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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clinic]부부사이의 오해

  • 입력 2008.11.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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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함께 진료실을 찾아오는 경우가 가끔 있다. 부부 중 어느 한편이 정신과를 찾아갈 것을 요구해서 오는 경우도 있고 부부가 합의해서 오는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대개 집에서 서로 대화도 해보고 싸워도 보았지만 결론이 나지 않고 이제는 정말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가리지 않고는 답답해서 못 견디겠다는 상태에 있다.이런 일로 찾아오는 부부는 갓 결혼한 젊은 부부도 있지만 결혼한 지 오래되어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이 든 부부도 꽤 있다. 부부 사이가 심각한 상태이기보다는 사소한 문제 같지만 서로 공감을 못해 진료실을 찾아온 것이다. 이런 사례를 통해 부부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오해에 관한 두 가지 이야기, 과연 누가 옳은 것일까얼마 전에 50대 초반의 부부가 찾아왔는데 진료실에 들어서는 모습이 둘 다 중년의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무슨 일로 오셨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부인이 먼저 하소연하듯이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자기네들은 약 1년 전에 미국으로 아들 둘의 교육 때문에 이민을 간 상태이지만 , 여기 서울에 남은 몇 가지 일 때문에 한국을 가끔 방문하고 있다고 하였다.미국에 이민가기 전까지는 부부사이에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미국에 이민 간 후 6개월 뒤부터 남편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한다. 예를 들면 미국에 가서 언어연수(Language Course)를 받는데 영어를 못하는 자신을 무시하고 영어를 잘하는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준다든지 부부 몇 쌍이 같이 여행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다른 부인에게 지나친 관심과 친절을 보여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태도를 고치지 않고 오히려 역정을 내었다고 한다. 이런 일은 한국에서 사는 동안에 전혀 없었다고 부인은 말하였다.부인이 문제로 삼는 부분을 남편에게 물었더니 그것은 전적으로 부인의 오해라고 강력히 말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했다. 부부 몇 쌍이 놀러 갔을 때도 자신은 공선사후(公先私後)의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인보다는 다른 부부들에게 신경을 쓴 것은 있지만 어느 한 부인에게만 특별히 신경을 쓴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남편의 이러한 답변에 대하여 부인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여보, 진실을 말해요. 바른대로 이야기하고 앞으로 제발 그러지 말아요” 라고 말하며 우는 것을 볼 때 부인으로서는 매우 절실한 심정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남편은 남편대로 부인이 오해를 하여 매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부인은 부인대로 주위 사람들의 말을 인용도 하면서 남편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남편은 부인이 말하는 상황마다 자신의 정당한 입장을 자세히 이야기했다.필자가 참고삼아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국제전화를 해서 물어봤더니 가족이 같이 외출할 기회가 있었을 때 그 당시에는 이상한 점을 못 느꼈지만 집에 돌아와 얼마 후에 어머니가 아버지의 이러이러한 점이 이상하지 않더냐 하시며 이야기하면 좀 이상하게 생각된 적이 몇 번 있었다고 대답했다.이렇듯 옥신각신하는 면담 도중에 이 부부가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 사실이 있었다. 부인이 한국에 있을 때는 미용실을 크게 경영하면서 매우 바쁘게 지냈으나, 이민을 가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라 남편과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편보다 학력이 떨어지고 자존심이 매우 강하다고 하였다.반면에 남편은 정이 많은 사람이고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주위 사람들을 친척처럼 생각하여 잘해주고 그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이렇게 면담 도중에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서로간의 상황과 성격에 대한 이해는 부부사이의 오해와 문제를 해결하는데 커다란 밑바탕이 된다.이와 비슷한 사례로, 얼마 전에 찾아온 30대 초반의 젊은 부부는 부인이 요구하여 찾아왔다. 부인의 말로는 남편이 형수와 너무 친하게 지내는 것이 수상하고 형수에게 반말하는 것이 듣기 싫으니 남편이 이것을 고쳤으면 좋겠다고 말하였다.그리고 결혼하기 전에 한 번씩 하숙집에 놀러갔을 때 남자가 아침에 출근하면서 자기에게는 시간이 없다면서 빨리 가야된다고 해놓고 하숙집 주인아주머니가 커피를 마시고 가라하면 30분간이나 커피를 마시고 가서 의심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게다가 부부 성관계를 부인이 요구하지 않으면 남편이 먼저 말하는 경우가 없어서 그 점도 의심이 된다고 했다. 남편은 부인이 이해심이 없고 신경질이 많다고 불만을 표시했다.이러한 부부간의 문제로 찾아오면 필자는 ‘부부사이의 문제는 미묘하니 있었던 일을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이야기 해 달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대부분 집에서는 서로 간에 쌓인 감정과 오해 때문에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자신의 입장을 잘 전달하지 못하고 말하는 도중 싸우고 더 감정이 상하게 되고, 또 어떤 부분은 말하기도 쑥스럽고 치사스러워 더 마음속에 쌓이고 오해만 잔뜩 생기기 때문이다.그러나 진료실에서는 제 삼자인 치료자가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게 된다. 그래서 상대방의 입장이나 처지, 마음, 어려움 등을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상대방과 자신 사이에 어떤 일들이 생겨났나를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분명하게 보게 되고 또한 어떠한 충고나 말도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 이때 공평한 입장의 치료자가 내려주는 판단은 진정한 의미의 권위를 가지게 된다.‘공감’, 상대의 마음을 되짚어가는 과정앞서 말한 50대 초반의 부부는 몇 차례에 걸쳐 같이 면담하기도 하고 따로 면담하기도 했는데 그 결과 남편이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부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특별히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가졌다고 보기 어려웠다.그것보다는 오히려 부인이 한국에서는 사업으로 인해 남편에게 덜 의지해 있다가 미국에 가게 되니 남편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게 되었고, 학력에 대한 열등감도 자신감을 떨어뜨리게 한 요인이 되어 남편에 대해 의심하고 과민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설사 부인이 과민반응을 보였다고 하더라도 남편은 배우자가 그런 염려를 하면 그것을 마땅히 해결해 주어야 한다.그 당시 남편으로서는 공선사후(公先私後)를 이해 못하는 부인이 속이 좁고 수준이 낮다는 생각이 들어 부인의 마음에 공감이 안 되었고 자신의 행동도 부인이 원하는 대로 고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그대로 행동하니 부인은 더욱 더 오해만 쌓이게 된 것이다.모든 여성은 남편으로부터 다른 사람, 특히 다른 여자와는 다른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되도록이면 남자는 결혼 후 부인이 생기면 다른 사람들보다 부인에게 우선적인 배려를 하는 것이 좋다. 뒤에 언급한 30대 초반의 부부문제에 있어서도 남편이 말하기를 자신의 집에서는 형수와 친하고 반말하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고, 또 하숙집 아주머니든 누구든 남의 요구나 부탁에 거절을 잘 못하는, 마음이 약한 성격이라고 말하면서 오히려 부인이 이해심이 부족하고 질투심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부인을 우선 배려하여 그런 특수상황을 부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행동을 조금씩 고쳐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현명하다.부부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이다. 공감이란 상대방의 마음이 되어보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고 서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은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야 될지 알게 된다. 공감을 통해 상대방의 입장이나 처지, 어려움을 헤아리고 난 뒤 하는 말이나 행동은 상대방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고 반발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내 자신의 입장과 상대방의 입장을 잘 알아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는 노력이 부부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