회를 하라고 해도 안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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