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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clinic]청소년기 상처는 평생의 짐

  • 입력 2009.03.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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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중학교·고등학교 입시가 있을 때보다 덜하긴 하나 요즘도 좋은 대학을 가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하여 중학교·고등학교부터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 부모들이 자식을 주로 중학교 때 빠르면 초등학교 때 집을 떠나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대부분 시골에서는 사는 정도가 중간 이상이고 아이도 공부를 잘하는 편이라 장래가 기대되는 축에 속한다. 아이도 도시로 간다고 하니 처음에는 들떠서 좋아했으나 막상 도시로 와서 생활해보니 적응을 잘 못하고 좌절을 하여 오히려 시골에서 그대로 생활했을 때보다 성적이 떨어지고 성격도 비뚤어지는 수가 있다. 그리하여 자기를 일찍 도시로 보낸 부모를 원망하게 된다. 이런 경우로 인해 상담을 하러온 사례를 보기로 하자.사례 1현재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으로 중학교 때 서울로 왔는데 부모는 시골에 있고 이 학생 혼자 삼촌과 같이 생활하고 있었다. 이 학생이 진료실을 찾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수업시간에 자기에게 발표를 시킬까봐 깜짝깜짝 놀라고, 당황해서 얼굴에 경련이 일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조그만 사업을 하며 꽤 안정되게 사는 집의 장남인 이 학생이 서울로 올라오게 된 것은 별로 교육을 받지 못한 부모가 서울에서 중학교부터 다니면 교육도 잘 받고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 학생도 시골에서는 공부를 썩 잘했고 활달하고 착실했다. 그리고 서울로 가는 것을 학생도 매우 좋아했다. 그래서 서울로 올라와 삼촌과 함께 생활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삼촌도 잘해주고 학교생활도 잘하였으나 몇 달 지나면서 부모도 보고 싶고 동생도 보고 싶어졌다. 삼촌이 늦게 들어오면 혼자 무섭기도 하고 삼촌이 바빠서 본인이 밥을 해야 될 때는 화가 났으나 삼촌에게는 표현하지를 못했다.그렇게 지내던 중 영어시간에 읽기를 하다 긴장이 되어 다 읽지 못하고 주저앉고부터는 수업시간만 되면 긴장이 되었다. ‘저 병신 같은 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안 그러려고 하면 더 긴장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매사에 자신이 없어지고 열등감만 생기고 자꾸 왜소해지는 느낌이 들어 항상 생각하는 것이 4년 전으로 다시 돌아갔으면 하는 것이었다. 이 학생은 부모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부모가 자기의 인생을 망쳤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고 했다.이 학생의 문제는 혼자 독립하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에 서울에 와서 억지로 독립을 하게 된 데 있다. 삼촌에게 부모 역할을 기대하며 의지하였는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오히려 좌절감을 느끼며 매사에 자신을 잃어가던 중학교에서 한번 실수한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문제가 된 것이다.사례 220후반의 남자인데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어 병원을 찾아왔다. 남 앞에 서면 초조하고 주눅이 들어 손에 땀이 나고 말을 못하고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호소하였는데 그전에도 그런 경험은 있었지만 고등학교 졸업 이후 더 심해졌다고 한다.이 환자도 시골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로 전학한 경우다. 가족들은 시골에 있고 혼자 친척집에서 생활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그 당시로서는 비교적 높은 학력이었는데 사정이 있어 시골에서 농사를 짓게 되었다. 그는 그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자식은 시골에서 농사를 짓게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어렸을 때부터 일도 시키지 않고 장남인 환자를 특히 사랑하였다. 그런데 서울에 오자 상황이 급변하였다. 시골에서는 자기가 애들에게 과자도 사주고 그랬는데 서울에서는 자기가 구걸하는 입장이 되었다. 과자는 먹고 싶은데 돈은 없고 그래서 얻어먹으려고 졸졸 따라다니고 친구들 비위를 맞추면서 열등감이 많이 싹텄다. 첫 시험에는 성적이 좋았으나 시골에 있을 때와는 달리 시험을 잘 쳐도 기뻐해주는 사람도 없고 먹는 데만 신경을 쓰게 되고 점차 공부에 대한 흥미가 떨어져 갔다. 훔쳐 먹기도 했다. 점차 기가 죽고 몸도 약해져 갔다. 방학이 되어 시골에 내려가면 방학이 끝나는 날까지 놀다가 울면서 올라왔다. 그러나 부모에게 그런 자기의 처지를 표현하지 못했다. 시골에 갔을 때 항상 먹고 나면 체하였는데, 관심을 끌고 싶고 자신의 어려움을 알아 달라는 마음에서 생긴 증상이었다. 그래도 그럭저럭 지내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였는데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겨 그만두었다.그는 이렇게 자기 인생을 망치게 된 원인이 어린 나이에 서울로 전학을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자기를 일찍 서울로 보낸 부모에 대한 원망이 극도에 달했다. 특히 같은 동네에 살던 애가 시골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와 일류대학에 간 것을 보면 그런 감정이 더 심해졌다.부모의 체면이나 남들의 반응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인생이 두 사례의 공통되는 점은 둘 다 아직 독립할 나이가 안 되었는데 부모의 욕심으로 인해 집을 떠났고 그 이후 부모의 관심과 보살핌이 부족하였다는 데에 있다. 물론 집을 떠난다고 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발전한 예도 많다. 그러나 아직 독립할 때가 아니면 부모가 데리고 있으면서 서서히 독립할 수도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부모 슬하에 있는 것이 좋다.최근에는 조기유학 붐이 있어 중학교, 심지어는 초등학교 때 외국으로 유학을 보내는 경우를 신문지상이나 주위에서 많이 본다. 이 경우는 국내에서의 전학보다 문제가 더 클 수 있다. 외국어 문제, 문화적 이질감, 향수 등이 가중된다. 이럴 때는 더욱더 부모가 신중해야 한다.먼저 아이의 상태, 즉 정신적 성숙도를 잘 파악하여야 한다. 혼자서 잘 견디어낼 수 있는지 어떤지가 잘 파악이 안 되면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유학을 가더라도 가급적이면 부모가 현지에 가서 그곳의 사람이며 환경 등을 잘 알아보고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혹 아이가 적응을 잘 못하고 힘들어 하면 다시 귀국시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건강이지 부모의 체면이나 남들의 반응이 아니다. 아이가 공부를 못해서 가는 도피성 유학은 더 큰 문제다.국내든 국외든 아이가 집을 떠나야 될 때는 항상 진지하게 그 동기를 잘 검토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아이에게 맞는지 어떤지, 그리고 집을 떠나지 않고도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길은 없는지 잘 알아보아야 한다. 그야말로 순간의 선택이 한사람의 일생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