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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clinic]자신을 알아야 행복할 수 있다

  • 입력 2008.10.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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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져 본다. 그러면 여러 가지 답변이 나온다.내가 정신과 의사라는 것을 감안하여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마음을 비운 사람’이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혹은 ‘부모덕, 돈, 명예, 건강, 자식 복 등을 갖춘 사람’이라고 현실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답변들은 행복의 조건이 되기는 하나 행복한 사람 그 자체는 아니다. 그러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꼭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설사 그러한 것을 못 갖추어도 행복한 사람일 수도 있다.나는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바로 행복한 사람’ 이라고 생각한다. 행복은 외부의 조건들이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에 있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은 곧 불행한 사람인 것이다.정신과 진료실에서나 우리 주위에서 항상 부딪히는 문제들, 예를 들면 열등감 같은 것도 자기가 느끼는 것이지 누가 준 것은 아니다. 우리가 느끼는 행복과 불행이 거의 다 이런 내적인 마음의 문제이지 결코 외부의 조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나의 직업이 매일 문제와 고통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해결하면서 그들이 좀 더 행복한 사람에 가깝도록 만드는 것이니 만큼 행복이나 열등감 같은 것이 정말 어떤 것이지, 실체가 있는 것인지, 다시 말해 어떤 조건이 되면 무조건적으로 그러한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는 성격의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같은 조건에도 반응하는 것이 개인마다 참으로 차이가 많고 다르다. 그렇다면 같은 조건 아래에서 왜 이렇게 개인차가 크고 다른가? 그것은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반응의 틀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 하는 말로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생을 지배하는 ‘아동기 감정 양식’ 임상 경험을 통해 볼 때 개인의 그 고유한 반응 양식은 어렸을 때 형성되는데, 그것이 성인이 되어서도 변치 않아 대개의 경우 평생 지속된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어렸을 때 형성된 반응양식을 평생 반복한다. 그 반복하는 반응의 틀을 정신분석에서는 ‘아동기 감정 양식(childhood emotional pattern)’ 이라고도 하고 ‘핵심감정’이라고도 한다. 어른이 되었는데도 반응하는 양식은 어렸을 때의 것을 계속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여기에 문제가 있다. 과거와 현재는 엄연히 다른데도 과거의 방식대로 하려고 한다. 그러니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하고 있다.자기가 왜 열등감을 느끼는지, 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원인을 모르다보니 타고난 성격 탓, 운명 탓 또는 열악한 조건 탓으로 그 원인을 돌린다. 사람을 행복과 불행으로 이끄는 ‘핵심감정’은 말 그대로 한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결정하게 되는 핵심적이고 주된 감정이다. 이것은 어렸을 때, 특히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인 6~7세 이전에 그 기본적인 틀이 형성된다.누구나 이러한 핵심감정을 가지는데 일생을 통해서 그것의 지배를 받게 된다. 특히 역경에 처할 때 잘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정신적인 병이 났을 경우 이것은 병을 일으키는 주된 병적 역동 또는 중심 감정이 된다. 유심히 관찰해 보면 핵심감정은 한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에 다 들어 있다. 이것은 마치 쌀가마니의 어디를 찔러도 쌀이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핵심감정은 사람이 어떠한 일에 부딪힐 때 각기 다른 반응을 일으키게 되는 근본원인이 되는데 이를 자기 스스로 자각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핵심 감정’ 극복해야 현실 직시할 수 있어내가 봤던 30대 후반의 남자 환자는 소화가 안 되고 의욕이 없으며 가슴이 답답하여 무엇인가 꽉 막힌 것 같고 사는 의미를 찾지 못하여 나를 찾아왔다. 이러한 증세는 7년 가까이 다니던 건설회사가 부도 위험에 처하게 되자 시작되었으며 부도가 날 때까지 몇 개월간 불안감과 짜증이 같이 있었다. 부도 위험에 처하자 사장보다도 더 회사를 걱정하였고 부도를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였고 회사가 망하면 자기 인생도 끝장난다고 생각하였다. 그 당시에 회사 사장은 “내가 있는데 왜 당신이 그러느냐?” 고 이상하게 생각했고, 또 집안 형편도 부인이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었고 저축한 돈도 있었으며 그 회사가 문을 닫으면 오라는 직장도 있어서 끝장 이라고 판단할 현실적인 근거는 없었다. 다시 말해 그러한 감정은 현실적이지 못하고 자신이 만든 감정이었다. 나의 임상 경험에도 다른 사람이 보면 뻔히 보이는데도 자기는 자신의 핵심감정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또 그런 까닭에 자기의 핵심감정에서 헤어 나오기가 힘들게 되는 것이다. 면담을 통해 드러난 이 환자의 핵심감정은 ‘나는 성공해야만 한다’와 ‘아무도 나를 도와 줄 사람은 없다. 내가 책임져야만 한다’라고 하는 두 가지였다. 이러한 핵심감정이 형성 된 것은 어렸을 때 집안이 몰락해 갈 때 부모, 조부모가 있었지만 아무도 믿을 수 없었고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고 느낀 데서부터 그 싹이 생겼고, 고등학교 때 자기가 하지 않으면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확고히 굳어졌다. 그리고 유달리 자존심이 강했던 환자라 ‘내가 꼭 성공해서 이 고생을 보상 하겠다’고 다짐했고 그래서 그것은 ‘나는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으로까지 발전되었다.이런 점은 환자로 하여금 평소에는 의욕을 불러 일으켜 남들보다 열심히 일하게 하였지만 실패의 기미가 보이면 유달리 불안하고 안절부절 못하여 성공에 집착하게 하였다. 이렇게 각 개인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핵심감정의 극복은 면담을 통해 이러한 핵심감정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어렸을 때 생긴 감정으로 이제는 그렇게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되풀이되는 실수 없애기 위해서는 근본원인 해결해야 핵심감정이 해결되지 않으면 자꾸 반복된다.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 정신적인 운명이 된다. 어렸을 때 공부를 잘하는 형제 사이에서 머리가 나쁘다고 무시를 받았던 사람은 커서 혹 훌륭한 학자가 되어도 자기가 늘 모자란다는 열등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가 있다. 철학자 조오지 산타야나(Joerge santayana: 1863 ~1952) 는 “역사의 교훈을 이해하지 않는 자는 그것을 되풀이할 운명에 놓인다”고 하였다. 한 개인이나 사회는 누구든지 자기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의 근본원인이 되는 바를 진지하게 검토하여 해결하지 않으면 계속 같은 우를 되풀이하게 된다.한번 평소에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자신의 감정패턴이라든가 행동양식을 잘 살펴보도록 해보라. 거기에는 틀림없이 자신의 핵심감정이 숨어 있다. 그 핵심감정을 자각하여 핵심감정의 부정적 영향에서 벗어난다면 인생에서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