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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함으로 채워지는 BBC 프롬스 2022!

  • 입력 2022.08.17 12:15
  • 기자명 진혜인(바이올리니스트/영국왕립음악대학교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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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오랜 시간 멈춰 있던 혹은 제한적으로 개최되었던 음악 축제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빈 필하모닉 여름음악회(Summer Night Concert Schönbrunn)도 이미 지난달에 개최되어 여름 밤의 클래식 향연을 펼친 바 있다.

BBC Proms 2022!

매해 여름 영국의 수도 런던은 클래식 선율로 가득 차곤 했다. 바로 영국의 공영방송 BBC에서 주최하는 음악 페스티벌인 ‘더 프롬스(The BBC Proms Festival)’가 그 중심에 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2020년과 2021년에는 프롬스 포맷을 변경하여 진행되었다. 특히, 2020년은 첫 프롬스 이후 125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였지만 팬데믹 상황을 고려하여 멀티 플랫폼(multi-platform)을 표방하는 방식으로 기존과 다르게 운영된 바 있다. 더욱이, 2021년은 로얄 알버트 홀(Royal Albert Hall)의 1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여 오랜 프롬스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더해졌다. 이를 뒤로하고 올해 프롬스 축제는 2년만에 8주 간의 풍성한 시즌 프로그램으로 7월 15일부터 9월 10일까지 개최된다.

1895년부터 시작된 이 축제는 이제 또 하나의 새로운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18세기 여름의 야외 공연으로 시작되었고, 19세기 말 시리즈 공연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지휘자 헨리 우드 경(Sir Henry Wood, 1869-1944)은 당시 미국 뉴욕 필하모닉과 보스턴 필하모닉의 수석 지휘자로 초청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절하고 런던에 머물며 영국 음악의 발전과 프롬스를 키우기 위해 열정을 쏟았다고 전해진다. 1930년까지 그의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진행해온 프롬스는 BBC Symphony가 창단된 이후 이들과 함께 진행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41년 5월, 독일의 폭격으로 퀸즈 홀이 손실되고, 로열 알버트 홀로 본거지를 옮기게 되어 지금까지 개최되고 있다.

프롬스는 런던의 사우스 켄싱턴(South Kensington) 지역에 위치한 공연장인 로열 알버트 홀을 중심으로 영국 전역에서 개최된다. 기존의 클래식 공연장에 방문할 때 암묵적으로 요구되는 복장 제한과 같은 격식을 없애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클래식의 대중화를 모토로 하기에 세계적 명성의 연주자 또는 오케스트라 공연일지라도 티켓 가격도 일반 공연보다 저렴하다. 누구든 방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한다.

또한 이 축제에서 특별한 것은 ‘프롬스 인 더 파크(BBC Proms in the Park)’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행사이다. 2017년 본지에서 다룬 바와 같이 ‘프롬스’란 ‘산보(산책)음악회’라는 뜻의 ‘프롬나드(Promnade Concert)’의 준말로 초창기에는 글자 그대로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관객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promenade) 음악을 감상하던 관습에서 명명되었다. 프롬스 인 더 파크는 BBC Proms의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공연으로, 8주 간 이어지는 클래식 음악 축제의 마지막날 밤(Last Night celebrations), 즉 폐막을 축하하기 위해 런던 하이드 파크(Hyde Park)에서 열리는 공연이다. 특히, 공원 잔디밭에 의자 등을 가져와 식음료를 즐기며 편안하게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로열 알버트 홀에서 열리는 BBC Proms의 전통적인 피날레인 ‘라스트 나잇’과 라이브로 연계하여 공원에 설 2주간의 축제의 막을 내린다. 아쉽게도 올해는 이 ‘프롬스 인 더 파크’는 개최되지 않는다.

청중들이 바닥에 앉아 편하게 음악을 즐기는 콘서트의 이름처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롬스는 지정 좌석 티켓 외에 일일권으로 사용하는 ‘데이 프로밍(Day Promming)’ 티켓도 판매하여, 하루 동안 열리는 수많은 공연을 스탠딩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는 프롬스는 바로 이 ‘프롬스 인 더 파크’라고 할 수 있다. 보통 1,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1부는 로열 알버트 홀에서 BBC 오케스트라(BBC Symphony Orchestra)가 연주를 하고 하이드 파크에서는 BBC Concert Orchestra의 연주로 이루어진다. 2부는 각 장소를 실시간으로 연결하여 스크린을 통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의 The Proms 2022 프로그램은 대규모의 레퍼토리와 2019년 이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곡들로 가득 차 있다. 베를린 필의 지휘자에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돌아온 사이먼 래틀 경(Sir Simon Rattle)과 필자가 영국에 있을 당시 함께 연주를 하기도 했던, 영국 클래식계의 메가스타 니콜라 베네디티(Nicola Benedetti) 등 다양한 유명 음악가들이 무대에서 함께한다.

또한, 최근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 음악가들로 이루어진 Ukrainian Freedom Orchestra가 함께한다. 대중적이기도 하고 역사적이기도 한 이 프롬스는 미디어를 넘어 여름 밤의 추억을 선사해주는 전통의 축제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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