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진정한 반성

  • 입력 2022.07.08 15:56
  • 기자명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엠디저널] 반성을 한다는 건 뭔가 잘못한 게 있다는 뜻입니다. 잘못을 해놓고 ‘내가 잘못했구나.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을 보면 반성을 해놓고 똑 같은 잘못을 또 저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곤란합니다. 반성을 한다면 진정한 반성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진정한 반성이란, 똑 같은 잘못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할 일이 많습니다. 우선 정확하게 봐야 되고, 그 다음에 그에 따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관찰을 해보면 사람들은 보통 그냥 반성만 하다가 힘이 쭉 빠집니다. 여러분, 힘 빠지게 하는 것은 제대로 하는 게 아닙니다. 지혜롭지 못한 겁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제가 어느 대학생과 오전 9시 10분에 상담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약속 시간이 되어도 이 학생이 안 오는 거예요. 간호사가 전화를 걸었더니 “지금 전화를 받고 일어났습니다.” 이렇게 말하더래요.

이 경우 제대로 반성을 한다면 이 학생은 우선 이렇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내가 왜 이 시간에 못 일어났을까?’ 그 다음, 잘 관찰해서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정비해야 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전날 밤에 일찍 자든지 밤에 과식을 안 하든지, 경험에 비추어 자기에게 맞는 조기 기상 조건을 만드는 거지요. 그러니까 질문에 대한 답으로 ‘다음부터 일찍 일어나려면 요거를 이렇게 해야겠다.’ 하고 정하고서 실행하는 쪽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데 이 학생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생각이 여기에 가 있지 않았습니다. ‘아! 선생님이 얼마나 실망하실까?’ 여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지요.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그저 네가 왜 일찍 일어날 수 없는지, 어떻게 하면 시간에 맞춰 일어날 수 있는지를 함께 점검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삶을 바꾸는 데 무언가 거창한 게 필요한 건 아닙니다. 현재 일어나는 일 가운데 잘못된 것이 있다면 그것부터 바꿔나가야 합니다. 약속 시간에 자꾸 늦는다면 늦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무언가를 해야 합니다.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다면 왜 그러는지 잘 봐서 그 원인을 바꿔야 합니다. 그렇게 눈에 잘 보이는 것을 하나씩 고쳐서, 반성을 할 만한 일이 안 일어나도록 하면 됩니다. 반성만 자꾸 하면 그것도 길이 나서 습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자기 안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를 정확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