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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episode] 봄의 대표가요 ‘민들레 홀씨 되어 ’

  • 입력 2010.03.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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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부서지는 강둑에 홀로 앉아 있네

소리 없이 흐르는 저 강물을 바라보며 아-

가슴을 에이며 밀려오는 그리움 그리움

우리는 들길에 홀로 핀 이름 모를 꽃을 보면서

외로운 맘을 나누며 손에 손을 잡고 걸었지

산등성 위에 해질녘은 너무나 아름다웠었지

그 님의 두 눈 속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지

어느새 내 마음 민들레 홀씨 되어

강바람 타고 훨훨 네 곁으로 간다

 

산등성위에 해질녘은 너무나 아름다웠었지

그 님의 두 눈 속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지

어느새 내 마음 민들레 홀씨 되어

강바람 타고 훨훨 네 곁으로 간다

어느새 내 마음 민들레 홀씨 되어

강바람 타고 훨훨 네 곁으로 간다


<민들레 홀씨 되어>는 봄맛이 나는 가요다. 4분의 4박자, 슬로우고고 풍으로 노랫말이 정겹고 멜로디가 감미롭다. 시를 읊는 느낌이랄까. 이 곡은 박미경(45·여)이 강변가요제에 나가 장려상을 받은 노래자 데뷔곡이다. 서울예대 국악과 1학년 때인 1985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이 노래로 장려상(동상)을 받아 가요계에 발은 디딘 것이다. <이브의 경고> 등 1990년대를 주름잡은 히트곡들을 냈지만 ‘박미경 하면 <민들레 홀씨 되어>’가 떠오를 만큼 그의 대표 인기가요다.

생물수업 때 “노래제목 잘못됐다” 당부 진풍경

이 노래엔 두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작곡가와 가사에 얽힌 얘기다. 일반악보집이나 노래방엔 김정신이 작사·작곡한 것으로 돼있으나 틀린다. 원래 곡을 만든 사람은 이범희 씨다. 이 씨는 2008년 7월 17일 경인방송 써니FM90.7 ‘백영규의 가고 싶은 마을’ 프로그램의 ‘그 작곡가 그 작사가’ 코너에 출연, <민들레 홀씨 되어>를 작곡했다고 털어놨다. 작곡가가 김정신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자신이라고 고백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준 곡으로 출전한 가수들이 나오는 가요제심사엔 참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를 잘 아는 가요인들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원래 자신이 만든 곡이므로 작곡자를 바로잡으려는 생각에서 고백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 씨는 그 무렵 아마추어였던 가수 이정석의 노래도 작곡해준 사실을 21년 만에 고백했다. 1986년 ‘대학가요제’에 나가 금상을 받은 이정석의 <첫눈이 온다고요>도 작곡해줬다고 밝힌 것이다. 이 씨는 “프로작곡가가 대학가요제 출전자들에게 곡을 주는 게 암암리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대학가요제나 강변가요제 취지는 노래를 좋아하는 아마추어가수들 자리라 프로작곡가 곡으론 나갈 수 없다. 그 때 프로작곡가로 활동하던 이 씨가 대학생들 가요제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비화는 노래제목과 가사가 틀렸다는 점이다. 박미경이 최근 <민들레 홀씨 되어> 노랫말의 잘못을 인정, 25년 만에 사과해 눈길을 끈다. 다른 가수들이 여러 버전으로 리메이크해 부르는 등 사랑을 받았지만 틀린 제목과 가사로 늘 마음이 걸렸다. 민들레엔 홀씨가 없는데도 <민들레 홀씨 되어>로 노래 불렀다.

노래가 히트하면서 많은 학생들이 잘못된 정보를 알게 돼 전국의 학교에서 해프닝이 벌어졌다. 생물교사들이 수업 때마다 학생들에게 “노래제목이 잘못됐다”며 당부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박미경은 올해 1월 1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래가 히트한 뒤 민들레는 홀씨가 아닌 포자로 번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학력고사를 본 386세대 팬들이 이 노래 때문에 정답을 놓쳤다며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며 사과했다. 팬들에게 책임감을 느끼지만 이 노래를 그 만큼 좋아해준 것 아니냐는 견해도 없잖다.

