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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역시 Yes!

  • 입력 2010.10.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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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갑부 두 명이 세상을 흔들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워런 버핏 회장이 부(富)에 있어서 어쩌면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빌 게이츠 재단에 재산 99%를 기부합니다. 그 액수가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보면 기절할 정도인 400억 달러에 달합니다. 게이츠 재단의 운영을 도저히 자기는 따라갈 수 없어 그곳에 기부했다고 합니다.


최근 두 사람은 포브스의 억만장자 명단에 있는 갑부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회 기부 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합니다. 바로 기부약속운동(The Giving Pledge)입니다. 피와 땀과 눈물로 얼룩진 자신의 재산을 생전이든 사후든 반을 사회에 던지자는 운동입니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이 기부운동을 벌인 지 6주 만에 40여 명의 갑부가 동참했고 기부액수는 1200억 달러를 넘었답니다.



우리나라는 기부문화가 없어 후진국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제가 기부에 의해 운영되는 아주, 아주 작은 비영리 공익법인을 하나 이끌고 있습니다. 벌써 창립한 지 15년이 되었고, 제가 운영한 지 10년이 됩니다. 지나간 15년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소액 기부자들로부터 제약기업까지 동참이 늘고 늘어 연간 4,000명~5,000명의 배뇨장애로 고생하는 전립선 질환자에게 전문적 진료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료로 말입니다.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가 발전하고 있다는 실례를 하나 듭니다. 눈썰미가 있는 분들이라면 빨간 열매 배지를 단 분들을 본적이 있을 것입니다. 바로 한국공동모금회라는 단체의 상징입니다. 연말에 모금되는 불우이웃 돕기, 재해 의연금을 한데 모아 공평하고 투명하게 베푸는 그야말로 정부가 인정하는 공익단체입니다. 불규칙하게 여러 경로로 들어오는 기부금을 꼭 써야 할 데를 찾아 지원하는 곳입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어려운 경제 속에서도 모았던 기부금들이 중구난방으로 쓰이고 비효율적인 면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저희 법인도 지원받고 있다 보니 감사를 받게 되고 이분들의 기부와 봉사에 대한 교육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의 배분, 회계, 교육 과정을 보면서 우리 기부문화도 일취월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서울에는 10여 개 노인복지센터가 있는데 모두 교회나 성당, 사찰에서 위탁경영합니다. 봉사에 이골이 난 분들이 운영하니 훨씬 부드럽게 봉사가 이루어지고 노년층의 이용률이 나날이 늘어납니다. 급식, 체육활동, 취미활동이 짜임새 있게 제공되다 보니 노년층에는 그야말로 신나는 쉼터가 됩니다. 이것도 큰 진전입니다. 더 기분 좋은 소리가 들립니다. 한국공동모금회에 1억 원 이상 지원한 기부자들이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라는 모임을 결성했답니다.


기부는 역시 아너(명예)이니 참 멋진 이름입니다. 벌써 회원이 35명이나 된답니다. 회원의 면면을 보니 회계사, 변호사, 농장 경영인, 중소기업인이 대부분이고 재벌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 백성 참으로 정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버핏과 게이츠 회장의 기부약속운동이 우리에게도 곧 올 것입니다. 잘난 척한다고 질시 비슷한 시선으로 보기보다는 차라리 모른체 해 달라 이겁니다.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을 기부하기까지의 갈등과 고뇌는 아무도 모릅니다. 기부자에게 도와 달라고 몰려드는 것도 안 될 일입니다. 기부금의 용처는 어디까지나 기부자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모처럼 기분 좋은 글을 쓰면서 한마디 합니다.


‘역시 세상은 예스!’입니다.