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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episode] 이은하의 <돌이키지 마>

후회는 없다, 밝은 내일만 있을 뿐… ‘돌이키지 마’

  • 입력 2009.11.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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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절)

모든 것이 지금 시작이야 한순간도 놓칠 순 없어 그래


눈을 뜨면 보이는 것은 이제 와서 돌이키지 말아요


지금 내가 가야하는 길 그땐 정말 물거품이야 정말


이제 와서 돌이키지 말아요 지금 나는 가야하는데


하늘의 떠도는 별들도 나를 보며 오라하는데


어차피 그대 마음에 한동안 머물다 떠나가는데


돌이키지 마 돌이키지 마


모든 것이 지금 시작이야 한순간도 놓칠 순 없어 그래


눈을 뜨면 보이는 것은 이제 와서 돌이키지 말아요


(2절)


하늘의 떠도는 별들도 나를 보며 오라하는데


어차피 그대 마음에 한동안 머물다 떠나가는데


돌이키지 마 돌이키지 마


모든 것이 지금 시작이야 한 순간도 놓칠 순 없어 그래


눈을 뜨면 보이는 것은


이제 와서 돌이키지 말아요


이제 와서 돌이키지 말아요


 ‘만추’(晩秋)란 표현이 잘 어울리는 늦가을이다. 이맘때면 한해 결실에 만족하는 반면 그렇지 못함에 대한 반성과 후회가 몰려오기도 한다. 봄에 씨 뿌리고 여름에 땀 흘리며 가꿨지만 소득이 적거나 실패해 맘 아파하는 농부들 모습과도 같다. 하지만 겨울 가면 새 봄이 오는 법. 후회하지 말고 다음을 기약하며 재도전하는 게 우리들 삶이다.


이은하 KBS-2TV 방송서 비화 공개

[1L]여가수 이은하(47)의 히트곡 <돌이키지 마>는 그런 우리들 삶을 얘기한 노래다. 4분의 4박자 디스코 풍으로 경쾌하지만 노랫말을 잘 새겨보면 인생과 세상의 철학이 녹아있다.

[2R]이 노래는 1980년대 최고의 인기가수이자 만능엔터테이너였던 전영록(55)이 작사∙작곡했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의 일이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한때의 실패나 좌절을 이겨내고 새 맘으로 두 주먹 불끈 쥐고 다시 해보라는 격려의 뜻을 담아낸 것이다. 에피소드를 들여다보면 ‘아~ 그래!’ 할 것이다.

이은하는 <돌이키지 마>의 탄생배경을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나가 들려줘 눈길을 모았다. 2008년 3월 9일 KBS 2TV ‘해피선데이-불후의 명곡’에 제40대 노래선생님으로 출연, 자신의 히트곡 <돌이키지 마>에 얽힌 비화를 전격 공개한 것이다.


“이 노래 가사는 전영록 오빠가 나에게 해주는 조언이 담긴 곡이다. 1987년에 히트곡을 내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져있을 때 ‘(과거를 돌아보지 말고) 모든 게 지금 시작이야. 한순간도 돌이키지 마라’는 격려의 의미로 무료로 지어준 곡이다.” 시청자들 눈길을 잡기에 비화였다. 방송내용은 각 언론에 인용 보도될 만큼 화제가 됐고 후속기사들도 이어졌다.


‘바람아 멈추어 다오’의 자체 표절

더욱 놀라운 건 <돌이키지 마>가 표절곡이란 점이었다. 이은하는 이어서 관련 사연들을 들려줬다. “오빠가 원래 나에게 주려한 곡은 <바람아 멈추어 다오>(이지연 노래)였다. 내가 불렀다면 <돌이키지 마>와 똑 같았을 것이다. 하이라이트부분인 ‘멈추어 다오, 바람아~ 멈추어 다오’와 ‘돌이키지 마, 돌이키지 마~’를 비교해보면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두 노래가 사실은 쌍둥이곡이란 소리다. 두 노래를 만든 전영록이 자체표절 했다는 설명이기도 해 그날 방송은 한동안 가요계사람들의 화제 거리가 됐다.

이은하는 그날 출연자들이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자 “이는 (전영록) 오빠가 직접 고백했다”고 말해 본인의 말이 사실임을 분명히 했다. 어디까지나 그 노래를 만든 당사자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로 모두 다 진짜란 것이다.

1989년 가요계를 강타했던 <바람아 멈추어다오>와 <돌이키지 마>의 하이라이트부분이 같은 노래란 사실이 흥미로웠던 대목이다. 어쩌면 후배가수들에 대한 음악선배인 전영록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사연이기도 했다.

1989년 전영록은 그 때 절정의 창작력을 뽐내 여러 곡을 만들어 가수들에게 줬다. 주로 여성가수들에게 그냥 줘 수입은 거의 없었다는 후문이다. 후배들이 좋아서 조건 없이 선물했을 뿐이었다.


그 때 주어 히트한 곡으론 ▲이은하 <돌이키지 마> ▲양수경 <사랑은 창밖의 빗물 같아요>(작사는 장대성) ▲김지애 <얄미운 사람>(작사는 장대성) ▲민해경 <약속은 바람처럼>(작사는 장대성) 등이 있다.

전영록은 1954년 3월 26일 서울서 영화배우 황해와 가수 백설희 씨 사이에서 차남으로 태어났다. 16살 때인 1971년 듀오를 결성, CBS라디오 ‘영 페스티벌’ 로 데뷔했다. 대중에게 본격 알려진 음반은 1973년 데뷔앨범 <나그네길>.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중퇴했다. 1974년 ‘내 마음의 풍차’ 등 7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 겸 방송DJ이기도 한 그는 <애심> <종이학>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 봐> <저녁놀> 등 히트곡들을 쏟아냈다. 1987년 ‘KBS 가요대상’ 남자부문 대상 등 받은 상도 많다.


11살 때 <님 마중> 불러 가요계 데뷔

가수 이은하(본명 이효순)는 1962년 3월 29일 서울서 태어나 경남여고를 졸업했다. 11살 때인 1973년 <님 마중>을 불러 가요계에 데뷔했다. 가수 김정은과는 사촌간이다. MBC 10대 가수상을 1978년, 1979년 두 차례 받았다. 그의 ‘명곡 베스트5’는 <밤차>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돌이키지 마> <사랑도 못해본 사람은> <아리송해>.

한편 이은하는 그날 방송에서 “1985년 25세 때 첫사랑을 만났다”면서 “그때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을 작사했는데 아버지의 반대에 끝냈다”고 고백했다. 그는 1982년 영화 ‘날마다 허물 벗는 꽃뱀’에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