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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clinic] 대화는 부부관계의 묘약

  • 입력 2010.05.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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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의 주부가 올케와 함께 나의 진료실을 찾아왔다. 옷차림이 다소 단정하지 못하고 용모에도 별로 신경을 안 써서인지 좀 흐트러져 보이는 이 여자는 무표정하고 무엇인가 답답해하는 인상이었다. 환자는 말하기도 힘이 드는지 같이 온 올케가 주로 대답하였는데 약 한 달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정신집중이 안되고, 밥도 안 먹고, 계속 서성거리고, 밤에 집을 뛰쳐나가 산속을 헤매고 다니기도 하며, 평소 지나치게 집안을 쓸고 닦던 사람이 집안일을 전혀 하지 못한다고 했다. 남편은 착실하고 가정적인데 단지 술을 습관적으로 마신다고 했다.

그 뒤 면담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은 환자가 이렇게 된 게 남편의 술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남편이 밖에서 술을 마시고 들어와 집에서 또 술을 마시려고 할 때는 죽이고 싶을 정도로 격한 감정이 치솟기도 했다. 처음에는 싸우기도 했지만 크게 고쳐지지도 않고 주위만 시끄러울 것 같아 언제부턴가는 술을 사오라고 하면 아예 밖에서 몇 시간 있다가 남편이 자면 들어오기도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이렇게 살아서 뭐하겠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치료시간에 남편과 같이 오라고 하여 만났는데 남편은 술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는 것은 모르고 다른 원인에서 온 것으로 알고 있었다.


대화가 없으면 같이 있어도 혼자 있는 것과 다름없어

환자가 ‘죽고 싶은 마음이 든 지 3년이 되었다’고 하니 남편은 깜짝 놀라면서 ‘왜 진작 그런 말을 안했느냐’고 했다. 전에 환자가 몇 번 술을 끊으라고 하니까 남편이 ‘죽었으면 죽었지 못 끊는다’고 성의 없이 대답하자 환자는 자기가 죽든가 아니면 이혼할 생각까지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대화 이후 환자는 처음에는 남편이 과연 술을 끊을 수 있을까 의심도 하였지만 차츰차츰 안정이 되고 건강이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이 환자가 서서히 회복된 것은 약을 복용한 효과도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남편과의 대화에서 그 전에는 도저히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에 희망을 가진 것이 크게 작용했다.

대화의 힘은 실로 크다. 특히 부부관계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단 한 번의 진정한 대화로 몇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갈 수도 있고, 오래된 오해와 갈등이 해소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힘을 가진 대화는 말만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것이다.

한여름에 에어컨을 틀다보면 찬바람을 견디지 못한 화초가 시들시들할 때 그 화초를 에어컨 바람이 없는 곳으로 옮겨 놓는 것이 그 화초와 진정으로 대화하는 것이듯 부부간의 대화도 이처럼 해야 된다.

사실 부부간의 대화란 가정에 있는 여자들에 있어서 더 중요하고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남자들은 집에 오면 쉬고 싶어 하고, ‘피곤하다, 너무 바쁘다’ 하면서 대화 자체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어느 대중지에 의하면 주부들의 50%가 우울증 증세가 있다고 하는데 일리 있는 말이다. 노이로제, 정신병은 고립될 때 온다. 대화가 되지 않으면 같이 있어도 혼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남편과 같이 있는데도 항상 혼자라는 느낌이 들 때 노이로제, 정신병이 생긴다.


[1L]대화의 시작은 서로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결혼생활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중요하다. 누가 옳고 그르고는 문제가 아니다. 남편이 아무리 성인군자 같은 사람이라도 부부사이가 좋지 않으면 남편에게도 문제가 있다. 물론 여자에게 더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남편에게도 책임은 있다.

그러면 이렇게 중요한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배우자의 현재 그대로를 인정하고 장점과 단점을 있는 그대로 다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시작해야 한다. 주위에서 부부관계가 안 좋은 경우를 보면 ‘너는 왜 그 모양이냐, 왜 고치지를 못하냐’면서 오랫동안 굳어진 성격을 문제 삼는다. 성격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는다. 그러한 것을 문제 삼으면 분란만 자꾸 생긴다. 단점까지도 그런 것이 생기게 된 배경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마음이 든다면 부부관계는 순탄해질 수 있다.

둘째는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 잠시 자기를 비우고 상대방의 처지나 입장이 되어보는 훈련을 한다. 그 순간에는 자기는 없고 상대방의 마음속에 들어가 그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해 본다. 그러면 그 사람을 정말 이해할 수 있고 이해가 되면 화가 나지 않는다. 이해를 하면서 하는 대화는 순탄하게 진행된다.

셋째로 상대방이 자기의 입장에서 정당하게 요구하는 것은 받아주거나, 받아주지 못할 경우는 그 이유를 자세히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자기로서는 정당한 요구나 주장인데 묵살당한다면 상대방은 도저히 말이 통하지 못할 사람으로 보고 나중에는 아예 얘기하고 싶어 하지도 않게 될 것이다.


소원해지기 전에 평소에 미리미리

남자와 여자는 각기 입장이 다르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그 기준은 항상 가정의 평화와 건강한 부부관계가 되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러자면 서로가 서로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이러한 모든 노력은 평소에 해야 한다. 만일 부부관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대화로 풀어나가는 힘이 있으면 제일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중재자가 필요하다. 두 사람이 믿고 의지하는 중재자를 통해 문제가 있으면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부부관계에 문제는 있는데 대화도 안 되고 중재자도 없으면 부부관계는 회복이 어려워진다. 인생의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는 인간관계로부터 온다. 결혼한 경우는 배우자로부터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우자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을 때 그것에 직면하여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그것의 부정적 영향과 그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모든 일에 있어서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평소에 배우자에게 관심을 갖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