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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clinic] 혼전순결, 남 얘기일 땐 관대하고 내 문제면 긴급재고

  • 입력 2010.03.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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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어떠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어찌 어찌 행동할 것이라며 머릿속으로 가정하는 것과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가 보이는 반응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가정이라는 조건하에서는 이성을 잃지 않고 생각 할 수 있으며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에 쉽게 도달할 수 있지만 막상 자신의 일로 닥쳤을 때는 합리적인 이성보다는 다분히 자기중심적인 감정에 휩쓸려 안정을 잃기 쉽고 해결의 실마리를 잘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여자의 혼전순결에 대한 문제를 꼽을 수 있다. 평소에 사랑만 있으면 혼전순결 여부는 상관없다고 큰소리치던 남자도 막상 결혼 전에 그런 문제에 부딪치면 어떻게 해야 될지 갈등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지난 과거의 고백, 그리고 의심의 시작

최근에 한 여성 잡지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미혼남성의 과반수 정도가 여자의 혼전순결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답변했으며 또 다른 연구에서는 사랑하는 사이라면 혼전관계를 해도 무방하다는 조사결과로 변화한 대학생들의 성의식을 잘 나타내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자신의 배우자나 연인 혹은 약혼자가 혼전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느 정도까지 담담한 반응을 보여줄 수 있을는지는 의문스럽다. 물론 평소에 가지고 있는 생각대로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당황해하며 충격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비록 겉으로는 태연한 척할지라도 마음속에서는 격렬한 감정반응이 일어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당혹감이 생긴다. 결혼 전이면 결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결혼을 했다면 이미 결혼은 한 것이고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심한 갈등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진료실을 찾는 남자들이 가끔 있다. 내가 치료했던 한 남자환자의 경우, 사귀고 있던 여자와 결혼 이야기가 오고 가던 어느 날 여자가 속이고 결혼하고 싶지 않다면서 자기의 과거를 고백했다. 이 남자를 만나기 몇 년 전에 사귀었던 남자와 육체관계를 가졌던 사실을 이야기한 것이다.

이 고백의 충격으로 남자는 처음에 헤어지려고 했지만 주위에서 그만한 여자가 없다고 충고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나를 만나기 전에 그런 것이니 나를 만나면서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고는 그대로 사귀었다.

그러던 중 여자가 그녀의 여자 친구들과 피서를 갔다 왔는데 그때 다른 남자들과 어울렸던 것을 1년이 지난 후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때 의심할 만한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은 밝혀졌지만 그 이후로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싸우게 되고 남자는 여자에 대해 심하게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운 증세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면담을 통해서 밝혀진 것은 이 남자가 처음에 여자로부터 과거의 혼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감정을 억압하였다가 두 번째 사건 때 한꺼번에 터져버린 것이다.


굳건한 믿음과 사랑 있다면 잘 극복할 수 있어

왜 남자들은 여자의 혼전순결에 대해 이렇게 격렬한 반응을 보일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첫째, 사회 통념적으로 남성의 혼전 성경험은 문제를 삼지 않지만 여성의 혼전 순결은 꼭 지켜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혼전에 성경험이 있는 여자는 순결을 잃은 여자로 큰 결함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기 애인이나 부인이 될 사람이 그런 여자라는 사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정신분석학적인 측면인데 모든 남자들이 무의식적으로 배우자를 자신의 어머니처럼 대하는 경향이 있다. 배우자를 현실적으로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자기 마음의 어머니상처럼 본다. 어머니는 어린아이의 눈에는 전혀 과거가 없는 여인이었던 것처럼 배우자도 그렇기를 무의식적으로 바란다.

셋째, 배우자의 도덕성에 대해 의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자기를 만나기 전이긴 하지만 어쨌든 다른 남자를 사귀었으니 또 그럴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한다. 또는 과거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나 않을까, 아직도 그 남자를 못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등이 걱정이 된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혼란의 와중에 놓였다가 어떤 식으로든지 나름대로 결정을 하게 된다. 헤어질 수도 있고, 딱 정리가 되어 별 문제 없이 같이 잘살기도 한다. 아니면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같이 사는 수도 있다.

이러한 결정은 남자의 성격과 여자의 성격, 그리고 여자가 겪었던 상황이 구체적으로 어떠했느냐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데 무엇보다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믿음과 사랑이 둘 사이에 있다면 대개는 여자의 과거문제를 극복하고 좋은 결과를 보게 된다.

