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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clinic]대인공포증 치유는 이렇게

  • 입력 2010.06.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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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에서 다루는 장애 중의 하나에 대인공포증이 있다.


대인공포증이란, 말 그대로 사람 대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증상이다.


사람 대하기를 두려워하는 데는 나름대로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자기의 눈빛이 무섭다든지 혹은 자기 얼굴에 여드름이 너무 많아 지저분하게 보인다고 생각하거나 또는 자기의 표정이 너무 딱딱하여 그것을 사람들이 알아채고 자기를 기피하거나 싫어할 것이라고 두려워하는 등등 여러 가지가 있다.


어떤 사람은 공식적인 모임이 아닌 사석에서는 곧잘 농담도 하고 말을 잘하는데도 사람들 앞에서 공식적인 이야기나 연설을 하려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당황하게 되며, 가슴이 뛰고 이마에 땀이 흘러 도저히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뭔가 공식적인 발언을 해야 되는 모임에는 이 핑계 저 핑계로 가지 않으려고 하게 되었다.


또 어떤 사람은 혼자서 글을 쓸 때는 달필인데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쓰려면 손이 떨려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공중변소에서 소변을 보는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도 있고, 대중식당에서 식사하는데 두려움을 가진 사람도 있다.



대인공포증을 보이는 이들의 공통점


대인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그러한 상황에 당면하기 전부터 심한 불안에 빠져 그런 상황을 강박적으로 피하게 된다. 남들이 보면 터무니없고 이해가 되지 않지만 본인으로서는 매우 괴롭다.


이러한 대인공포증이 어떠한 사람에게 잘 오는가를 연구한 학자들에 의하면 대인공포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의 성격에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자신에 대해 관심이 많고 불안이나 걱정이 해소될 때까지 그 문제에 집착하는 점이다. 작은 신체적 결함에 대해서도 많은 걱정을 하며 정상적인 신체에 대해서도 왜곡 해석하는 경향이 높다.


둘째, 어떤 문제에 대해서 중도적인 절충을 못하고 극단적인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자존심이 아주 강해 별것도 아닌 일에 쉽게 자존심이 상하고 이를 못견뎌하는 성격이다. 쉽게 느끼는 열등감, 좌절감도 실은 이들의 지나치게 높은 자존심 내지는 이상 때문이다.


넷째, 좌절감이나 열등감 속에 고민하고 있지만 결코 포기는 하지 않는 강한 집념이 있다.



[1L]대인공포증의 실제 사례


실제로 필자가 치료한 대인공포증의 예를 들어보겠다.


20대 중반의 남자 회사원으로 스스로 대인공포증이 있다면서 나의 진료실을 찾아왔다. 자신의 표정이 어색한데 그것을 사람들이 알아채고 자기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 같아 항상 남의 시선이 의식된다고 했다. 거울을 자주 보는데 거울 속에 비친 자기를 보면 초라하고 침침해보였고 그런 자기를 사람들이 쳐다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장에 나가기도 힘들고 퇴근해서도 바깥을 잘 돌아다니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 제대 후 현재 조그만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 환자가 처음으로 남의 시선을 의식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남녀공학이었는데 수학여행 중에 버스를 타고 가는데 다른 차에 탄 한 여학생이 자기를 쳐다보는 순간 놀라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 당시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그것을 그 여학생이 알아챘다는 생각이 들고 당혹감이 들어 기분이 굉장히 우울했고 그 다음부터 시선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혔다.


1남 3녀의 첫째로 밑으로 여동생이 세 명인 환자는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에서 목장을 하는 친척의 부탁으로 목장을 관리하기 위해 전 가족이 시골로 이사를 갔다. 도시에 살 때는 자기 집도 있었고 여러 가지가 좋았는데 시골에 와보니 목장이 민가와 떨어져 있어 친구도 없고 무섭기도 했다. 그래도 그럭저럭 적응하며 생활해 나갔다.


그런데 중학교 때 아버지가 불치의 병에 걸려 몇 년을 고생하다 돌아가셨는데 아버지가 그렇게 된 것이 친척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원망스러웠다. 그렇지만 가까운 친척이고 나이 차이도 많아 앞에서는 내색을 하지 못했고 매우 어색하기만 하였다. 그런데 자신의 그런 속마음이 드러날까 의식이 되었다. 돌이켜 보면 최초로 사람 대하길 두려워한 의식이 이때 있었다.


이 환자에게 대인공포증이 생긴 것은 중학교 때 친척에게 적개심이 많았지만 그것을 은폐하려고 했고 그러다보니 자기의 표정이 어색한 것을 의식하고부터였다. 그 뒤 고등학교 때 선생님에 대한 불만과 자기의 열등감에 대한 감정을 숨기려고 했지만 그것을 사람들이 알아채는 것 같았고 요즘 직장생활에 서는 초라한 자신의 모습이 지나치게 의식되었다.



현실 자체를 받아들일 때 공포는 사라져


이 환자가 대인공포증을 갖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다. 자신에 대한 열등감과 그러한 자기 모습이 창피해서 숨기고자 하였는데 그러다 보니 숨기고 있는 것이 드러날까 봐 항상 노심초사하고 남을 의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환자가 자기를 숨기고 싶은 마음은 환자의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연관이 있었다. 성공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보니 창피한 것을 숨기게 되고, 있는 그대로 자유롭게 생활하지 못했던 것이다.


누구나 대인관계에 조금씩은 장애를 느낀다. 실제로 한 종합병원 정신과에서 정상 학생군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조사 결과를 보면 거의 모든 학생에게 대인공포 경향이 있었고 병적으로 심해서 치료를 받아야 될 정도의 학생이 전체의 2~3%였다.


사실 우리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슨 발표를 하면 좀 떨리기도 하고 , 건강이 안 좋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기가 죽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 의식되며 사람들을 피하고 싶어진다. 남자인 경우 여직원이 의식될 때도 있다. 사춘기 때 신체 어느 한 부분에 집착해 본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다 대인공포증은 아니다. 정도가 심하고 지속적일 때 대인공포증으로 발전될 위험이 크다. 적당한 정도의 대인공포 증세는 우리를 겸손하고 신중하게 만들기도 하며 열심히 노력하게 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대인공포증을 예방해주고 거기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은 무엇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숨기는 것은 그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사실을 숨기려고 할 때 그것은 결점으로 변해버린다. 받아들이면 결점도 장점도 아닌 사실 그 자체일 뿐이다. 받아들이고 현실 그 자체로 인정할 때 열등감은 없어지고 그만큼 인생은 더 의미가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