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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medicine] 신유(神癒)도 알고 보면 신체접촉으로

  • 입력 2009.06.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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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사람들은 질병의 발생은 정령(精靈) 또는 악마 같은 초자연적인 것에 의해서 야기되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이런 초자연적인 마력(魔力)을 극복하여 몸 밖으로 쫓아낼 수 있는 힘은 오로지 전지전능한 힘을 지닌 신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느 민족을 막론하고 의약의 창설자는 전지전능한 힘을 지닌 신이라 믿고 의신(醫神)으로 모셨다. 따라서 대부분의 문화민족들은 자기 민족에게 처음으로 의술(醫術)을 전수(傳受)했다는 의신을 모시고 있다.
그리스의 경우 신화시대 의술의 신(神)인 아폴론에게는 아스클레피오스(Asclepios)라는 아들이 있었다. 우선 그의 출생을 보면 좀 색다른 데가 있다. 아폴론과 처녀 코로니스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아폴론은 애인 코로니스가 아기를 가졌다면 다른 사내의 아이를 잉태한 것으로 착각하고 멀리서 활을 쏘아 코로니스를 죽였다. 아폴론이 뒤늦게 그것이 자기아이라는 것을 알고 달려갔을 때 코로니스의 시신이 화장터에서 까맣게 그을리기 시작하는 때였다. 아폴론은 헤르메스 신으로 하여금 코로니스의 뱃속에 든 아기를 살려내게 하고는 아기를 당시의 용한 의사이자 지혜로웠던 케이론에게 보내 의술을 배우게 하였는데, 케이론은 머리는 사람이고 몸은 말인 인두마신(人頭馬身)으로 전해진다. 케이론은 뒷날 이아손, 헤라클레스, 아킬레우스 같은 영웅도 가르친 현자로 유명하다. 아스클레피오스도 케이론의 가르침을 받아 유능한 의사가 되었다. 케이론을 잘 묘사한 그림이 이탈리라의 화가 바토니(Pompeo Batoni 1708-87)의 ‘아킬레우스와 켄타우로스인 케이론과 ’(174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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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클레피오스에게 전수했다는 의료기술의 내용에 관해서는 그들의 신화에는 명확하게 기록된 것이 없다. 그러나 간접적인 기록을 보면 확실히 외과의학이었던 모양이다. 즉 에우리피로스가 화살을 맞아 상처를 입었을 때에 파타룩스가 몸에 박힌 화살을 뽑고서 상처를 깨끗이 씻은 다음 진통제를 주면서 붕대를 감았다는데, 이 파타룩스의 치료법은 아킬레우스에게서 배운 것이며, 아킬레우스는 그것을 케이론에게서 배웠다고 되어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에피다우로스(Epidaurus)에다 요즈음의 의과대학 겸 부속병원 비슷한 신전인 아스클레페이온을 세우고 의술을 가르치는 한편 환자를 진료하였다. 어찌나 빠르게 치료하고 용하게 병을 고쳤던지 ‘아스클레피오스는 죽은 사람도 능히 살려 낸다’는 소문까지 날정도 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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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클레피오스가 신통력을 지닌 의신이라는 소문 때문에 사람들만이 아니라 신들도 아스클레페이온을 찾았다고 하는 데 이러한 것을 그림으로 잘 표현한 것이 있다. 영국의 화가 포인테르(Sir Edward John Poynter, 1836-1919)의 작품 ‘아스클레피오스의 방문’(1880)을 보면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가 발에 부상을 당하자 자기의 몸종격인 삼미신(三美神)을 다리고 아스클레피오스를 찾았다. 이른바 환자가 의사를 찾아 가는 데 그림에서 보는바와 같이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간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그리스신화에서 사랑의 여신의 상징은 언제나 나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화가가 왜 아프로디테와 삼미신을 나체로 표현하였는가를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조금도 부끄러워함 없이 아스클레피오스 앞에서 자기의 아픈 곳을 호소하고 그는 일단 시진(視診)을 하고 있다.
저자는 학회관계로 해서 아테네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아스클레피오스의 신전과 박물관이 있는 아스클레피오스 성역(The Sanctuary of Asclepios and Museum)을 찾기 위해 일부러 에피다우로스에 갔던 적이 있다. 아스클레피오스 성역은 많은 건물이 무너졌지만 그 규모가 상당히 컸으며 그 박물관에는 이 성역에서 출토된 각종 유물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 직원의 설명에 의하면 아스클레피오스는 북부 그리스 출신이지만 히포크라테스를 가르치고 그렇게 훌륭한 의성(醫聖)을 탄생시켰기 때문에 의신으로 숭배되고 있으며 에피다우로스에 대규모의 의료시설인 아스클레페이온을 개설하여 더욱 유명해졌다는 것이다.
