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가을이
남영은
하루아침에 마음이 식은
바람의 체온을 본다
하루아침에 마주한 적 없는
사람의 뒤태를 본다
하루아침에
창문을 활짝 여는 것과 닫는 것 사이
삼베 이불과 솜이불 사이
물러설 줄 모르는 매미 울음과
가만히 내려놓은 귀뚜리 울음 사이
어젯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하루아침에 제각기
하늘에서 가을을 찾는다
기척도 없이
푸른 하늘이 이른 계절 데려오고
구름 몇 점 바람에 등 떠밀려 눈 맞춘다
땀 냄새 밴 여름과의 헤어짐도
뒤돌아보게 된다
낯선 새벽바람
구월의 창백한 얼굴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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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멀어지면 몸도 멀어진다. 만진 적도 본 적도 없는 찬 바람이 여름을 지우고 푸른 하늘이 높이를 더하더니, 창문 밖 매미도 귀뚜라미도 울음을 달리한다. 익숙한 초록 여름이 낯선 새벽 바람에 얼굴을 내어주면 어느새 가을은 우리 앞에 와있다. 정말 나는 가을을 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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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남영은
* 2011년 등단
*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시 창작교실
(강희근교수 수료)
* 한국문인협회 회원
* 교육계에 종사
* 시집: 찬 생각 한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