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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medicine] 다리자세의 몸짓언어

  • 입력 2010.05.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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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다리(leg, limb)는 골반의 고관절(股關節)과 연결된 부위에서 발목부위까지를 말하며 대퇴와 하퇴로 나누어진다. 몸무게를 받치는 것과 걷는 작용을 하는 대퇴골(大腿骨), 슬개골(膝蓋骨), 경골(脛骨) 및 비골(骨) 등의 4개의 뼈와 대퇴부에는 19개의 근육 그리고 하퇴부에는 10개의 근육으로 구성된다. 다리의 관절은 결합이 강하므로 운동범위는 제한되며 신속성이 떨어진다. 성인 남자는 여자보다 팔다리가 모두 비교적 길고, 특히 대퇴(大腿)보다도 하퇴(下腿) 쪽에 차가 크다.

다리는 고관절을 중심으로 대퇴는 굴신(屈伸), 회선운동(回旋運動)을 하며 슬관절로 인해 대퇴와 하퇴의 굴신운동이 가능하다. 슬관절의 전면에는 접시 모양의 슬개골이 있어 슬관절이나 골두(骨頭)를 보호하고 고정하는 구실을 한다. 하퇴의 경골은 안쪽, 비골은 바깥쪽에 평행하게 위치하는데, 경골은 굵고 길며 비골은 훨씬 가늘고 약간 짧다. 이른바 정강이는 경골의 전면을 말하며 피부 밑에 바로 뼈가 있으므로 부딪치면 몹시 아프다. 또 이 부분은 혈관의 분포가 비교적 적으므로 상처를 입으면 치유가 늦다.



사람의 다리는 두 개의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진화 되었다. 즉 욕심나는 것에는 가까이 가고 지겨운 것으로부터는 멀어지는데 역할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이러한 좋고 싫음의 목적이 뇌리에 확실하게 인식되어 있다가 그대로 직접표현 되는 것이기 때문에 비록 얼굴로는 좋은척하는 표정을 지울 수 있지만 그 사람의 다리에는 좋고 싫음의 본심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다. 또 사람의 몸은 뇌에서 멀어질수록 뇌의 지배력이 약해진다. 즉 얼굴은 뇌에서 가장 가깝기 때문에 지금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곧 인식되는 한편 자기 본심의 희로애락의 표정을 마음대로 지을 수 있다. 그러나 다리와 발은 뇌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뇌로의 신경회로가 그만큼 둔하고 느리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 다리와 발이 지금 어떤 자세와 몸짓을 하고 있는지 거의 신경 쓰지 않고 방임상태로 지낸다. 따라서 몸짓언어가 꾸밈없이 가장 정직하게 반영되는 부위가 다리와 발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이러한 상태가 잘 표현된 거장들의 그림을 보면서 설명하기로 한다.






[1L]프랑스 화가 드가의 ‘압생트’



프랑스의 화가 드가(Edgar Degas 1834-1917)는 인상파에 속하는 화가이나 그의 예리한 관찰력은 생동적 활동에 흥미를 느껴 인상파에 속하면서도 고전주의적인 입장을 잃지 않은 화가였다. 그의 작품에는 ‘압생트(1876)’라는 그림이 있다. 압생트란 70~80%의 알코올을 함유한 술로서 향쑥을 원료로 만든 빛깔이 청록색의 술인데 마신 다음날에 숙취가 심한 술이다. 그러나 워낙 술값이 싸고 또 술이 독해서 마시면 쉽게 취하기 때문에 술꾼들에게는 환영받았다.



드가의 그림을 보면 여자 앞에는 압생트가 놓여 있고 남자 앞에는 마자그랑이라는 숙취에 마시는 음료수가 놓여있다. 이 음료는 카페인 성분이 들어 있어 청뇌(淸腦) 작용으로 숙취 시의 두통을 완화시키는 작용이 있는 음료수이다.



그림의 남자는 모자를 뒤로 재끼고 있으며 정강이를 뒤로 당겨 무릎을 세우고 발도 완전히 땅을 밟고 있다. 그 모습으로 보아 틀림없이 숙취를 깨려고 마자그랑을 청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여인의 경우는 시치미를 떼고 앉아있으나 숙취에 해장술로 마시려고 압생트를 청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숙취로 인해 허리에 힘이 빠져 구부리고 있고 다리에도 힘이 없어 양다리 사이가 벌어졌으며 발에도 힘이 빠져 팔(八)자 방향으로 벌어지고 있다. 숙취에 술을 다시 보충하면 일시적으로나마 증상이 완화되는 것 같으나 실은 몸의 각 장기에 대한 독작용은 한층 더 심해지기 때문에 해장술은 몸에 몹시 해로운 것이다. 이렇듯 두 사람의 음주후의 숙취를 해독하는 법도 그 사람이 청한 음료수의 종류와 그 자세 특히 허리, 다리, 무릎, 정강이 그리고 발바닥을 취하고 있는 자세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 화가 다비드의 ‘파리스와 헬레나’



프랑스의 화가 다비드(Jacques-Louis David 1748-1825)의 작품 ‘파리스와 헬레나(1788)’라는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이 있다. 파리스와 헬레나가 연인으로 처음 맺어지는 밤을 묘사한 것으로 결국 이 두 연인의 불륜의 만남으로 인해 트로이 전쟁이 발발하게 되었던 것이다.