환자들이 아스클레페이온을 찾으면 우선 진정제를 먼저 마시게 하고는 독방으로 인도돼 잠을 자면 아스클레피오스 신이 꿈속에 나타나 환자를 진찰하고는 치료법을 지시해 준다는 것이다. 흔히 꿈속에서 본 것의 의미는 모호하기 때문에 신전에는 사제들이 있어 이를 해석해 설명해주는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신전에는 흙빛 뱀을 많이 키운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것은 이 흙빛 뱀은 독이 없고 성격이 온순해서 이를 환자의 치료에 직접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면 아스클레피오스가 환자의 아픈 환부를 손으로 만지며 안찰을 해주고는 그곳에다 뱀을 붙여주면 뱀은 혀를 내밀고는 아픈 부위를 혀로 핥고 빨아주면 그 아픔은 사라지곤 하였다는 것이다. 즉 아스클레피오스의 손의 접촉과 뱀의 혀로의 환부 접촉에 의해서 병을 다스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즉 흙빛 뱀은 아스클레피오스의 사자(使者)이며 치료도구 이었다. 그러니까 의술을 상징하는 마크의 지팡이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이며, 뱀은 바로 아스클레피오스의 사자인 독이 없는 흙빛 뱀인 것으로 의술을 상징하는 오늘날의 마크에 까지도 지팡이와 뱀이 그려지는 것은 바로 그리스의 의신 아스클레오피스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러면서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정신적인 안정과 휴식을 취하게 하는 것이었다. 시야가 탁 트이고 기후가 좋은 곳에 아스클레페이온이 세워지는 까닭이 여기에 있었다. 또 이 성역에는 1만6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극장은 아직도 그 형태가 남아 있었는데 이것은 신전에는 반드시 수반되어지는 시설이었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극장의 무대에서 소리 지르면 어느 좌석에서나 균등하게 들리도록 설계되었으며 더욱 신기한 것은 그 소리가 메아리쳐 되돌아오는 것이었다. 또 아스클레페이온에는 극장뿐만이 아니라 도서관 같은 문화시설들도 정성들여 세운 것도 환자의 정신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을 의미한다.
또 이집트에는 토트(Toth)라는 의신이 있다. 토트는 머리는 새머리이며, 몸은 사람인 조수인신(鳥首人身)으로 때로는 몸은 원숭이 몸이고 머리는 새머리인 조수원신(鳥首猿身)으로도 표현된다. 대체로 이집트의 신들은 짐승머리를 가진 사람 몸으로 많이 표현된다. 지상(地上)의 신인 흘스는 매의 머리요, 사막의 신인 세트는 돼지머리, 물의 신인 세크메트는 숫사자(雄獅子)머리로 표현된다. 그런데, 의신인 토트의 머리는 주로(朱鷺)라는 새의 머리다. 어떤 해석에는, 주로라는 새가 물속에다 머리를 박고서 먹이를 쪼는 모습이 마치 사람의 몸에서 병마를 쪼아 몸에서 추방시켜 치유시킨다고 생각하여 주로를 전지전능한 신의 사자로서 즉 의신의 심벌로 이 새를 사람 몸 위에다가 얹어 놓았다고 한다. 이렇게 병마를 쪼아갖고는 하늘 높이 몸 가볍게 훨훨 날아가는 새를 볼 때 사람 몸에서 훨훨 날아가 버려야 하는 병은 마귀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이런 상상이 떠올랐다고 생각된다.
그리스의 의신인 아스클레피오스는 실존했던 사람이라는 설도 있다. 그것이 후세에 신격화되어 신전(神殿)을 지어 신으로 추앙된 모양인데, 그가 가지고 다녔던 지팡이에 말려 있던 뱀을 지금도 의학의 심벌로 삼고 있는 데는 그러한 사연이 있었다. 아스클레피오스라는 이름 자체가 그리스말로는 뱀인 아스클레피오스에서 파생된 말이라고도 하는데, 그는 환자의 몸을 만지고 뱀으로 하여금 신체 접촉을 하게하여 병을 고쳤으며 토트는 몸에 있는 병마를 쪼아서 이를 물고 하늘로 날았다는 것으로 알고 보면 모두가 신체접촉이 신유의 기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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