그리고 남자의 성격이 유아적이지 않고 독립적이며 자기중심이 뚜렷하면 같이 살게 되어도 별 갈등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남자는 헤어져야 할지 덮어두고 결혼을 해야 할지 결정을 못 내리고 여자의 혼전관계에만 집착하면서 갈등을 겪게 된다.


혼전 성관계가 순결의 척도가 되어서는 안 돼

그런데 이렇듯 큰 문제가 되는 여자의 혼전관계를 어떻게 남자가 알게 되나를 보면 여자가 스스로 고백을 하거나 우연히 알게 되어 남자가 추궁을 해서 여자가 고백을 하는 경우다. 여자가 스스로 고백을 하는 것은 대개 과거의 그런 사실이 마음에 걸려 남편 될 사람에게 밝히고 그것을 정리함으로써 새 출발하려는 마음에서다. 또는 과거의 그런 허물을 덮어줄 수 있을 정도로 자기를 사랑하는지 시험해보고 싶은 동기에서 그렇게 하기도 한다. 또 어떤 경우는 사랑하게 되어 상대방에게 푹 빠지다보면 상대방을 전지전능하고 아량이 한량없는 사람으로 여겨 편한 마음으로 고백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여성들이 생각해야 할 점은 자신의 과거가 우연히 밝혀져 문제가 되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과거 사실을 고백해서 문제를 야기한 것은 쓸데없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이다. 결혼을 앞두고 여자가 고백하는 것은 동기가 순수하고 두 사람의 앞으로의 진정한 관계를 위하여 과거를 정리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는 좋지만 그것이 남자에게 전달될 때 남자는 혼전 순결의 상실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 자체가 충격이다. 그 결과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혹 결혼을 앞두고 과거에 대한 정리를 하고 싶다면 혼자 마음속으로 하면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속이는 것이라고 자책할 필요 없이 그 남자를 위해서 혹은 두 사람의 관계를 위해서 말을 할 수도 있지만 일부러 안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사실 과거의 관계가 진실 되고 떳떳한 것이라면 그 경험은 지금 이 사람과 무관한 것이고 고백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혼전 성관계의 여부가 순결의 척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사람에게 얼마나 진실 되고 순수하느냐 그것이 척도가 되어야 한다.

설혹 과거에 부끄럽게 생각되는 일이 있었더라도 지나치게 그것에 집착하면 좋지 않다. 적당한 반성은 도움이 되지만 지나친 자기 비하는 병이 된다. 심각할 정도로 집착하게 되고 스스로 헤어날 수 없으면 전문가와 상담을 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는 지나치게 고백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혹 이 관계를 깨고 싶은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있지 않나 하고 자기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순결이 삶보다 우선 될 수 없다는 것을 명심

반면 남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혼전관계를 알아보려고 하지 말아야 될 것이다. 그런 마음이 들면 왜 그런 마음이 드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대개 열등감이 있거나 인간관계에 근본적인 신뢰가 없는 경우 배우자를 의심하는 수가 있다.

혹 여자가 자기 과거를 고백해오면 힘들더라도 상황을 있는 그대로 듣고 물어볼 것이 있으면 물어서 있는 그대로 파악하여 자기의 마음을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여자의 상황이 아무리 이해가 되더라도 자신의 힘으로 감당이 안 되면 서로가 충분한 대화와 많은 시간을 가진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일단 받아들이기로 결정을 하면 먼저 여자가 고백을 하는 그 마음에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백하는 마음은 순결하고 성스럽다. 그 순간에 정신적으로 순결해지는 것이다. 육체적인 순결 여부는 아무것도 아니다. 자기가 몰랐을 때 있었던 여자의 과거는 지금 둘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자기와는 무관한 것이다. 여자의 순결이라는 것은 사회문화적으로 그렇게 의미를 붙였을 뿐이다. 순결이 여자의 삶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결혼이란 한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것이지 성(性)이라는 부분이 만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람의 속성상 어떤 한 부분에 집착해서 보면 그것이 자꾸 크게 보이고 그것만이 전부인 것처럼 된다.

여자의 혼전순결이 여자를 속박하는 굴레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이 여자의 순결에 대하여 보이는 반응이 이처럼 크다는 것을 잘 알아서 평소의 이성 관계에 있어서나 결혼을 앞두었을 때 현명하게 처신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