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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clinic]적절한 때가 아니면 말이 탈 된다

  • 입력 2008.08.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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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2천 5백여 년 전에 인도에서 석가모니 부처가 일으킨 종교이다. 부처는 인간의 괴로움이 어디서 오며 어떻게 해야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목숨을 걸고 추구하였다. 부처의 수행의 주제는 괴로움의 해결이었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밑바닥까지 밝혀서 뿌리째 뽑아버리려는 시도를 했고 어려운 수행 끝에 결국 깨달음을 이루었다.부처가 깨달은 것은 여러 가지 형태로 표현될 수 있겠지만 그 핵심은 삼라만상을 있는 그대로, 즉 실상으로 보지 못하고 무지로 인해 욕심을 일으키고 집착을 함으로써 모든 고통이 온다는 것이다. 불교는 다른 어떤 종교보다도 인간이 겪는 정신적 육체적 괴로움에 대한 원인과 해결법을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한편 정신분석 정신치료는 인간의 정신적 고통과 질병을 해결하기 위해 서양에서 발달한 치료체계로, 주로 프로이드에 의해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이론체계가 세워졌고 그 이후 현재까지 후학들에 의해 수정, 보완되고 있다.정신분석에서는 자신이 자각하지 못하는 무의식적 동기에 의해 병의 증세도 생기고 고통도 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의식적인 동기를 자각함으로써 무의식으로부터 해방되어 진정한 자기를 찾고 병의 증세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이렇게 불교와 정신분석 정신치료는 둘 다 추구해야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인간을 괴로움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어서 인지 둘 사이에는 서로 일치하는 점이 많다. 진실은 밝히는 것만큼이나 그 시기도 중요하다전 세계적으로 많은 정신치료자들이 불교를 연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불교와 정신분석, 도와 정신치료 등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필자도 얼마 전 불경 속에서 정신분석 정신치료에서 주장하는 바와 똑같은 내용을 발견하였는데 그 불경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한 젊은 제자가 그 당시 부처와는 다르게 가르치는 외도들의 주장이 맞는지 틀리는지 부처에게 질문하자 부처는 외도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자신의 가르침을 펴면서 그 제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여래는 진리가 아니고 사실이 아니고 사람들에게 이익이 안 되면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만약 진실이고 사실이긴 하지만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그것을 말하지 않는다. 진실이며 사실이고 도움이 될지라도 그것을 말해야 될 때가 아니면 말하지 않는다. 여래는 그때를 잘 아느니라. (Sacred Books of The Buddhists, Dailogues of the Buddha part III).”이 불경을 보면서 부처가 진정으로 추구한 것은 인류의 행복이지 사변적인 진리의 탐구나 아는 자의 자기과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적절한 때가 아닐 때 알게 된 사실은 그 사람에게 파괴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진실이란 밝히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밝히는 적절한 때와 그 결과가 중요한 것이다.정신분석 정신치료에서 ‘해석’이라는 말을 쓴다. 해석이란 환자가 깨닫지 못하는 무의식적인 동기를 치료자가 환자에게 말해주는 것을 뜻하는데 중요한 치료기법 중의 하나이다. 면담할 때 환자는 치료자에게 자신에 관하여 많은 것을 표현하고도 잘 깨닫지 못하는데 그 깨닫지 못한 것을 치료자가 ‘해석’을 통해서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치료자가 해석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일은 환자가 ‘해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나 되어 있지 아니한가를 살펴보는 일이다. 환자가 준비되어 있지 않을 때 말해준 시기상조적인 해석은 환자로부터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치료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해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시기이다.프로이드는 1926년에 “분석가가 올바른 해석을 발견했을 때 또 다른 과업이 그의 앞에 놓여있다. 분석가는 이 해석을 성공적으로 환자에게 전달할 적절한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 - 해석을 발견하자마자 환자에게 던져준다면 큰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다.” 라고 밝혔다.알맞은 때를 고려하지 않은 해석은 환자에게 부정적 또는 파괴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해석이 적절한가 그렇지 않은가는 항상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정신치료에도 적절한 시기에 대한 고려가 필요이와 같이 ‘적절한 시기’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불교와 정신분석은 인식을 같이 한다.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역사적인 사실이나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것을 밝혀야만 문제가 해결되고 역사는 발전하게 된다.” 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그러나 정신치료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여기에는 적절한 시기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고려 없이 밝히는 진실은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증오심을 자극하여 파괴적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우리 사회의 언론이나 정치 지도자들이 진실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필자는 생각하는데, 이것은 과거 오랫동안 독재정권에 의하여 역사적 사실과 진실이 은폐된 것에 대한 반발과 피해의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물론 진실이 은폐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그러나 사회가 혼란스럽고 불신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언론이나 지도자의 말이나 행동은 큰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개인적 욕심이나 목적을 가지고 한 말은 더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불교에서나 정신치료에서 모든 중생이나 환자의 행복과 건강회복을 위해 비록 사실이고 진실이라도 그 적절한 때를 찾아 기다리듯이, 언론이나 정치 지도자도 사실이나 역사적 진실을 대할 때 국민의 진정한 행복과 사회의 안정을 먼저 생각하였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