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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초대석 시인 남영은>- "풍천 장어 집에서"

숯불에 그을린 칠월 위로, 불 위 장어처럼 납작 엎드려

  • 입력 2022.07.27 10:49
  • 기자명 김영학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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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천 장어* 집에서

                           남영은

 

한강 바람에 걸터앉아

한갓지게 쉬어가는 풍천 장어집

강 바다 닮은 사람들

갈라진 시멘트 맨 살갗 위

땀의 소금기 꽉 머금고

도톰하게 익어가는 뒤틀리는

삶의 교차로 한 모퉁이

 

탱탱한 풍천 장어

노릇노릇한 일생을

곱게 싼 명이나물

처음처럼 한 잔에

왁자지껄한 사람들 사연

불 위 장어처럼 납작 엎드려

발자국 없이 켜켜이 바다로 간다

 

숯불에 그을린 칠월 위로

살짝 오른 벌건 웃음이

구수한 된장 냄새처럼 모여

보글보글 더운 여름을 끓인다

 

*풍천 장어 :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잡히는 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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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된장 뚝배기의 더운 여름을 본다.

펄떡이는 풍천장어의 꼬리 힘에서 삶의 위안 아닌 위안을 얻고 투명한 소주 한잔에 이야기를 풀어낸다. 불판 위 장어와 맞바꾼 술자리의 왁자지껄함속에 도시의 풍경이 바다로 빠져나간다. 숯불에 그을린 칠월 위로 땀의 소금기 꽉 머금고 익어가는 뒤틀린 장어처럼 나도 빨갗게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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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남영은

* 2011년 등단

*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시 창작교실

(강희근교수 수료)

* 한국문인협회 회원

* 교육계에 종사

 

* 시집: 찬 생각 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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