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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episode] 말 못할 가슴앓이 속으로 삯이네, ‘남자라는 이유로’

  • 입력 2008.11.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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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절)누구나 웃으며 세상을 살면서도 말 못할 사연 숨기고 살아도 나 역시 그런저런 슬픔을 간직하고 당신 앞에 멍하니 서 있네 언제 한번 가슴을 열고 소리 내어 소리 내어 울어볼 날이 남자라는 이유로 묻어두고 지낸 그 세월이 너무 길어서 (2절)저 마다 처음에는 사랑을 하면서도 쓰라린 이별 숨기고 있어도 당신도 그런 저런 과거가 있겠지만 내 앞에서 미소를 짓내 언제 한번 가슴을 열고 소리 내어 소리 내어 울어볼 날이 남자라는 이유로 묻어두고 지낸 그 세월이 너무 길어서 언제 한번 그런 날 올까요 가슴을 열고 소리 내어 울어 울어볼 날이 남자라는 이유로 묻어 두고 지낸 그 세월이 너무 너무 길어요 김순곤 작사, 임종수 작곡, 조항조 노래의 <남자라는 이유로>는 남자들 속마음을 너무나 잘 그려낸 가요다. 그래서 그런지 결혼한 남성들이 대체로 이 노래를 좋아한다. 우리나라 가요들에 많이 쓰이는 4분의 4박자 리듬에다 약간 느린 고고 풍으로 이어져 부르기가 어렵지도 않다. 게다가 다른 노래와 달리 여성 팬들도 많다. 우리나라 대중가요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노래는 여성들에겐 별로인데 이 노래만은 그렇잖다. 여성들에게 큰 소리 치며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보이는 남성들도 알고 보면 마음 약하고 말 못할 가슴앓이를 하며 속으로 삭인다는 데 ‘찡한 공감’을 했기 때문인 듯하다. 노래가 본격 선보인 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1998년. 외환위기로 온 나라가 어려움을 겪었던 무렵이다. 특히 위기에 몰린 기업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일터를 떠나야 했던 이들이 줄을 이었다. 남몰래 눈물 흐린 남성들이 많았던 것이다. 실직에다 이혼, 자살 등이 줄을 이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나온 노래가 조항조의 <남자라는 이유로>다. 집안을 책임지며 힘겨운 시대흐름의 멍에를 진 남자들의 외침이자 속내를 소리로 드러낸 가요이기도 하다. 방송은 물론 노래방 인기곡으로 뜨면서 이 노래는 ‘남성들 마음을 알리는 대표곡’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성인가요부문 전국 여성선호도 1위를 기록한 만큼 인기다. 노래탄생의 뒷얘기가 재미있다. 노랫말을 쓴 김순곤 작사가는 올해 6월 5일 경인방송 SunnyFM ‘백영규의 가고 싶은 마을’의 코너 ‘그 작곡가 그 작사가’의 첫 초대 손님으로 나와 노래비화를 들려줬다. 그는 “1998년 IMF 때 남성들에게 전폭적인 인기를 받았던 <남자라는 이유로>는 당초 박우철의 앨범에 실렸던 곡으로 박우철이 이 노래로 활동하지 못한 것을 매우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던 노래가 후배가수가 불러 히트하자 후회했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조항조가 다른 기획사에서 앨범을 준비하다가 우연히 이 가사를 듣고는 꼭 부르고 싶어 해 기획사까지 옮겨가며 이 노래를 발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조항조는 ‘시대흐름으로 볼 때 이 노래는 뜨겠다’고 판단, 취입을 밀어붙였다는 것.지금도 시중서점 등에서 팔리는 일부 대중가요집 악보 가사가 약간씩 다르다. 박우철 노래냐 조항조 노래냐에 따라 중간 중간 몇 소절에서 차이가 난다. 대학교 1학년 때 조용필의 <고추잠자리>로 데뷔한 김순곤 씨는 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곡만 1천곡 쯤 되는 우리나라 대표 작사가로 활동 중이다.또 이 노래 곡을 만든 작곡가 임종수씨 또한 쟁쟁한 음악인이다. 1972년 나훈아가 부른 <고향역>을 작사·작곡하며 이름을 크게 알린 분이다.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하수영, 1976년), <대동강편지>(나훈아, 1981년), <옥경이>(태진아, 1989년), <부초>(박윤경, 1991년), <모르리·빈지게>(남진, 2003년), <사랑이 남아있을 때>(문희옥, 2006년) 등 주옥같은 명곡들로 가요계를 이끌어왔다. 가수 조항조는 올 봄 데뷔 30년 만에 첫 디너콘서트를 열었다. 5월 7~8일 서울 강남 임피리얼 팰리스호텔 두베홀에서 데뷔 30주년 기념 디너콘서트를 연 것이다. 대규모 아줌마 팬들이 몰려들었다.조항조에게 디너콘서트는 의미가 컸다. 그룹사운드에서 다져진 음악성으로 가요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아왔던 그가 공연연출, 밴드, 음향, 조명, 무대 팀을 최고로 구성해 직접 지휘하는 세심함도 보였다.1979년 그룹사운드 ‘서기 1999년’의 리드싱어로 <나 정말 그대를>를 부르며 가요계에 데뷔한 조항조는 1984년 김지훈이란 예명으로 <구겨진 마음> <청춘>을 발표했다. 그는 가요톱10(KBS)의 상위권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으나 1986년 돌연 가족들과 미국으로 가면서 활동을 멈췄다. 그는 3년의 공백을 깨고 1989년 팬들과 지인들 요청으로 귀국했다. 돌아와 만든 <허무한 사랑> 발표를 계기로 지금의 예명(조항조)으로 뛰기 시작했다. 드디어 조항조에게 기회가 왔다. 1997년 작곡가 임종수 씨로부터 <남자라는 이유로>란 곡을 받으면서다. 이 노래는 성인가요음반 판매 30만 장이란 놀라운 기록을 낳으면서 확 떴다.<남자라는 이유로>는 일본가요팬들로부터도 인기를 모았다. <男と言うだけで> 제목을 붙인 일본어 번역음반이 나올 정도였다. 화산 씨가 번역한 이 노래의 일본어가사는 다음과 같다.(1절) 誰も笑いながら世の中暮らすけど / 言えぬ事情隱し暮らしても / 僕もあれこれ悲しみを抱き / あなたの前に立っている / いつか一度胸を開き聲を出し / 聲を出して泣ける日が / 男と言うだけに 潛めて過ごした / その歲月が長すぎて (2절) 誰も初めは愛しながらも / つらい別れを隱して居ても / あなたもいろいろ過去が有るだろうが / 僕の前で微笑むよ / いつかいちど胸を開き聲を出して / 聲を出して泣ける日が / 男と言うだけに 潛めて過ごした / その歲月が長すぎて / いつかいちど胸を開き 胸を開き / 聲を出して泣ける日が / 男と言うだけに 潛めて過ごした / その歲月が長すぎま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