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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초대석 시인 남영은>- "하루아침에 가을이"

삼베 이불과 솜이불 사이, 낯선 새벽바람, 구월의 창백한 얼굴

  • 입력 2022.09.08 07:24
  • 기자명 김영학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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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가을이

                              남영은

 

하루아침에 마음이 식은

바람의 체온을 본다

하루아침에 마주한 적 없는

사람의 뒤태를 본다

 

하루아침에

창문을 활짝 여는 것과 닫는 것 사이

삼베 이불과 솜이불 사이

물러설 줄 모르는 매미 울음과

가만히 내려놓은 귀뚜리 울음 사이

어젯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하루아침에 제각기

하늘에서 가을을 찾는다

기척도 없이

푸른 하늘이 이른 계절 데려오고

구름 몇 점 바람에 등 떠밀려 눈 맞춘다

땀 냄새 밴 여름과의 헤어짐도

뒤돌아보게 된다

낯선 새벽바람

구월의 창백한 얼굴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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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멀어지면 몸도 멀어진다. 만진 적도 본 적도 없는 찬 바람이 여름을 지우고 푸른 하늘이 높이를 더하더니, 창문 밖 매미도 귀뚜라미도 울음을 달리한다. 익숙한 초록 여름이 낯선 새벽 바람에 얼굴을 내어주면 어느새 가을은 우리 앞에 와있다. 정말 나는 가을을 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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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남영은

* 2011년 등단

 *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시 창작교실

(강희근교수 수료)

* 한국문인협회 회원

* 교육계에 종사

* 시집: 찬 생각 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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