민들레는 동서양 어디서나 먹을거리나 민간약으로 쓰인 식물이다. 열과 독을 내리고 종기를 삭히는 작용이 뛰어나다.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연세대 생명공학과 황재관 교수팀이 지난해 6∼11월 간 세포주 및 동물실험으로 국내 자생민들레의 해독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민들레는 다이옥신의 일종인 TCDD에 따라 성장되지 않은 세포의 78.5%를 되살렸다. 활성산소종(ROS) 생성 억제율 93.0%, 지질과산화 생성 억제율 70.7% 등의 해독효과도 보였다. TCDD는 쓰레기를 태울 때 나오는 맹독성물질이다. 원래 이름은 ‘2, 3, 7, 8-테트라클로로디벤조-파라-다이옥신’. 70여 종의 다이옥신 중 독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청산가리의 500배, 파라티온의 100배다. 지천에 널려 그냥 지나쳤던 천연해독제 민들레가 신약원료로 거듭나 정겨운 대중가요 이상으로 사랑을 받게 될 날이 멀지 않을 것 같다.


박미경, 신곡 내고 컴백

노래의 주인공 박미경은 올 들어 신곡을 들고 컴백했다. 많은 히트곡들을 내고 열심히 뛰다 2003년 6집, 2005년 7집(미키 세븐 뉴 스타일)에서 재미를 못보고 곤두박질친 뒤 4년 8개월 만이다. 새 음반 8집(2010 디럭스 에디션)의 특징은 김창환 프로듀서 겸 작곡가와의 재회다. 신승훈, 김건모, 노이즈, 클론, 채연을 키워낸 김창환은 1994년 발라드가수였던 박미경을 라이브 댄스가수로 키운 조련사다. 1990년대 최고히트곡 <이유 같지 않은 이유>, <이브의 경고> 등을 작업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다 1999년 4집을 끝으로 각자의 길을 걷던 중 지난해 다시 만났다. 박미경은 “창환 오빠는 유일하게 내가 말을 듣는 사람이다. 음악적으로 키워준 부모 같다”고 말했다. 김창환은 2009년 12월 급성심근경색수술 직후에도 병상에서 박미경 음반을 진두지휘했을 정도로 둘은 끈끈하다.

음반발매에 앞서 방송활동을 재개한 박미경은 올 1월 6일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가 탄 밴은 SBS-TV ‘김정은의 초콜릿’ 녹화가 있은 서울 등촌동 SBS공개홀로 가던 중 눈길에 미끄러진 승용차, 트럭과 3중 추돌해 반파됐다. 안전벨트를 매고 뒷좌석에 있던 그는 목 주위를 가볍게 다쳤으나 매니저는 전치 4주 진단을 받아 입원치료 받았다.

그의 새 앨범엔 16곡이 실렸다. 9곡은 신곡, 나머지는 그가 불러 재미를 본 곡들이다. 타이틀곡은 2가지다. TV에선 댄스곡 <돌아와>로 신나는 무대를 선보이고, 라디오에선 발라드 <어떻게>로 가창력을 뽐내고 있다.


2002년 미국인 사업가와 결혼

박미경은 40대 중반임에도 ‘댄스를 소화하려면 유산소운동이 필수’라며 매일 30~40분씩 계단 밟기 등으로 몸매를 가꾼다. 30살에 댄스가수로 변신한 그는 댄스음악이 10~20대 스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요즘 흐름에 비춰보면 독특한 이력이다. 출발은 발라드가수지만 어릴 때 미국서 살면서 댄스음악에 익숙해 댄스가수가 됐다.

그는 2002년 하와이 출신의 미국인 사업가 트로이 아마도씨와 결혼했다. 잉꼬부부지만 2세가 없다. 박미경은 “애를 낳는 건 포기했다”며 입양할 계획이다. 필리핀과 한국을 오가는 박미경은 필리핀 집에 농장이 있어 가축을 키우고 농사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