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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clinic] 신혼기의 갈등:‘나’만을 생각하면 부딪칠 수밖에 없다.

  • 입력 2010.0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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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R]결혼생활은 사랑하는 사람과 더 이상 각자 집으로 갈 필요 없이 아침에 눈을 떠서부터 밤에 잠잘 때까지 같이 있을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하고 달콤한 면도 있지만 실제로 같이 생활하면서 전에 가졌던 환상이 깨어지고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게 될 때 갈등과 놀라움은 말할 수 없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사랑해서 결혼을 했는데 왜 신혼 초부터 갈등이 생기는 걸까. 이 점에 대해 몇 가지로 나누어보면 먼저 평범한 사람들이 신혼기에 겪게 되는 갈등이나 문제점들이 있고 그 다음에 결혼의 동기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경우, 그리고 문제가 심각한 결혼이 있다.


신혼 초에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신혼의 갈등

비교적 평범하고 보편적으로 겪는 신혼의 갈등들을 보자면 첫째가 성격적인 요인에 의해서 오는 마찰이다. 성격이란 각 개인이 오랫동안 고유하게 가져온 행동양식이나 생각, 가치체계, 신념 등을 말한다. 그런 만큼 쉽게 고쳐지지도 않고 문제가 있더라도 스스로 잘 알지도 못하고 지적해 주어도 잘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 성격이 안정되고 성숙한 경우 상대방의 입장이나 처지를 잘 알아 그에 맞게 하여 무리가 없는데, 성격이 미숙하고 의존심이 많으면 상대방의 처지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 욕구만 충족시키려고 한다.

결혼 전에야 그런 경우라도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대충 양보하면서 맞추게 되는데 결혼 후에도 계속 그런 것을 바랄 수는 없다. 결혼 전에 그렇게 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지 않으려고 그랬겠지만 일단 결혼해서는 상황이 다르다. 그럴 때 자기에게 잘 해주었을 때의 모습을 상대의 모습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크게 실망하게 되고 속았다는 느낌도 든다.

성격이 그 사람의 전체적인 것을 말한다고 볼 때 성격이 맞지 않는 경우 매사에 부딪칠 수 있다. 매사를 자기 식으로 한다는 불만이 든다. 그런 것을 이야기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둘째는 생활태도나 생활습관에서 마찰이 오는 경우다. 예를 들면 남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데 여자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서 남편 출근 시 식사 준비나 뒷바라지가 잘 안 되는 경우이거나, 또는 어떤 사람은 불은 꼭 꺼야 자는데 상대방은 그렇지 않다거나 또는 한쪽은 깔끔하고 정리정돈도 잘하고 물건도 아끼는데 다른 한쪽이 잘 치우지도 않고 지저분하고 물건 등을 함부로 다룰 때 등등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것에서부터 사소한 마찰이 끊임없이 생긴다.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문제인데 큰 싸움이 되는 계기도 된다.

이러다 보면 서로를 이해 못한다는 등, 덜 사랑한다는 등, 이상한 남자·여자라는 등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심한 말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말다툼을 아무리 해도 고쳐지지 않을 때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니까 잘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체념은 하면서도 막상 부딪치면 화가 나고 짜증이 생긴다.

경제적인 것에서 마찰이 올 수 있다. 한 쪽은 돈을 절약하는데 비해 다른 쪽은 헤프게 쓰거나 무절제할 때 아끼는 쪽이 상대방을 철없게 생각하거나 못 믿게 되고 또 상대방은 그런 태도를 보이는 다른 한쪽에 대해 소심하고 쩨쩨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경우는 서로를 든든하게 믿을 수 없어 갈등이 생기게 된다.

셋째로는 성적인 불만이 문제일 수 있다. 신혼 초에는 젊고 경험이 별로 없어 성적인 것에 대해 서로 잘 모를 수 있다. 여자는 서로 대화도 하고 사랑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느끼며 성관계를 하고 싶은데 남자는 계속해서 급히 자기 욕구만 채우고 끝나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이럴 때 여자는 남자가 자기를 사랑해서 성관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남자의 욕구 충족의 대상으로 삼는다고 생각하여 화가 나고 성생활이 즐겁지 않게 되며 갈등이 생긴다.

