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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episode] 잊을 수 없는 봉선화와 같은 첫사랑의 연정

  • 입력 2008.1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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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절)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봉선화라 부르리더 이상 참지 못할 그리움을가슴 깊이 물들이고 수줍은 너의 고백에 내 가슴이 뜨거워터지는 화산처럼 막을 수 없는 봉선화 연정(2절)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봉선화라 부르리더 이상 참지 못할 외로움에젖은 가슴 태우네울면서 혼자 울면서 사랑한다 말해도무정한 너는 너는 알지 못 하리 봉선화 연정 봉선화 연정 1988년에 발표된 <봉선화 연정>은 김동찬 작사, 박현진 작곡, 현철 노래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곡이다. 디스코 풍으로 노래방의 인기곡 리스트에 올라있다. 2007년 MBC가 뽑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가요 100’에서 3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노래방 등에서 끊임없이 불리고 트로트를 좋아하는 가요팬들 기억 속에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봉선화 연정> 노랫말 첫 소절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의 이미지는 수 십 년 전 고등학교 시절 짝사랑하던 이웃학교 여학생에게서 따왔다. 이는 <네 박자>, <봉선화 연정>, <신토불이> 등의 대중가요 작사가 김동찬(60)씨가 음악 인생 40년을 맞아 낸 회고록 ‘네 박자, 둥지 그리고 봉선화 연정’(Jinhan M&B 출간)에 소개돼 있다. 가사를 만든 사연을 고백형식으로 솔직하게 적어 놓은 것이다. 서로의 마음 짐작하고 설레어노래제목인 ‘봉선화 연정’의 주인공은 18세 여고생이다. 나이도 싱싱한 때이지만 몸매도 성숙해 건드리면 ‘톡’하고 터질 것 같은 탱탱한 이미지여서 봉선화에 비유한 것이다.작사가가 여고생을 소재로 가사를 쓴 건 노래가 나온 때로부터 다시 20년 전인 1960년대 중반 고교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까까머리 학생시절로 그는 등굣길에서 여고생을 마주쳤다. 그 여학생과 김 작사가는 매일 아침 학교 가는 길에 어김없이 얼굴을 보게 됐다. 다니는 고등학교가 서로 반대쪽에 있었으나 등교 길은 같았기 때문이다. 작사가는 “친구들과 떠들며 학교로 가다가 문득 얼굴이 뜨끈한 느낌에 고개를 들면 맞은편에서 빤히 나를 바라보며 걸어오는 그녀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서로를 쳐다보며, 서로의 시선을 느끼며 매일 아침 스쳐지나갔다. 서로의 마음을 짐작하고 설레어 하면서도 둘 다 말을 걸지 못한 채 바라만 보며 지나가야 했다. 그는 “여고생의 얼굴도 예뻤지만 마음을 흔들어 놓는 야릇함을 지니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나이에 맞지 않게 터질 듯 탱탱한 가슴이 교복 위로 도드라져 더욱 눈길을 끌었다. 한창 사춘기였던 그는 눈 둘 곳을 몰라 쩔쩔 매면서도 자꾸만 그쪽으로 시선이 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작사가는 넘쳐나는 생기가 막 터지기 직전의 꽃봉오리처럼 싱싱함과 탱탱한 긴장감을 담고 있던 그녀를 보며 ‘꼭 터질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내성적 성격에 차마 마음을 나타내지 못한 그가 몇 발자국 걸어가 뒤돌아보면 그녀도 돌아봐 눈이 마주치곤 했다.이름도, 성도 모른 채 그렇게 끝까지 말 한번 붙이지 못하고 떠나보낸 그 여학생에 대한 기억은 수 십 년이 흐른 뒤에도 그의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었다. 그때 풋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며 만든 노래가 바로 <봉선화 연정>이다. 작사가 김 씨 젊은 시절부터 음악 일옛날 시골집 화단이나 장독대, 울타리 밑엔 어김없이 봉선화가 피어있었다. 꽃망울이 진 뒤 봉선화 열매를 손으로 톡 건드리면 입을 꼭 다물고 있던 열매는 순간 ‘팍’하고 터지며 꽃씨를 뿜어낸다. 고교시절 학교 가는 길에 마주친 그 여학생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노래에 나오는 봉선화는 봉숭아를 일컫는다. 쌍떡잎식물 이판화군 무환자나무목 봉선화과 의 한해살이풀이다. 열매는 타원형이고 털이 있다. 다 익으면 터지면서 씨가 튀어나온다. 꽃이 우뚝하게 봉황새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봉선화’로 불렸다. 옛날부터 여자들이 손톱을 물들이는 데 많이 쓰였다. 크기는 높이 60cm 이상(고성종), 25~40cm(왜성종) 정도 되며 6월쯤 되면 꽃이 핀다. 꽃 색깔은 홍색, 빨간색, 주홍색, 보라색, 흰색 등 다양하다. 인도, 동남아시아 원산으로 햇빛이 드는 곳, 습지 등에서 잘 자란다.<봉선화 연정> 작사가는 젊은 시절부터 음악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했다. 20세 때인 1968년 영화스튜디오에서 일을 시작해 KBS 음향효과팀 음향감독이 되기도 했다. 그는 책에 이 같은 삶의 역정과 지금까지 써온 노래가사 탄생사연들을 이야기 식으로 담아냈다. 이 노래를 부른 현철(본명 강상수)은 작사가와 나이 차이가 좀 나지만 역시 지방출신이다. 1945년 6월 17일 부산서 태어나 김해 낙동중학교, 동성고, 동아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69년 데뷔곡 <무정한 그대>로 가요계에 이름을 알린 그는 ▲제40회 가수의 날 특별공로상(2006년) ▲옥관문화훈장(2006년)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특별공로상(2002년) ▲한국방송공사 올해의 가수상(1999년) ▲제36회 저축의 날 국민포장(1999년) ▲국무총리표창(1997년) ▲제1회 서울가요대상 7대 가수상(1990년) ▲고복수 가요제 대상(1990년)을 받았을 만큼 노래를 잘 한다. APEC 홍보대사(2005년), 아·태장애인경기대회 홍보대사(2001년)를 지낸 그는 ‘현철과 벌떼들 멤버’(1974년)를 결성해 뛰기도 했다. 현철도 이젠 자녀를 결혼시키는 나이의 가요계 고참이 됐다. 지난 11월 21일 오후 7시 서울 잠실롯데호텔 3층 크리스탈볼룸에서 딸(강정숙)을 시집보냈다. 슬하에 1남 1녀를 둔 현철은 올 3월엔 장남(강복동)을 결혼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