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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올 평화를 위해

  • 입력 2022.06.14 12:40
  • 기자명 진혜인(바이올리니스트/영국왕립음악대학교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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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최근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려 바깥기온과 실내온도의 차이가 커지고 생체 리듬이 깨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6월이 되어 초여름 더위가 시작됨을 느끼는 것 외에도 봄과 여름의 경계에 있는 이 달은 호국보훈의 달로 불리며, 이를 기념하기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기리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은 이 나라, 나아가 국민의 안녕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희생을 기리고 그 공로를 보답하는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에서 6월이 호국보훈의 달로 불리게 된 것은 1985년 부터로, 1961년 설립된 군사원호청이 1985년 국가보훈처로 개칭된 해가 기준이 되었다. 구체적으로는 6월 10일까지가 추모의 기간, 6월 20일까지 감사의 기간, 마지막으로 화합과 단결의 기간으로 구분하여 기간별 특성에 맞게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고대에는 국가에 전쟁 발발 시, 공을 세운 이들을 포상하여 국가와 한 나라의 리더에 대한 충성을 유도하기 위해 이 제도가 활용되어, 일반 병사들보다는 전장에서 공을 세운 장수 위주로 실시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근대 이후 민주주의 이념이 확산됨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국가보훈을 나라의 의무로 삼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체계적인 제도를 구축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며, 국가를 넘어 전 인류에게 많은 측면에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독일(프로이센 왕국)의 군사 사상가인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 1780-1831)는 그의 저서 <전쟁론>에서 전쟁을 "나의 의지를 실현하려고 적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폭력행위"라고 정의했다. 무력을 사용하여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제하려는 전쟁은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재난과 같다.

이 재난에 고통받는 것은 평범한 이들이다. 전쟁의 상흔으로부터의 회복과 극복은 시간에 달려있을까.

'그 겨울이 지나 / 또 봄은 가고 / 또 봄은 가고 / 그 여름날이 가면 / 또 세월이 간다 / 세월이 간다'. 노르웨이의 서정을 연주한 민족주의 음악가 그리그(Edvard Grieg, 1843-1907)의 페르귄트 모음곡(Peer Gynt Suite) 제2번의 제4곡 솔베이지의 노래(Solveig's Song)의 가사이다.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작곡가 그리고와 극작가 헨릭 입센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작곡가 그리고와 극작가 헨릭 입센

이 곡은 노르웨이의 사실주의 연극의 창시자 헨리크 입센(Henrik Ibsen, 1828-1906)이 1867년에 쓴 환상 희곡 <페르귄트: Peer Gynt>에 곡을 붙였다. 이 극은 본래 공연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레제 드라마(Lesedrama)로 쓰였다. 즉, 상연보다는 독자에게 읽히는 것을 목적으로 쓰여진 희곡으로 독일어 표기로는 부흐 드라마(Buchdrama)라고 불린다(Buch는 독일어로 책을 뜻함). 그러나, 이후 입센이 무대에게 상연하게 되었기에, 상연 이전 입센은 음악을 통해 약점을 보완하고자 했다. 이에 1874년에 당시 작곡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던 그리그에게 극 음악을 작곡해줄 것을 의뢰한 것이다. 이 곡은 막마다 5개의 전주곡을 포함하여 행진곡, 춤곡, 독창곡, 합창곡 등 총 23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극음악은 1876년 2월에 초연되었고, 그리그는 이 극음악 중 뛰어난 곡을 4곡씩 선정하여 연주회용 모음곡인 제1모음곡, 제2모음곡으로 정리하였는데, 솔베이지의 노래는 제2모음곡의 끝 곡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극의 배경이되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지난 날에 대한 후회와 인생의 덧없음에 생을 포기하려던 페르 귄트가 멀리서 솔베이지의 노래가 들려와 그곳을 따라가보니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솔베이지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병들고 지친 페르귄트는 솔베이지의 무릎에 머리를 누이고 눈을 감는다. 극의 스토리와 연결되는 서정적인 멜로디로 기억되는 것이다.

부인을 위해 피아노 반주를 하는 노르웨이의 작곡가 Edvard Grieg (Peder Severin Kroyer의 그림)
부인을 위해 피아노 반주를 하는 노르웨이의 작곡가 Edvard Grieg (Peder Severin Kroyer의 그림)

입센의 원작(1867)은 노르웨이 민속설화를 소재로 근대 시민의 부(富)와 권력 추구에서 오는 정신의 황폐와 인간의 과도한 야망의 덧없음, 그리고 자기를 버리고 간 연인을 백발이 될 때까지 기다리며, 가슴 속에 간직한 여인의 청순무구를 대조시키며 최후의 구원을 찾게 한다. 입센의 작품 중에서는 가장 분방한 상상력을 구사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시간이 지나야만 우리가 기다리는 그 어떤 것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시간의 저편에 어떤 이들의 희생과 헌신에 따른 것이다. 마지막으로 헨릭 입센이 남긴 가사의 영문번역 발췌는 다음과 같다.

The winter may pass and the spring disappear, 

the summer too will vanish and then the year. 

 But this I know for certain: thou’lt come back again; 

 And e’en as I promised, thou’lt find me waiting then.

(Henrik Ibsen의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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