넷째로 시댁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은 경우다. 이 경우 시집 식구가 문제인 경우도 많으나 이런 경우는 여자가 ‘나는 남편하고 결혼했지, 시집 식구하고 결혼한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하여 자신이 시집식구의 일원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매사를 자기나 친정쪽 중심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시집 식구에 대해 고려를 하지 않으니 결국은 시집 식구나 남편과 부딪칠 수밖에 없다. 시댁이 문제인 경우 대개 시어머니나 시누이가 갈등의 원인이 된다. 결혼한 지 10년 정도 된 주부가 가슴이 답답하고 매사에 의욕이 없고 속에서 열이 나고 잠을 못자서 병원을 찾아 왔다. 상담을 해보니 자기보다 나이가 한 살 많은 손아래 시누에게 당하고 적절한 대응을 못하고 속으로 참고 참은 것이 병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부간의 갈등이 있거나 시누이와 문제가 있을 때 남편이 중재역할을 잘 해야 한다. 남편은 양편을 잘 알기 때문에 양쪽을 서로 통하게 하는 다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 자체가 문제일 수가 있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평범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누구나 겪게 되는 신혼의 갈등을 소개했으나 이제부터는 결혼의 시작부터 문제가 있는 경우를 보겠다.

첫째로 결혼의 동기부터 문제가 있는 경우다. 집이 싫어 집을 벗어나기 위해 도피처로 결혼을 택한 경우이거나 소위 정략결혼이라고 말하는 결혼을 한 경우다. 이 경우 배우자 선택이 제대로 되지 않고 또 결혼 동기가 순수하지 않기 때문에 결혼 초부터 순탄하기를 바라기가 매우 어렵다.

둘째는 스스로가 열등하다고 생각하며 한 결혼이다. 자신의 열등한 면을 보완해주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제일 우선적인 조건이었던 사람인데, 결혼 후에 다행히 그 열등감이 상대방에 의해 해소되고 충족되면 다행스럽지만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의 약한 면을 발견하고는 실망한다. 동시에 계속해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기대수준에 맞는 행동을 무리하게 요구하여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셋째는 결혼이나 배우자 선택을 자기 의사로 하지 않거나 스스로 주체가 되어 하지 못하고 떠밀려서 한 경우이다.

배우자에게 마음이 가 있지 않고 사랑을 못 느끼니 본인도 문제이지만 배우자 또한 그것을 느끼고 그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 이런 경우 상대에 대한 애정이 없고 결혼생활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집안일에나 가정에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 주체적으로 자기 인생을 결정 못한 것에 대해 자책감이 들고 상대방에 대해 매사에 자신이 없고 남남처럼 느껴진다.

끝으로 아주 심한 경우여서 신혼기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경우다.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속아서 한 결혼이 이에 속한다. 결혼 후에 알고 보니 처자가 있는 남자라든가 혹은 배우자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데 모르고 결혼한 경우 등이 있다.

어떤 여자는 선을 본 후 별로 교제를 하지 않고 결혼을 했는데 결혼하고 한두 달 지나자 남편이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누가 자기를 감시한다거나 누가 집에 왔다갔지 않았냐고 묻기 시작했다. 애초에 정신질환이 있었는데 모르고 결혼한 것이다. 이런 경우는 계속 같이 살려면 굉장한 노력을 해야 하고 환자와 같이 산다고 생각해야 한다.

지금까지 신혼기에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나 갈등과 그 요인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 신혼기에 생기는 갈등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갈등이란 문제가 있긴 하지만 성실하게 잘 극복만 하면 평생을 같이 할 부부에게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비온 후에 땅이 더 굳어지듯이 갈등을 겪으면서 서로의 사랑이 더 돈독해지고 깊어질 수 있는 것이다.


갈등은 당연, 대화는 가장 현명한 해결책

어찌 보면 20~30년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처음 같이 살 때 갈등이 생기는 것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잘 해결하지 못해도 문제이지만 무조건 참고 억압만 해도 결코 안 된다. 참았다 한꺼번에 터지는 것이 오히려 더 큰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

대개 갈등이 생기는 주된 요인은 상대방의 입장이나 처지를 이해하여 해결점을 찾기보다는 서로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태도 때문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요구할 때 그것을 받아주거나 받아줄 수 없을 때는 자신의 입장을 대화를 통해 전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조건 묵살하거나 자기 입장만 고집한다면 이는 싸움을 자초하는 것이다. 부부간에도 대화가 제일 중요하다. 단순히 말만 하는 대화가 아니라 서로를 진정하게 이해하고 알기 위한 대화를 해야 한다. 이런 대화가 없을 때 오해가 자꾸 쌓여 큰 문제가 생긴다. 신혼 초에 부부간에 문제나 갈등이 있을 때 대화를 하여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이서 풀기 어려우면 중재자를 찾아보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사소한 문제가 큰 파국을 초래하는 것을 막아주는 첩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