악기를 든 파리스는 벌거벗은 몸에 잠잘 때 쓰는 모자를 쓰고 있으며 헬레나의 팔을 잡아끌어 어디론가 데려 가려는 몸짓이며 헬레나는 아직 옷을 입은 채로 최면에 걸린 듯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자세이다. 두 사람의 다리자세에서 이들의 관계가 잘 표현되고 있다. 즉 파리스의 두 다리는 서로 겹쳐지지 않고 대퇴부에서 발끝까지 서로 평행한 자세로 단지 좌측 다리만을 구부리고 있다. 즉 지배적이며 관대한 수용을 표현하는 자세이이다.



이에 반해 헬레나는 선채로 왼쪽 다리를 오른 쪽 다리에 올려놓아 다리가 교차된 상태로 순응적이며 지배보다는 복종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특히 그녀의 발의 자세를 보면 양 발가락 끝이 안쪽을 향하고 있어 다리의 교차와 연계하여 본다면 마치 가위와 같은 모양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발 자세의 의미는 ‘이 자리를 뜨고 싶지 않다’, 그리고 ‘다음의 처사를 기다리고 기다린다’라는 유혹과 재촉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들이 어떠한 관계이며, 어떠한 심리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잘 표현하였다.






벨기에 화가 호사르트의 ‘다나에’



벨기에의 화가 호사르트(Jan Gossaert) (1462/70-1533/41)의 작품 ‘다나에(1527)’는 신탁의 불변성을 강조하는 ‘다나에 신화’를 그린 것이다. 즉 외손자에 의해 살해되리라는 신탁의 예언을 두려워한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우스는 그의 외동딸 다나에를 탑에 숨기고 외부인의 접근을 막았는데, 그러나 변신에 능한 제우스는 황금의 소나기비로 변신하여 탑 안으로 스며들어가 다나에를 단 한번 간음하였는데 아이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 줄거리를 소재로 한 그림이다.



그림을 보면 다나에는 갑자기 방안에 내리는 황금비에 놀란 듯한 표정이며 두 발을 교차하고 있다. 이러한 두 발만의 교차자세는 불안과 공포를 표현하는 자세인데 다나에의 경우는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양 다리를 붙이고서의 발의 교차가 아니라 다리는 벌리고 단지 발만의 교차이다. 이것은 공포와 불안을 느끼면서도 황금비가 내리는 것이 싫지는 않아 개방한다는 것을 표현한 다리의 자세이다.






[2L]이탈리아 화가 틴토레토의 ‘목욕하는 수잔나’



이탈리아의 화가 틴토레토(Tintoretto 1518-1594)의 작품 ‘목욕하는 수잔나(1518)’는 바빌론의 절세의 미녀 수잔나가 정원에서 목욕을 하고 있을 때, 늙은 수도사 둘이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에 반해 동침을 요구하였으나 이를 거절하자 두 수도사는 이에 앙심을 품고 수잔나가 어떤 청년과 동침하는 것을 보았다는 소문을 내어, 재판을 받게 되자 두 노인의 거짓증언 때문에 수잔나는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 이를 보다 못한 청년 다니엘의 지혜로운 처사로 수잔나의 누명이 벗겨진다는 내용을 그림으로 한 것이다.



이 그림에서 나체가 된 수잔나는 좌측 다리를 물에 담근 채 수건으로 우측 다리를 닦고 있다. 이렇게 양팔과 손을 한쪽 다리에 올려놓고 다리를 팔과 손 사이에 넣어 고정하는 자세는 ‘다른 이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음’ ‘유혹에 빠지지 않음’을 표현하는 팔과 다리의 연계자세인데 화가는 수건으로 발을 닦는 자세를 이용하여 수잔나의 확고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프랑스 화가 로트렉의 ‘무랑거리의 살롱에서’



프랑스의 화가 로트렉(Toulouse Lautrec 1864-1901)의 ‘무랑거리의 살롱에서(1894)’는 살롱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여종업원들을 그린 것으로 그림 맨 앞의 여인은 기다림에 지쳐서 몸을 소파에 기대고 있다가 그 자세로도 지겨워 사타구니가 달아오르는지 한쪽 손으로 다리를 잡고는 다리를 들어 올리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즉 이러한 손으로 다리를 들어 올리는 자세는 ‘기다림이 지루함’ ‘기다림의 지쳤음’의 몸짓언어에 해당되는 자세이다.



이렇듯 우리가 다리와 발이 취하고 있는 자세를 면밀히 관찰하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