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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clinic]‘엄마는 동생만 예뻐해요’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

  • 입력 2009.0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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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청소년이 쓴 수기를 한 편 읽은 적이 있다. 언니는 운동을 잘하고 자기는 공부를 잘하였는데 부모가 운동을 잘하는 언니만 인정하고 자기는 거들떠보지도 않아 집에 들어가기가 싫었는데, 자기와는 정반대 처지에 있는 - 공부를 못하여 집에서 야단만 맞는 - 친구와 함께 가출하였다는 내용이었다.이런 수기뿐만 아니라 진료실에서나 진료실 밖에서 필자에게 이와 같은 내용을 하소연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우리 부모가 이상하다. 편애를 한다”라고 주장하고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들이 왜 저런 말을 하는지 기가 막힌다.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는 말들이다. 필자도 애를 둘 키우는데 큰애가 가끔 “엄마는 동생만 더 예뻐한다”는 말을 한다.이런 현상은 인간에게 누구나 공통적으로 있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서 생긴다.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서 인정과 사랑을 받기를 원한다. 이런 마음이 제대로 충족되지 못하면 마음에 병이 생길 수 있는데 형제간처럼 비교가 쉽게 될 수 있고 또 부모로부터 상대적으로 자기가 사랑을 덜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 화를 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편애, 자식보다 부모의 문제가 더 심각형제 사이에서 겪는 이러한 갈등은 아이들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적당한 정도의 경쟁력을 가지게 하고, 친구 사이에서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게 될 좌절이나 갈등을 견디게 하는 힘을 길러주기도 하고 가정에 활력을 줄 수도 있다. 또 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여 자기만의 독특한 능력을 계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문제는 그 정도가 지나쳐 파괴적인 방향으로 갈 때이다. 정신과 진료실을 찾는 경우는 대부분 문제가 심각할 때이다. 이런 경우 대략 자식에게 문제가 많은 경우와 부모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우선 자식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를 보면 누가 보더라도 야단맞을 짓을 해놓고서도 자기가 책임을 지지 않고 남의 탓이나 부모 탓만 하고 부모가 야단치면 자기만 미워한다고 오히려 화를 내고 반항을 한다. 부모는 그런 자식이 비겁하고 고집 세고 어리석어 보여 더욱 더 화가 나, 더 때리거나 야단치면 아이는 자기를 미워해서 이렇게 심하게 한다고 생각하고는 더 심하게 반발을 하여 그야말로 악순환이 되어 버린다. 이쯤 되면 부모로서는 아이가 도저히 구제불능으로 여겨지고 어떻게 아이를 다루어야 할지 몰라 골치가 아프다.이런 경우 부모는 속이 상하고 화가 나더라도 일단 아이의 말을 받아들이고 아이가 그렇게 느낀 것을 진정해줘야 한다. 이때 편애하는 것이 사실이다 아니다 라는 논쟁을 할 필요가 없다. 사실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아이에게는 그것이 현실이고 그것을 믿고 그것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일단 아이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아이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이때 아이의 버릇없고 자기중심적인 말을 무조건 받아주라는 것은 아니다. 왜 아이가 저렇게 주장하고 있나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후에 오해를 풀어야 할 것이 있으면 풀고 사과해야 할 것은 사과하고 야단쳐야 할 것은 야단을 쳐야 한다. 부모가 이해하고 나서 하는 말은 아이도 별 반발 없이 받아들인다. 이런 식으로 꾸준히 계속한다면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상당히 좋아질 수 있다.다음으로 부모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인데 앞서 말한 자식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보다 문제가 더 복잡하고 심각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편애의 문제는 아이가 해결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부모가 주도적으로 해결해 주어야 하는 것인데 부모 쪽의 문제가 더 크면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부모가 자식을 과거의 어떤 인물로 무의식중에 착각하여 대하면 편애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나의 진료실을 찾았던 어떤 아주머니는 아들과 딸, 남매를 두었는데 아들만 보면 공연히 밉고 싫었다. 그런 자기 자신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하였다. 그런 마음으로 아들을 대하니 아들도 괴롭고 자기도 괴롭다고 하였다.그래서 아주머니의 과거를 물어보니 이 아주머니에게는 오빠가 하나 있고 여자 형제가 여럿 있었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의 부모가 아들만 몹시 편애를 하여 오빠로부터 고통을 많이 받았다고 하였다. 이런 과거의 기억 때문에 이 아주머니는 자기 아들을 대하면 무의식중에 아들로 인해 딸이 과거의 자기처럼 고통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딸만을 편애하였던 것이다. 이 아주머니는 자기의 무의식적인 감정을 깨닫고는 자기는 전혀 몰랐다고 놀라면서 아들에게 잘못하였다고 말하며 돌아갔다.또는 부모가 자기의 어떤 면을 열등하게 생각한 경우 그 점이 아이에게도 있다는 것을 발견할 때 그것을 고쳐보려고 자꾸 지적하면 아이는 그것을 자기를 미워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부모의 이러한 점을 누가 지적해주지도 않고 계속되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크게 미치게 된다.이렇게 편애 문제가 심각하여 상담을 해야 할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 형제, 자매간의 갈등은 다 있다. 자식을 키우다 보면 부모도 사람인지라 어떤 자식은 더 귀엽고 사랑스럽고 어떤 자식은 덜 그럴 수 있다. 그런 것을 아이들은 직감적으로 느낀다. 그래서 아무리 말로는 “나는 똑같이 너희들을 사랑한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있느냐.” 고 해도 아이는 괜히 말로만 그런다고 생각한다.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은 자식의 마음은 모두 하나자식이 하나가 아니고 둘 이상이면 항상 이런 편애가 정도 차이는 있지만 있다고 봐야 한다. 어떤 자식이라도 편애라고 느끼는 경우가 있으면 부모는 그것을 현명하게 해결해야 한다. 아이가 편애라고 느끼면 그것이 성격형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반발심이 생기며 그런 감정이 지나치면 공부해야 될 때 공부를 못하고 방황하다가 잘못되기도 한다.제일 좋은 것은 예방이다. 편애의 문제가 나오기 전에 부모가 항상 자기의 마음이 어떤 자식을 특히 예뻐하지는 않는지를 살펴보고 혹 어떤 자식이 편애의 문제를 제기하면 그것에 대해 버릇없이 부모를 비난한다고 노여워하지 말고 좋은 기회로 생각하여야 한다. 그런 문제가 표현되지 않았더라면 속으로 억눌려 있다가 나중에 크게 터졌을 것인데 문제 제기가 됨으로써 잘 해결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자식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자식으로서 똑같이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은 부모에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것은 자연스럽고 정당한 감정이다. 이것을 부모가 인정하고 노력하여 부모, 자식 모두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가 올 때 이런 경험은 가정의 화목에 도움이 된다. 또한 그뿐만 아니라 아이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갈등과 좌절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