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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clinic] 여자 속옷을 훔치는 아이

  • 입력 2009.05.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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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40대 초반의 아주머니가 중학교 1학년 남자아이를 데리고 진료실을 찾아왔다. 이 아주머니는 ‘동네사람들 보기가 창피해서 못살겠다. 얘가 왜 이런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게 병입니까?’ 하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이야기를 시작하며 평소에 착하고 아주 흠잡을 데가 없는 아인데 동네 빨랫줄에 널린 여자 속옷을 훔치다 들켰다는 것이다. 동네아줌마들 이야기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여러 번째인 것 같다는 것 이다.나이에 비해 작은 체구에 순해 보이고 기가 좀 죽어 보이는 이 아이는 치료자가 묻자 솔직하게 자기가 한 일을 이야기 했다.여성의 속옷, 어머니의 상징물로 여겨그 아이는 한 달 정도 전부터 빨랫줄에 널린 여자 팬티, 브래지어, 속내의 등을 보면 자신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이상한 마음이 들면서 갖고 싶어졌다고 한다. 다음에는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눈이 자꾸 거기에 의식되었으며 가끔씩 훔치게 되었고 가져간 속옷은 동네 어딘가에 숨겨두었다. 면담을 하면서 보니 목소리가 조금 변성되어 있었고 사춘기가 시작된 것 같았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이런 증상이 생긴 것이었다. 이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왜 여자 속옷을 집착하게 되었는지는 면담을 통해 잘 드러났다.이 아이의 아버지가 직장생활을 할 때 어머니는 집에서 살림만 했는데,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직장을 그만두고 음식점을 시작하면서부터 어머니도 같이 일하게 되 었다. 그전에는 간식도 잘 챙겨주고 공부도 잘 봐주던 어머니가 없으니 허전했다. 아이의 어머니는 매사에 열심히 하는 성격이라 음식점 일을 열심히 하였고, 그러느라고 아이에게는 소홀히 하였다. 2남 2녀의 막내로 바로 위에 형이 있었는데 형에게 많이 맞았고 억울하게 당한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 위의 누나들도 자기 일로 바빠서 신경을 써주지 않았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는 했지만 항상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했다. 그러다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이다.이 아이에게 이런 증세가 생기게 된 원인은 첫째로 어머니가 음식점을 하기 때문에 보살핌을 잘 받지 못하여 생긴 허전한 마음이 어머니를 상징하는 여자 속옷을 찾게 만들었고, 둘째로는 사춘기에는 성적(成績)인 에너지가 강하여 정신적인 문제가 있을 때 성적인 형태로 잘 나타나는데 이 경우도 그 분출구로 여자 속옷을 택한 것으로 생각된다.다행히 이 아이는 성변태(性變態)라고 볼 수 있는 정도까지 발전하지는 않았다. 여자 속옷이 성적인 대상이기보다는 어머니의 상징물로서의 의미가 더 컸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이 일찍 교정되지 않고 반복되면 성변태의 하나인 여성물건애(女性物件愛)로 발전하기도 한다.이러한 점을 아이와 어머니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어머니가 아이를 잘 보살펴서 아이를 붙잡아주어야 치료가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약을 좀 처방해주었다.평소 부모 관심이 중요해어머니가 음식점을 그만둘 수 없는 형편이라 장사를 하면서 최대한 신경을 써주고, 병원에 어머니와 항상 같이 와 서로 대화하면서 아이는 굉장히 좋아졌다. 기가 죽은 것도 다시 살아났고 병적인 행동도 없어졌다.이 아이처럼 맞벌이를 하거나 또는 어머니가 집에 있어도 잘 돌볼 수 없을 때, 허전하고 심심한 것이 사춘기에 들어서면 성적인 물건에 집착하는 식으로 증세가 나타나 병원을 찾는 남자아이들이 간혹 있다. 그때 어머니가 사랑과 관심을 쏟아 허전한 마음이 채워지면 대개 좋아진다.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엄마가 없으면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하게 된다. 그러면 집에 가방만 갖다 놓고 다시 밖에서 놀거나 아니면 아예 친구와 놀고 늦게 들어오게 되고 밖으로 돌게 된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고 여기저기 정처 없이 걷기도 하고 친구를 만나 놀기도 한다. 그것이 오래되면 성격이 굳어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혼자 잘 있지를 못한다. 혼자 있게 되면 여기저기 전화도 하고 별일 없는데도 매일 누구를 만날 약속도 한다.아이가 성인이 되어 자기 힘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부모는 항상 지켜봐야 한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아이에 따라 개인차가 있다. 철이 일찍 들고 성숙한 아이는 빠를 수 있고, 철이 늦게 들고 미숙한 아이는 늦을 수 있다. 부모가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잘 살펴보면 알 수 있다.집은 나를 반겨주는 공간이기를, 어른이나 아이나 마찬가지아이든 어른이든 집이 좋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밖으로 돌게 된다. 밖에서 돌다보면 공부해야 될 때 공부를 못하게 되거나 질이 나쁜 애와 사귀게 되어 비뚤어진 애가 된다. 어른도 마찬가지로 술이나 여자 등을 가까이하게 된다.집이 좋으려면 아이인 경우 자기를 반겨주는 어머니가 있어야 한다. 어른도 퇴근길에 집에서 자기를 반길 사람이 떠올라야 집으로 가는 것이 즐겁게 된다.아이는 부모의 사랑과 관심으로 자란다. 항상 관심을 가지고 아이의 상태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좀 이상하거나 잘못될 때는 즉각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다고 불안하게 아이들에게 매달리라는 말은 아니다. 사랑과 관심도 너무 지나치면 아이가 부담을 갖게 되어 오히려 해롭다. 부모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하면서 사랑과 인내를 바탕으로 한 꾸준한 관심을 가질 때 아이는 건강하게 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