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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위한 집도(執刀),생명을 위한 기도(祈禱)

“환자를 환자로만 보면 질병만 보이고,가족으로 여기면 마음도 보인다”

  • 입력 2022.09.06 11:22
  • 기자명 김영학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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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최근 뇌졸중 골든 타임을 놓쳐 병원에서 근무하던 서울 아산병원 간호사가 죽은 사실을 놓고 우리나라 대학병원의 부끄러운 민낯과 부족한 신경외과 전문의, 현재 응급환자 진료체계에 대한 질타와 대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MD저널은 신경외과 전문의로 50년동안 올곧이 환자의 곁을 지켜온 명지성모병원 허춘웅원장의 회고록 ‘환자를 위한 집도,생명을 위한 기도’를 통해 의사로서 신경외과 전문의의 길을 재조명해본다. <김영학 대기자>

 

의사로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두 가지 일

오래전 뇌졸중으로 우리 병원에 입원한 한 환자는 결혼한 지 얼마되지 않은 새색시였습니다. 안타깝게도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그 새색시는 어느 날 “저 때문에 더운데 너무 고생하신다”며 저에게 러닝셔츠를 선물했습니다. 그 새색시를 살리진 못해 저는 그 이후 그 러닝셔츠가 제 몸을 내치는 채찍같이 느껴졌습니다.

 

우리 의사들에게는 두 가지 힘든 일이 있습니다.

하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결국은 살리지 못한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오래 오래 가슴에 남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최선을 다했으면 살릴 수 있는 환자인데 미숙했기 때문에 살리지 못한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평생 잊지 못할 아픈 상처로 남습니다. 그 지독한 죄책감은 여간해서 털어내기 힘듭니다.

따라서 적어도 두 번째 경우를 피하기 위해 의사는 평생을 공부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돌이켜보면 제 50년 의사의 길이 그런 과정의 연속이었다 싶습니다. 비단 의사만이 아닙니다. 공부든 사업이든 무슨 일이건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 이루고자 하는 일에 목숨을 걸 듯이 집중하고 노력하면 어떤 위기도 이겨내 반드시 성취하리라 믿습니다.

 

세계 최고의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을 향해

뇌졸중이라는 질환은 개인 병원에서 다룰 만큼 쉬운 질환이 아니었습니다. 한 순간에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과의 싸움”은 필수입니다.

시간을 놓치면 그만큼 환자의 장애 정도는 심해집니다. 혈압이 높아 뇌혈관이 터지는 출혈성 뇌졸중은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는 시간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뇌혈관에 콜레스테롤 등 찌꺼기가 쌓여 발행하는 허혈성 뇌졸중은 4시간 이내에만 병원에 도착하면 생명에 위협을 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가 병원에 들어와 30분안에 수술이나 시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필수 조건이었습니다.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술 후 장애를 얼마나 적게 남기느냐,사회복귀를 얼마나 빨리할 수 잇느냐을 최대한 도와줄 수 있는 게 의사의 책임이다.” 이것이 제가 가진 확신이자 스스로와의 약속이었습니다.

“환자를 환자로만 보면 질병만 보이고,가족으로 여기면 마음도 보입니다”

명지성모병원은 세계최고의 뇌혈관질환 전문병원 비전 선포이후 해외환자를 위한 뇌졸중 건강검진 ‘브레인 도크 시스템 (Brain dock system)을 도입, 뇌혈관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60-70% 예측하여 선제적 치료 예방에 나서고 있을 뿐 아니라 뇌졸중 환자의 장애를 없애기 위해 메디토피아를 지향하며, 끊임없는 연구와 함께 명지춘혜재활병원도 자매병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저를 기다리는 환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80년 인생을 돌아보며 그동안 저를 믿고 완치의 용기를 내준 모든 환자들, 제 든든한 동지였던 전‧현직 명지성모병원 가족들,제 힘의 원천인 사랑하는 가족들, 특히 지금까지 제 건강을 지켜주며 고락을 같이하는 제 아내 장혜실 명지춘혜재활병원 이사장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남쪽 마을의 작은 샘물이라는 뜻을 가진 저의 아호 남천(南泉)은 성경에 나오는 베네스다 연못처럼 ‘병든 자들을 치유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1984년 개원이래 지난 38년동안 명지성모병원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변함없는 신뢰로 병원을 찾아주신 환우분들과 든든한 선후배동지,병원 가족들이 애정을 담아 아로새겨주신 덕분입니다.

제 나이 이제 여든입니다. 나이만 들었지,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진료와 치료를 하고 환자를 만나고 가끔 수술을 하는 제 일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 말려도 환자를 보는 순간 그들의 걱정스러운 목소리는 까맣게 잊고 “우선 살려야겠다”는 마음이 앞섭니다.

결론은 항상 이렇습니다. “하나님이 나한테 건강을 허락하는 한 좀 더 환자를 돌봐야 한다”

“저는 이제 다시 나의 방(진료실)으로 들어갑니다. 저를 기다리는 환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남천(南泉) 허춘웅 명지성모병원장

1969년 가톨릭의과대학 졸업

1984년 가톨릭의대 신경외과학박사,명지성모병원 설립

1997년 가톨릭의대 총동문회장

2004년 서울특별시병원회 회장

2010년 명지춘혜병원 설립

2020년 제6회 대웅 병원경영혁신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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